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천왕봉 가는 길에 법계사에서 본 일출노태영
고3 수험생들이여!
자! 자연으로 가자. 지리산도 좋고 한라산도 좋고 정동진 바닷가 철로 옆 작은 소나무 밑도 좋다. 가서 자유로워지자. 나로부터 자유로워지고 학교로부터 자유로워지자. 작은 골짜기 물 에 잠시 손을 적셔보자. 내 의식을 담가 보자. 분명 느낌이 있을 것이다. 바로 자연이 나를 느끼게 만들 것이다. 삶의 본질적인 의미를 느낄 수 있다. 바로 진정한 나를 느낄 수 있다. 그곳에서 진정한 ‘나’를 찾을 수가 있다. 아름답든 고요하든 자연이 주는 느낌이 바로 우리의 의식이 되어야 한다. 그 의식이 우리의 나머지 삶을 더욱 자유롭게 만들어 줄 것이다.
고3 수험생들이여!
자유에게로 여행을 가자. 나에게로의 여행을 가자. 억눌려왔던 자아를 찾아서 가자. 기차도 좋고 자전거도 좋고 버스도 좋다. 조금은 멀리 가자. 물을 건너도 좋고 바다를 건너도 좋고 산을 넘어도 좋다. 나를 찾아가는 길은 결코 쉬운 것이 아니다. 책 속에서 찾은 ‘나’와 자연 속에서 찾는 ‘나’는 다를 수가 있다. 어느 것이 진정한 ‘나’인가는 나만이 결정할 수가 있다.
완행열차를 타고 밤을 거칠게 가로질러 가는 여행을 하고 나면, 삶의 거친 터널을 뚫고 지나온 느낌을 가질 수 있다. 검은 바다에 던져놓은 작은 소주잔 속에 내 인생이 고스란히 담겨있을 수도 있다. 쓴 소주의 끝 맛에 바로 내 삶의 진정한 의미가 있을 수 있다. 밤과 낮이 만나는 여명 속에 바로 우리의 희망이 있다.
긴긴 밤의 여행을 해본 사람은 새벽의 진정한 의미를 알 수 있다. 인생의 긴 밤으로부터의 여행이 바로 지금까지 너희들의 생활이었다. 야행성 생활에 익숙해진 생활의 연속이었다. 이제 새벽이 주는 느낌을 시작으로 낮으로의 여행을 해야 한다. 강렬한 태양이 주는 느낌을 온몸으로 받아 느껴야 한다. 특히 자연 속에서 느낄 수 있는 낮은 어색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삶은 밤이 아니라 낮 속에 있다.
너희들이 수능시험을 보던 날 지리산 천왕봉엘 갔다. 내가 갈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에 오르고 싶었다. 내가 갈 수 있는 가장 깨끗한 곳으로 가고 싶었다. 그리고 천왕봉에서 일출을 보고 싶었다. 찬란하게 떠오르는 주황색 해를 온몸으로 느끼고 싶었다. 정말 뜨거웠다. 아니 가슴이 벅찼다. 떠오르는 해의 빛은 달콤했다. 그리고 기원했다. 이제 시험을 보려는 너희들의 가슴에 평화와 고요가 함께하길. 그래서 너희들이 아는 모든 것을 발휘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