'악의 축' 이란과 시리아가 이라크의 해결사로?

[해외리포트] 이라크 사태, 미 중간선거 이후 급변 조짐

등록 2006.11.15 15:39수정 2006.11.15 15:39
0
원고료로 응원
선거 끝나자마자 미국에 달려간 이스라엘 총리

지난 주 이란 핵시설 공격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타진했던 이스라엘은 이번주 들어 올메르트 총리를 워싱턴으로 급파했다. 이라크로부터 미국의 조기 철군에 대한 반대 입장과 이란의 핵무기 보유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전달하기 위해서이다.

12일 카이로에서 있었던 아랍 외무장관 긴급 회동에서 시리아 외무장관 왈리드 뮤알렘은 이라크와 중동 지역에서의 정치적 안정을 위하여 미국과 대화할 용의가 있음을 분명히 했다. 같은 날 이란에서는 이스라엘이 핵 프로그램에 대하여 공격해올 경우 단호하게 대처하겠노라고 다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14일 아침 알 자지라 뉴스는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부시 행정부에 제안한 내용을 헤드라인으로 실었다. 이라크 안정을 위해 미국은 시리아, 이란과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금년 3월 미 상원에 의해 구성된 베이커-해밀턴이 이끄는 ‘이라크 스터디 그룹(ISG)’은 금년 말을 목표로 이라크 현상황 진단은 물론 향후 이라크 전략에 대한 제안을 담을 보고서를 부시행정부에 제출키로 예정돼 있다.

a 내전상태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라크. 사진은 미군 순찰대에 돌을 던지고 있는 이라크 어린이들.

내전상태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라크. 사진은 미군 순찰대에 돌을 던지고 있는 이라크 어린이들. ⓒ AP=연합뉴스

끝이 보이지 않은 이라크 상황

한반도에서의 비핵화를 둘러싼 6자회담의 갈등이 온실내 상황이라면 이라크를 둘러싼 주변 환경은 그야말로 실전이다. 장갑차와 헬기의 굉음이 끊이지 않고 연일 사망자가 속출하는 전쟁터이다.


시작은 명쾌했지만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는 안개속 상황의 연속이다.

이라크의 상황을 호전시키기 위한 주변국의 노력도 이라크 내의 서로 다른 양상 마냥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기는 마찬가지다.


수니 소수파에 의하여 철권 정치를 휘두르던 사담이 재판정의 우스갯거리로 전락되자 다수의 압박받던 시아파가 오래 동안 꽂아두었던 장검을 빼들었다. 누구든지 앞을 가리는 자는 모두 해침을 당할 것이라고 아예 공공연히 협박을 서슴지 않는 형국이다.

국민에 의해 선출된 이라크 행정부는 국가의 재건 보다는 오히려 종파간의 이익 도모에 사생 결단을 내걸었다. 사담을 교수형에 처하라는 지난주의 판결은 나라를 아예 두동강이 내버렸다. 한 쪽에서는 ‘죽여라’를 외치고 한 쪽에서는 ‘죽이면 피의 복수를 보게될 것’이라고 협박을 해대는 꼴이다.

시아와 수니의 내전 촉발은 시간 문제일 뿐이라는 자조섞인 비난의 목소리가 나라 안팎으로 뒤숭숭하다. 연일 수 십명씩 죽어 나가지만 이미 피신해 버린 의사들을 찾아 요르단으로 레바논으로 부상자를 등에 업고 갈 수도 없는 딱한 노릇이다.

a 지난 1월 시리아 다마스쿠스를 방문해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는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오른쪽)과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지난 1월 시리아 다마스쿠스를 방문해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는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오른쪽)과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 로이터=연합뉴스

다급해진 부시-블레어, 시리아-이란에 다가가나

주변의 우려를 물리치고 이라크 침공을 결정한 부시 행정부와 이를 전폭적으로 지지한 블레어 수상이 겨우 2년이 지난 지금 그야말로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미국의 민심은 등을 돌렸고 런던은 이슬람 테러의 단골 메뉴가 되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체면도 논리도 그 다음 문제가 되었다. 악의 축으로 자신들이 몰아세웠던 이란과 테러리스트를 지원하는 시리아를 대화의 상대로 지목하고 자신들이 일으킨 전쟁의 딜레마를 해결해 달라는 양상이다. 이라크 안정을 도와주면 국제사회로 부터 고립을 면하게 해주겠다는 내용이다.

시리아와 이란을 다시 협상의 테이블로 끌어들여야 될 만큼 이라크 상황이 심각한가. 만약 상황이 그렇게 심각하여 두 나라를 대화의 장으로 끌어들여야 한다면 이란과 시리아는 과연 블레어 총리의 판단이나 이라크 스터디 그룹의 시각 처럼 이라크내 안정에 일정 부분 기여할 수 있을까.

이란과 시리아가 각각 이라크 국경을 봉쇄한다면 이라크내 테러의 양상은 다소 변화될 것이라는게 전문가들 진단이다. 시리아와 이란으로 부터 무기와 자금줄이 끊기게 되면 이라크내 치안은 다소 향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두 번째는 이란의 종교적 영향력이다. 절대 다수가 시아파인 이란은 이라크내 시아파 무슬림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오랜 세월 소수의 수니파 무슬림으로 부터 박해를 받아온 사담 치하에서의 시아파 무슬림은 피의 복수를 공공연히 맹세하고 나섰지만 이란이 개입할 경우 그 기세는 한 풀 꺾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라픽 하리리 전 레바논 총리의 암살로 촉발된 반 시리아 정서로 인해 지난해 레바논으로 부터 전격 철수 당한 시리아와, 핵 무장과 관련해 미국으로부터 전방위 압박에 시달리는 이란이 조심스럽게 중동 정치의 중심으로 다시 부상하고 있다.

“이라크가 테러리즘의 온상이라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사우디 내무장관 나이프 왕자가 알 아라비아 TV 인터뷰에서 밝힌 한 마디는 사우디를 포함한 인근국들의 이라크에 대한 우려와 지역내 리더십 부재의 무기력한 현상을 잘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블레어, 이란-시리아 포용하는 이라크 해법 촉구

(런던=연합뉴스) 김진형 특파원 = 미국 중간선거 후 이라크 문제가 새 쟁점으로 부각된 가운데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시리아와 이란을 포용하는 중동정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블레어 총리는 13일 런던 시장 주최 연회에서 발표할 연례 외교정책 연설에서 이라크 유혈사태를 막고, 광범위한 중동지역 평화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란과 시리아를 포용해야 한다는 소신을 밝힐 것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총리실 대변인은 블레어 총리가 이란과 시리아에 두 나라가 중동지역 평화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분명히 하고, 중동 평화를 방해함으로써 초래되는 결과에 대해 경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블레어 총리가 이라크는 단독으로 이해될 수 없으며, 이라크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과 레바논 같은 다른 중동지역 문제들을 포괄하는 광범위한 중동지역 전략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이라크전 참전과 미국 추종 외교정책으로 비판을 받고 있는 블레어 총리는 또 영국은 미국, 유럽연합과 모두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며 자신의 친미정책을 옹호할 예정이다.

블레어는 "반미주의나 유로회의주의는 어리석을 뿐만 아니라 우리의 진정한 국익을 파괴하는 가장 확실한 길"이라며 "성공할 수 있는 유일한 영국의 외교정책은 강력한 동맹관계에 기반을 둔 외교정책"이라고 천명할 계획이다.

블레어의 이란, 시리아 포용정책은 처음에 부시 대통령으로부터 냉담한 반응을 얻었다. 그러나 중간선거 패배 후 백악관은 이라크의 장래를 위해 이란, 시리아와 대화하는 것을 검토할 수 있다는 완화된 입장을 시사하고 있다. 이란, 시리아 포용정책은 제임스 베이커가 이끄는 미국의 초당적 이라크정책모임인 이라크연구그룹 일부 위원들이 선호하는 방안이기도 하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영어독서연구소 - 어린이도서관 - 어학원 운영


AD

AD

AD

인기기사

  1. 1 김건희·채상병특검법 부결, 여당 4표 이탈 '균열' 김건희·채상병특검법 부결,  여당 4표 이탈 '균열'
  2. 2 한국만 둔감하다...포스코 떠나는 해외 투자기관들 한국만 둔감하다...포스코 떠나는 해외 투자기관들
  3. 3 [이충재 칼럼] 윤 대통령, 너무 겁이 없다 [이충재 칼럼] 윤 대통령, 너무 겁이 없다
  4. 4 "KBS 풀어주고 이재명 쪽으로" 위증교사 마지막 재판의 녹음파일 "KBS 풀어주고 이재명 쪽으로" 위증교사 마지막 재판의 녹음파일
  5. 5 "이러다 임오군란 일어나겠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대통령 "이러다 임오군란 일어나겠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대통령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