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골프장기업도시 반대공동대책위 심순보 공동대표가 주민들의 절박한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최종수
다음날 오전 10시, 두문리 주민들에게 천막농성을 맡기고 교대를 기다리고 있는 덕곡리 마을회관을 찾았다. 할머니 아주머니 20여분과 할아버지 아저씨 10여분이 모여 있었다. 읍내 나가는 버스 시간을 기다리던 이길순 할머니(67·덕곡리)가 울분을 토해 냈다.
"우리는 밭 600평 논 700평 있는데 7남매(2남 5녀)를 허리가 부러지도록 가르치느라 농협 빚이 몇 천 만원이여, 보상금 받아서 빚잔치도 못하는데 어떻게 나갈 수 있당가. 이 늙은이를 써줄 곳도 없고 어디 가서 할 것도 없는디. 나가면 죽기 밖에 더 허것어."
무주골프장기업도시 반대공동대책위 일을 하면서 17Kg이나 살이 빠진 공동대표 심순보씨(52)가 말문을 열었다.
"대한전선에서 공짜로 집을 지어준다고 해도 고향을 안 떠날 판인디. 자기 땅 10만원에 팔고 새로 조성된 택지를 40만원에 분양 받을 사람이 어디 있냐고요. 설령 5년 거치 15년 상환 주택자금 융자받아서 집터 분양 받고 집을 짓는다고 해도 무엇을 해서 그 융자를 갚을 수 있단 말입니까?
옆의 진안군에 용담댐이 건설되면서 많게는 몇 십억 보상금을 받은 사람들도 있었는데 80% 이상이 도시에 나가 이것저것 하다가 다 망해서 다시 고향 사람들 곁으로 돌아 왔어요. 친구들과 친척들이 그런 꼴을 당했어요. 더구나 5천 평이 넘는 세대가 기타 마을까지 151세대 중 10세대도 안 됩니다. 대부분 농협 빚 갚고 나면 알거지가 되는데 누가 골프장 기업도시를 찬성하겠어요."
할머니들이 점심을 준비하고 있는 방문을 열었다. 할머니들이 자신들의 결의를 보여주겠다며 '골프장 기업도시 절대 안 돼! 절대 안 돼!' 구호를 외친다. 점심때가 되었으니 밥 먹고 가라는 할머니들의 성화를 뿌리치고 군청으로 달렸다. 다행히도 점심시간 전에 도착했다. 국책사업단 사무실에서 무군군청 기업도시 담당 소장을 만났다.
- 군과 대한전선에서 주민들 보상이나 이주대책을 어떻게 세우고 계십니까?
"마을 대표단이 구성되지 않아 구체적인 보상이나 이주대책이 마련되지 않았습니다. 지금 계획으로는 243만평 부지 내에 2만3천 평의 택지를 조성해서 두 마을 주민들에게 분양할 계획입니다. 지금 예상되는 조성가는 39만9300원입니다. 5년 거치 15년 상환 주택자금도 마련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