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외 중개업체 횡포 막을 방법 없을까?

인맥이 좌우하는 과외 시장... '과외 선생'으로 뛰어든 지방 출신의 고민

등록 2006.11.17 19:05수정 2006.11.20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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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이 끝났으니 바야흐로 과외철이다. 내년에 고3이 되는 학생들이 우르르 과외로 몰려들 것이다. 수능이 끝난 후부터 겨울방학이 끝날 때까지, 과외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들에게는 그야말로 황금기다.

난 대학에 합격하자마자 과외를 시작했다. 고등학교 졸업하기 전부터 3~4명을 가르쳤던 것으로 기억한다. 서울로 진학하고 나서는 방학때마다 고향집에 내려가 과외를 했다.

"공교육만으로는 우리 아이를 좋은 대학에 보낼 수 없다"는 부모님들의 쓰라린 가슴은 과외 수요를 늘려만 가고, 지갑 사정에 허덕이는 대학생들은 무한대 공급자로 언제나 그 자리에 있으니 과외 시장은 그야말로 '돈 되는' 시장이 아닐 수 없다.

과외 구하는 방법

a 서울대학교 내 붙어있는 과외 업체의 홍보 전단지

서울대학교 내 붙어있는 과외 업체의 홍보 전단지 ⓒ 정연경

고등학교 시절 나도 과외를 받은 경험이 있다. 사실 지방에서 대학생 과외 선생님 찾기란 쉽지가 않다. 몇몇 대학이 있는 도시는 좀 낫겠지만 나같은 읍 출신의 학생에게는 대학생 과외는 더더욱 어려운 일이었다.

이 때문에 과외를 할 기회는 대학생 언니, 오빠들이 방학하고 집에 내려와 있는 방학이 전부였다. 공부를 가르쳐주는 곳이 학교 이외에 거의 없는 지방에서, 내게 과외는 유일한 사교육 통로였다.

이제 대학생이 되서 가르치는 입장에 서고 나니 고향이야 말로 과외하기 가장 좋은 곳이다. 그와 반대로 서울에서는 과외 구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려웠다. 과외를 구하는 데 아줌마들의 인맥보다 좋은 중개소는 없기 때문이다. 서울에 아는 사람이 없으니 학기 중 과외를 하자면 직접 뛰어다녀야만 했다.


친구가 과외를 넘겨주지 않는 이상, 지방 출신들이 과외 구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눠진다. ▲전단지 붙이기 ▲과외 사이트 ▲과외 중개업소가 바로 그것이다.

스스로 과외 홍보 전단지를 만들어 주로 아파트 게시판에 전단지를 붙인다. 그것도 경비실에 약간의 돈을 주고 허락을 얻어야 가능한 곳이 많다. 전단지를 붙인다고 해서 전화가 많이 오는 것은 아니다. 요즘은 과외 중개업체 전단지가 다량으로 붙어 있어 그 안에서 살아남자면 필사적인 생존경쟁을 해야 한다.


결국 지갑 사정이 다급한 대학생들은 과외 사이트와 중개업소행을 택한다. 과외 중개 사이트는 과외를 원하는 학생과 학부모가 구인 글을 올리면 선생이 그 중 자신에게 맞는 과외를 찾아 직접 연락하는 체계다. 과외를 받으려는 학생에게는 무료이지만 학생들의 정보를 보려면 선생은 가입비를 내야 한다. 내가 가입했던 한 과외 중개 사이트는 6개월에 1만5000원의 가입비가 있었다.

그렇지만 올라오는 글에 비해 과외 선생을 하려는 사람은 많다. 연결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이다. 연결을 해도 조건이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주변 친구들과 내가 가장 많이 이용하는 곳은 과외 중개업체였다. 업체에 가서 학생증이나 재학증명서를 내고 선생 등록을 하면 업체에서 전화로 연결을 해준다.

"과외비는 15만원, 중개료는 16만원"
서울대 스누라이프에 올라온 피해 사례

사례 1과외 업체로부터 45만원짜리 과외를 소개받은 A씨는 수수료로 50%인 22만5000원을 먼저 지불했다. 그런데 직접 과외를 가 학생의 부모님과 상담한 결과 과외비가 15만원으로 하향 조정됐다.

과외 중개업체에 15만원만큼의 수수료인 75000원만 내겠으니 나머지 금액 150000원을 돌려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과외 업체는 "우리들도 다른 사람 소개로 연결해 준 거라 과외비의 20%인 9만원을 소개비로 보냈다. 그러니 우리 수중에 남아 있는 13만5000원의 50%인 7만원 정도의 돈만 부쳐주겠다"라고 말했다.

15만원짜리 과외에 수수료를 16만원을 내냐고 따졌지만 전화를 그냥 끊어버렸다.

사례 2B씨는 중개업체로부터 과외를 소개받아 수업을 시작했지만 학생의 사정으로 한달 동안 두 번의 수업밖에 하지 못했다. 과외비는 수업 횟수를 채워야만 받을 수 있지만 과외 업체에서는 "그래도 과외비는 받은 것이다"라는 억지를 쓰면서 수수료 50%를 당장 달라고 요구했다.
전단지나 사이트에 비해 과외를 쉽게 구할 수는 있지만 수수료가 비싸다. 가입비 2~3만원과 함께 첫 과외의 50%를 떼어가는 것이 대부분 규칙이다. 그래도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들은 인맥이 없으니 울며 겨자먹기로 과외 업체의 문을 두드린다.

그렇지만 과외업체에 가서 선생 등록을 했다고 연결이 잘 되는 것도 아니다. 지난 여름방학이 시작하기 전, 나는 대치동에 있는 한 과외 업체에 선생 등록을 했다. 그러나 여름방학이 끝나고 첫눈까지 내린 이 시점까지 단 한 통의 전화도 걸려오지 않고 있다. 그나마 두 명이 한번에 업체를 찾았더니 가입비를 면제해줘 직접적인 피해는 없었지만 생각할수록 괘씸하다.

가입비를 냈는데도 연락이 오지 않거나 중개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같은 과의 한 친구는 과외 업체에 가입비 2만원을 돌려받으러 갔지만 곧 연결해주겠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 돈을 돌려받지 못했다. 결국 그 친구는 다시 한번 업체를 찾아가 기분 나쁜 말을 들어가며 가입비를 환불받았다.

이런 사례가 허다하다보니 친구들도 이제는 과외 업체에 등록하는 2~3만원의 가입비는 아예 버린 셈 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과외업체의 횡포에 또 다른 피해를 보는 대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가끔씩 서울대생들의 생활정보 포털사이트 스누라이프(www.snulife.com)에 들어가면 과외 업체의 횡포를 고발하는 글들이 올라온다.

타학교라고 해서 상황이 나은 것은 아니다. 소위 말하는 학벌에 따라 과외비 차이가 난다. 수수료도 점점 치솟는다. 한양대에 다니는 한 선배는 과외 중개업체의 수수료가 첫 과외의 70%라 억울한 마음이 들어 편법을 썼단다. 과외 학생의 부모님에게 중개업체의 수수료 얘기를 솔직히 털어놓고 상의 끝에 중개업체에는 과외가 성사되지 않았다고 알렸다. 그러나 사실은 첫달 5만원 깎아주고 정상적으로 과외를 진행했다.

직접 과외 시장으로 뛰어든 서울대생

a 스누라이프(www.snulife.com)에 올라왔던 과외 중개업체에 대한 불만들

스누라이프(www.snulife.com)에 올라왔던 과외 중개업체에 대한 불만들 ⓒ 정연경

과외를 밥줄로 삼은 몇몇 서울대생들은 이제 과외 업체들의 횡포에서 벗어나 직접 과외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서울대학교 학생들과 과외를 받고싶어하는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글을 올려 연결이 되도록 한 '질주(www.jiljoo.com)'가 그 시초격이다. 그러나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아 사이트 운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스누과외(www.snugw.com)' 역시 서울대생과 학생들의 자발적인 연결을 목표로 한다. 사이트에는 '기존 과외 중개업체들의 문제점들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한 재학생 운영의 서울대학교 과외 시장입니다'라는 설명이 붙어 있다. 이 사이트의 운영자는 지난 7월 스누라이프(www.snulife.com)에 글을 올려 이러한 고민에 대하여 밝힌 바 있다.

"과외로 생활중인 저 혼자로는 (사이트 운영이) 불가능한 까닭에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분께 도움을 받아 합자형식으로 운영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분은 사회인이라 수익성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추셨고, 과외비의 절반을 수수료로 받지 않으면 운영을 안하겠다고 하시더군요.

본래 '재학생이 운영하여 투명한 저비용의 과외중개 시스템'을 만들고자 했기 때문에, 다시 그 자리로 돌아가는 게 제 방향이리라 봅니다. 비용은 전부 무료로 할 생각입니다. 다만 사이트가 책임감있게 운영될 수 있도록, 서울대생 인증 방식은 그대로 이어나갈 생각입니다."


최근에 생긴 온리에스엔유닷컴(www.onlysnu.com) 역시 과외 중개 업체의 높은 수수료를 거부하고 가입비 대신 기부금을 받는다. 이 사이트의 운영자 역시 스누라이프에 "학우여러분! 이제 더 이상 과외중개비로 50% 이상을 착취당하지 마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홈페이지를 열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업체를 통해 구하는 과외는 수수료 명목으로 너무 많은 돈을 요구합니다. 어떤 업체의 경우 70% 이상을 요구하기도 하죠. 저희 사이트는 과외 중개 수수료는 없습니다. 하지만, 사이트 유지와 과외받을 학생을 모집에는 많은 비용이 소요됩니다. 그래서 과외를 구하신 분들께 자발적으로 '기부금' 을 받고자 합니다."

과외를 구하는 입장에서는 비싼 중개료 없이 과외를 구할 수 있다고 하니 이런 무료 중개 사이트가 자발적으로 개설되기를 기대해 본다.

대학생들이 아예 사교육을 적극 지지하고 나서는 꼴이 되어 과외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일이 분명 긍정적일 수만은 없다. 그렇지만 내년에는 두자릿수 등록금 인상에다 방값에 생활비까지 많은 비용을 매번 부모님께 손 벌릴 수 없는 노릇이고 보면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덧붙이는 글 | 정연경 기자는 <오마이뉴스> 인턴 기자입니다.

덧붙이는 글 정연경 기자는 <오마이뉴스> 인턴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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