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등사 주변의 소나무 숲길입니다.이승숙
전등사가 있는 정족산에는 산비탈을 따라서 돌로 쌓은 성이 길게 이어져 있다. 이 성을 삼랑성이라고 부른다. 성을 밟고 가다 보면 강화의 아기자기한 모습들을 구경할 수 있다. 강처럼 보이는 염하 바다 너머로 경기도 김포시가 설핏 보이고 또 다른 쪽으로 눈길을 돌리면 드넓은 들판이 가이없이 펼쳐진다. 또 다른 한 쪽으로는 서해의 섬들이 오밀조밀하게 다가온다. 마치 물수제비 놀이를 하는 양 섬들이 통통 던져져 있다.
삼랑성을 한 바퀴 돌아서 남문 근처까지 왔다. 그 때 봄이 엄마가 그러는 거였다.
"수목장 해 놓은 거 본 적 있어요? 저 쪽으로 가면 수목장 해놓은 데가 있어요."
"수목장 해 놓은 곳이 있어? 난 말로만 들었는데 해 놓은 데가 있단 말이야?"
수목장에 대해서는 신문기사를 통해서 보기는 했지만 실제로 본 적은 없었던지라 나는 무척 궁금했다. 그래서 봄이 엄마에게 그 곳이 어디냐고, 빨리 가보자고 채근을 했다.
남문을 지나 동문 쪽으로 올라가는 성벽 길은 조금 가팔랐다. 가파른 길을 올라가다보니 근처의 소나무들마다 다 번호표가 달려 있었다. 가만 보니 이 곳이 바로 수목장 터였던 것이다. 아직 수목장을 하지 않았지만 앞으로 누군가의 영생목(永生木)이 될 나무들이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