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도시특별법 반대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주민.무주기업도시반대공대위
무주군과 대한전선이 안성면 사무소에 마련한 골프장도시 사업 전시관에 들렀다. A4용지 800페이지 분량의 ‘무주 관광레저형 기업도시 개발구역지정 제안서 및 개발승인신청서’를 관람하는 주민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다만 군청직원과 대한전선 담당자가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민선(33) 무주공대위 사무국장과 심순보 공동대표가 대한전선 관계자에게 항의하듯이 질문을 던졌다.
이민선 "70∼80 되신 할아버지 할머니가 이렇게 방대한 분량의 계획서를 어떻게 보겠습니까. 제가 보아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 저희들에게 먼저 설명해 주시지요."
대한전선 "그 사업계획서에 자세히 나왔으니까 참고하시면 됩니다."
이민선 "주민들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떤 대책을 마련 중입니까?"
대한전선 "이주대책도 그 사업계획서 안에 있습니다."
심순보 "이 방대한 사업서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어떤 주민이 한가하게 앉아서 보고 있겠습니까? 말로 설명해 주시지요. 아파트를 마련해서 분양할 계획이라는데 누가 입주를 하겠습니까? 주택융자도 해 주겠다고 그러던데, 내 고향에 내 집 놔두고 누가 융자받아서 객지로 나가겠습니까?"
대한전선 "아파트 분양계획은 현실성이 없어서 공동농장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민선 "개인 농장도 운영하기 힘든 마당에 공산주의 사회에서도 쉽지 않은 공동농장이 가능할 거라고 생각합니까? 그야말로 탁상행정의 전형이군요. 집만 달랑 있는 주민들이 어떻게 집을 짓고 땅도 살 수 있겠습니까?
여기 수달이 살지 않는다는 보고서를 사업계획서에 제출하셨는데 제가 2년 전 화장실을 가다가 수달을 보고 친구들을 불러내어 한바탕 소동을 일으킨 적 있습니다. 앞뒤가 안 맞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저수지의 물을 뺀 이후로 수달이 사라졌다는 건가요?"
심순보 공동대표는 이렇게 주장하며 무주군청 행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천연기념물(제330호)을 보호해야 할 군청이 골프장건설을 위해 수달의 서식지를 파괴한 것은 환경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증거가 아닙니까? 그러한 권한이 누구에게 있습니까? 덕유산의 맑은 물은 산 하나를 넘어 용담댐으로 흐르고 용담댐 물은 다시 대청댐으로 흐릅니다.
전주시와 대전시의 상수원이며 새만금 지역까지 농업용수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개발로 인해 그 물길들이 끊기지 않는다고 누가 보장할 수 있겠습니까? 국내최대 골프장이 되면 국내 최대 농약살포장이 될 텐데 이곳에서 흘러간 오염된 물을 누가 마시겠습니까?"
한 번 파헤쳐진 자연은 원상회복이 불가능하다. 지구 곳곳에서 환경파괴로 인한 기상이변으로 멀지 않아 식량이 무기가 될 것이라는 진단서를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주민들은 조상이 물려준 자연과 생명의 땅을 가꾸고 미래 세대까지 살 수 있는 아름다운 자연과 고향을 물려주고 싶은 것이다.
반딧불 청정의 쌀과 보리, 사과와 천마는 먹고 살 수 있지만 골프공은 먹고 살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골프장은 몇 사람의 필드일 따름이라며 농민의 삶의 터전을 지켜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소나무 한 그루도 오래 살면 보호수가 되는데, 수 천 년 터를 잡고 살아온 고향을 누가 송두리째 뽑으려 하는가. 산허리를 자른 임로에서 골프도시 예정지를 내려다보며 울분을 토하고 있다.최종수
| | 골프장 기업도시 무엇이 문제인가 | | | 45홀로 수정했지만 주민들은 '원인무효'... 1년 넘게 1인 시위 | | | | 무주골프장 기업도시 반대 공동대책위(무주 생태문화도시 추진위원회)는 2004년 6월 전경련에서 기업도시 특별법이 발의되어 12월 31일 기업도시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출범하게 됐다.
무주군청은 2005년 1월 기업도시 시범사업 추진계획 공고에 들어갔다. 이어 4월 초부터 골프장 기업도시가 들어선다는 정확한 정보나 사전 공청회 없이 주민동의 서명작업에 들어갔다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이어 7월 8일에 관광레저형 시범사업지역으로 무주군이 선정되었고, 지역 주민들과 시민단체는 7월 말이 되어서야 기업도시 계획안이 골프장도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대한전선은 1조9천 억원을 투자해서 2007년부터 2015년까지 총부지 245만평에 54홀 골프장을 완공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게 된다.
2005년 7월 국내최대 규모의 골프장 건설이 추진되자 주민과 시민단체들이 무주골프장 기업도시 반대 공동대책위를 구성, 반대투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이들은 여러 차례 기자회견과 무주군청과 대한전선과 리조트 앞에서의 집회를 가졌다. 청와대와 국무총리실에도 서명을 통해 주민들의 반대의견을 알렸다.
또한 무주기업도시 주민동의서 사본, 기업도시 신청 사전영향평가서, 시범사업제반서류에 대한 정보공개를 요청했으나 무주군에 의해 거부당했다.
골프장 반대단체 측은 2006년부터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생태문화도시 추진을 위한 교육과 강연을 실시했다.
대한전선과 무주군이 11월 30일 무주 관광레저형 기업도시 개발구역 지정 제안 및 개발계획안 공청회를 마치고 문화관광부에 정식 승인절차를 밟을 예정이어서 마찰이 예상된다.
무주군이 사전에 사업설명회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한 골프장 기업도시가 주민들과 시민단체의 강한 반대에 부딪쳐 54홀에서 45홀로 수정됐지만, 여전히 원인무효를 주장하며 헌법재판소에 위헌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2005년 9월에 시작된 무주군청 앞 1인 시위가 지금도 계속 되고 있다. / 최종수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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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 기자는 정의구현 전국사제단의 일꾼으로, 불평등한 소파개정 국민행동 공동집행위원장으로 2000년 6월 20일 폭격중인 매향리 농섬에 태극기를 휘날린 투사 신부, 현재 전주 팔복동성당 주임신부로 사목하고 있습니다.
'첫눈 같은 당신'(빛두레) 시사 수필집을 출간했고, 최근 첫 시집 '지독한 갈증'(문학과경계사)을 출간했습니다. 홈피 http://www.sarang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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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홀 국내최대 골프도시가 살길? "우리 농민 살길은 생태문화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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