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의 소리, 진도의 소리를 찾아서~

등록 2006.11.19 13:01수정 2006.11.19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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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는 씻김굿과 다시래기, 진도 북놀이, 진도 만가, 진도 잡가, 진도 아리랑과 같은 무형문화재로 유명한 곳이다. 진도의 무속인들은 강신무가 아니라 대부분 세습무이다. 진도땅 임회면 상만리에 박씨 일가는 9대째 세습무로 우리나라 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연구 대상이라고 한다. 이번에는 박종기 선생 생가가 있는 마을과 국립남도국악원을 위주로 글을 써보고자 한다.

먼저 진도가 문화예술을 꽃피울 수 있었던 배경을 알아보자. 유배지였던 진도는 조선 후기에는 역모와 사화에 관련된 학자, 문인들의 유배지로 이용되었으며, 이곳에 유배 온 사람들로부터 문물이 전래되기도 하였다. 고려 시대부터 진도 지역에는 유배자들이 귀양해 오기 시작하였다. 조선시대에 와서는 영조때 전라감사가 '진도에 유배자가 너무 많아서 섬사람들이 그들을 먹여 살리느라 굶어 죽을 판이니 다른 곳으로 옮겨달라'고 건의를 했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귀양을 왔다.

당시의 귀양객들은 대부분 중앙 정계의 당파싸움에서 밀려난 양반 식자층으로서 학문과 사상이 깊은 사람이 많았다. 그들은 노래나 글 , 그림으로 실의의 시절을 보냈고 서당을 열거나 개인적 교분을 통해 진도 사람들에게 자기들의 소양을 전파했다. 진도에 유달리 서화 예술이 발달한 데는 그 영향이 컸다.

소치 허련을 비롯한 남종 문인화의 보금자리가 이곳인 까닭과 서예의 거성 소전 손재형과 후학 등이 이곳에 뿌리를 내린 이유도 유배자들과 관계가 있다. 그래서 진도 사람들은 한국인의 참된 모습을 보고 싶으면 진도에 오도록 주장하고 있다.

대금산조의 선구자 박종기 선생 고향마을


우리나라 대금 산조의 창시자로 알려진 박종기(1880~1947) 선생은 전남 진도군 임회면 상만리에서 태어났다. 집안 어른들로부터 젓대시나위(대금산조)를 배운 뒤, 수련을 거듭하여 신접한 경지에 이르러 젓대를 불면 산새들이 찾아 날아올 정도였다고 전해진다.

박종기 선생 고향 마을


박종기 선생은 의재 허백련의 주선으로 서울에 올라가 무정 정만조의 후원을 받으며 당시 민속음악의 명인 명창들과 극장에서 공연을 많이 하였다. 1933년에 창립된 조선성악회에서 박종기는 조선의 명창들과 활발하게 활동했다. 당시 대금을 분다는 사람은 거의 다 그의 제자였다고 한다.

박종기 선생의 생가. 생가에는 다른 사람이 살고 있었다.


좁은 골목길 양쪽에 있는 민가에도 늦가을 햇살이 내리쬐고 있었다.

박종기 선생의 대금 소리에 새들이 내려 앉았다는 후박나무

박종기 선생의  대금 소리에 새들이 내려 앉았다는 후박나무 아래에는 우물이 있었다. 그 우물가에서 대금을 불었나 보다. 세습무들은 악기를 잘 다뤄야만 했다고 한다.

박종기 선생의 자손으로는 씻김굿 중요 무형문화재 제72호인 박병천 선생을 비롯하여 지금도 활발히 활동 중인 국악인들이 많이 있다.

진돗개를 많이 볼 수 있는 마을이었다.

그곳에서 나와서 진도 국립남도국악원으로 발길을 돌렸다.지난 2004년 7월에 개원한 남도 국악원에서는 중요 무형 문화재인 씻김굿, 남도들노래, 다시래기, 강강술래, 북놀이, 만가, 잡가 등과 민속의 소리 진도 아리랑 등이 넘쳐 흐르는 곳이다.

유명한 진도 무형문화재들에 대해 알아보자. 먼저 '진도 씻김굿'은 국가지정무형문화재 제72호로 춤과 노래로써 신에게 비는 무속의식으로 의상은 상복차림이며 망자의 후손으로 하여금 망자와 접하게 하는 특징이 있다.

'남도들노래'는 국가지정무형문화재 제51호로 모내기, 논매기 등 주로 논일을 하면서 부르는 농요로써 그 가락이 다양하고 뒷소리를 길게 빼면서 시종일관 노래를 부르는 특징이 있으며 가락과 내용이 뛰어나다.

'다시래기'는 국가지정무형문화재 제81호로 상가에서 출상 전날 밤에 상주와 그 가족을 위로하기 위하여 사물 반주에 맞추어 노래와 춤과 재담으로 진행되는 일종의 가무극적 민속놀이다.

'강강술래'는 국가지정무형문화재 제8호로 8월 한가윗날 휘영청 달 밝은 밤에 마을의 꽃다운 처녀들과 아낙네들이 손을 마주잡고 둥글게 원을 그리면서 노래하고 여러가지 놀이를 하는 진도지방 고유의 민속놀이다.

'진도북놀이'는 도지정무형문화재 제18호로 양손에 북채를 쥐고 장구처럼 치기 때문에 잔가락이 많이 활용되면서 멈춤과 이어짐이 민첩하고 가락이 다양하다. 특히 북이 갖는 시간적 소리와 즉흥적 춤사위가 갖는 공간적 움직임이 어우러져 흥을 북돋운다.

'진도만가'는 도지정 무형문화재 제19호로 사람이 죽었을 때 상여를 메고 가면서 일종의 상여소리지만 남자만이 상두꾼이 되고 요령이나 북을 치면서 만가를 하는 다른 지방과는 달리, 진도에서는 여자도 상두꾼으로 만가의 반주로 사물과 피리가 등장한다.

'남도잡가'는 도지정 무형문화재 제34호이다. 진도군은 어느 마을에 가나 멋진 부녀자들의 노래가락을 들을 수가 있고 목청 또한 그렇게 구성질 수가 없다. 뿐만 아니라 진도아리랑을 비롯하여 남도지방에서 불리어지는 창, 민요는 거의다 부를 줄 안다.

'진도아리랑'은 향토무형유산 제1호로 옛 부터 아리랑 타령이라 하여 구전으로 불리어져 다른 민요와 같이 그 기원은 알 수 없으나 조선말인 1900년대 초부터 진도아리랑이라 이름하였다 한다. 가사는 임을 그리는 애끓는 심사와 원망을 해학적으로 엮는 내용이 많으며 때마다 부르는 사람이 지닌 정서를 전래의 가락에 맞추어 즉흥적으로 불려지는 극히 서민적인 민요이다. 장단은 세마치이고 선율은 시나위형으로 중몰이 장단에 불려지며 특히 진도아리랑은 가사와 함께 가락에 독특한 남도 민요의 진수로 일컬어진다.

진도 국립국악원 앞 바닷가

국악원은 앞은 바닷가, 뒤는 우람한 산으로 둘러 싸인 곳에 있었고 규모가 상당했다. 풍광은 좋으나 너무 외진 곳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자주 찾기가 쉽지 않다는 말이다.

국립 남도국악원 전경

전남 진도군 임회면에 위치해 있으며, 본관, 진악당(공연장), 사랑채(숙박시설)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곳은 진도를 비롯항 전남 서남해안지역의 풍부한 전통문화유산 특히 남도전통음악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보존하고 계승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설립된 곳이다.

남도 국악원 숙박동(사랑채)

진도 국립 국악원은 공연과 교육, 연수 및 체험, 그리고 국악연구사업을 통해 국악의 보급활동 및 국악을 통한 건전한 여가문화의 선도와 이를 활용한 국민정서의 함양, 문화소외지역 주민들에게 국악문화를 체계적으로 보급함으로써 전통문화의 향유 및 국악활성화에 의한 지역 문화예술의 관광자원화의 토대를 마련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남도 국악원 사무 연습동

남도국악원에서는 매주 금요일 저녁 7시에 상설 국악공연을 하고 있다. 진도읍에서 국악원으로 셔틀버스가 운행되고 있다. 또 매주 토요일 오후 2시에 진도 향토문화회관에서 강강술래, 남도들노래, 씻김굿, 다시래기, 북놀이, 진도만가, 남도잡가, 진도아리랑 등을 공연한다. 그리고 곳곳에서 우리소리 강습과 공연이 있어서 진도 땅 여기 저기에서는 우리소리가 끊임없이 흘러 나오고 있다.

상당히 규모가 크고 활성화가 되면 우리 국악 발전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을것 같다. 다만 아쉬운 것은 공연을 보고 싶어도 너무 멀어서 마음과는 달리 가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외지인들이 찾는 휴일에 공연이 이어진다면 진도를 찾는 발길이 좀 더 잦아질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  11월 12일 광주민속박물관대학 문화유적답사를 다녀왔습니다.

* 광주광역시 교육연수원에서 발행한 책 < 우리고장의 문화유적을 찾아 -진도편>과 진도군에서 발행한 소책자 <진도 이야기>를 참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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