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엄정화를 한국의 마돈나라 불러라!

란제리 패션은 색다른 시도와 콘셉트... 무대 위 퍼포먼스에 불과

등록 2006.11.21 10:27수정 2006.11.21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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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정화가 'Come 2 Me'를 부르며 란제리 패션이라는 파격적인 의상을 입은 채 대한민국영화대상 축하무대를 펼쳐 네티즌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많은 네티즌들은 그녀의 나이를 운운하며 대체적으로 “보기 민망하다”라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정작 그녀는 “나이를 잊고 산다”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사실 이미 그녀의 그러한 패션은 컴백무대에서부터 많은 논란을 일으켰고, “마돈나를 따라하지 말라!”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그녀의 패션이 정말 그렇게 이상한 것일까?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그녀의 패션은 충분히 자신의 노래를 어필하기 위한 최고의 방법이고, 이를 선택해 잘 활용하고 있다. 네티즌들의 말대로 그 늦은 나이에도 그러한 패션을 과감하게 입으며, 소화해내는 걸 보면 대단한 관리라고 할 수 있다.

a 대한민국영화대상식에서 보여준 그녀의 축하무대

대한민국영화대상식에서 보여준 그녀의 축하무대 ⓒ imbc

다만, 그녀의 패션이 한국인 정서에 맞지 않아 쓴소리를 듣고 있는 것이다. 성에 대한 생각이 예전보단 개방됐고, 의식도 바뀌었지만 아직 그 수준까지는 아니라는 이야기다. 우리나라의 근본이라 할 수 있는 유교가 뿌리를 잡고 있는 한 란제리만 걸치고 노래를 부르는 그녀를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그녀의 그러한 패션코드는 너무 앞서간 것은 아닐까, 싶다.

한국이란 나라의 크기를 잘못 알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아직은 수용의 폭이 미국처럼 넓지 않다는 뜻이다. 미국에선 마돈나가 팬티를 연상시키는 의상을 입고 무대에서 수많은 남자 댄서와 섹스를 연상케 하는 춤을 추면 열렬하게 환호한다. 또 국내에서도 비교적 외국인라는 점을 감안해 그녀의 행동을 무조건 비난하지는 않는다.

결국 엄정화는 마돈나를 벤치마킹하며 실제로 한국의 마돈나라 불리고는 있지만 우리나라의 수용폭은 그다지 넓지 않다. 과거 룰라 출신 김지현이 '캣츠아이'를 부를 때, 가죽 캣 우먼 의상을 입고 나왔을 적이 있었다. 그땐 모두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당시 엄정화와 섹시 퀸을 다투던 그 시절 그 패션 콘셉트는 너무나 시대를 앞서간 판단착오였다. 그 이후 그녀 또한 실수를 인정한 바 있다. 사실 대중을 상대를 하는 연예인이란 직업은 당시 시대가 요구하는 바를 파악해, 적절히 수용하고, 이를 잘 활용해도 본전이다. 그런데 이 같은 패션 콘셉트는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즉 이러한 파격적인 의상을 준비했을 땐, 분명 엄정화는 대단한 용기와 함께 비판도 각오할고 있어야 한다. 물론 그러한 각오를 이미 했을지도 모른다.

물론 이러한 것을 다 떠나 지금의 논쟁이 불거진 부분만 봤을 때, 우리는 연예인들에게 너무나 많은 것을 원하고 있다. 그들에게 한편으로 열광하고 벤치마킹하면서도 그들을 비난하는데도 1등이다.


연예인들은 공인이라는 개념을 적용시키는 이유를 특별하게 모르겠지만 그들은 대중을 상대로 자신들의 이미지를 통해 먹고 살아가는 직업인일 뿐이다. 단지, 그들의 하나하나의 행동이 대중들에게 즉각적으로 반응을 일으킨다는 점이 다른 여타의 직업과 다를 뿐이다.

이러한 사실을 감안하고 본다면 어떠한 대중성을 선도하는 입장에서 엄정화의 패션 콘셉트는 나쁜 것만은 아니다. 또한 그녀가 불혹의 나이를 앞두고도 저렇게 파격적인 의상을 자신 있게 입는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그녀가 연예인으로서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지는 짐작가는 대목이다.

그녀는 가창력이 짙은 라디오 가수가 아니다. 무대에서 성량이 풍부함 음색으로 사람들을 압도하는 가수가 아니다. 빅마마, 장혜진 등과 같은 라디오 가수가 아니기 때문에 충분히 그녀가 할 일은 무대에서 들을 거리와 함께 볼거리도 제공해야 한다.

물론 이러한 이야기를 하면 “무슨 노래도 못하는 사람이 가수냐!”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것이 틀린 말은 아니다. 노래실력은 가수의 기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엄정화가 가창력이 훌륭한 것은 아니지만 형편없는 것도 아니다. 그녀는 가수로서 살아남기 위한 길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판단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마돈나를 생각해 보자. 80년대 혜성같이 나타난 여성 마돈나. 스트립걸을 연상케 하는 패션과 얼굴에는 빨간 립스틱과 함께 매혹적인 점이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MTV 시대와 함께 무대 위를 방방 뛰며 'Like a virgin'을 노래했다. 모든 미국의 남성들과 많은 팬들이 그녀에게 열광했다. 그 뒤 90년대를 지나 그녀는 끊임없이 자신의 모습을 변화시켰다.

창녀에서 성녀와 여전사까지. 그녀의 끝없는 도전은 21세기인 지금도 그를 여전히 디바로 불리게 한다. 여타의 라이벌 가수들인 신디 로퍼, 휘트니 휴스턴 등이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지고 있는 지금 유일하게 살아남아 있다.

그녀는 신디 로퍼처럼 독특한 음색을 지니거나 싱어송 라이터의 실력을 갖추지 못했다. 또한 휘트니 휴스턴처럼 탁월한 음색을 지녀 사람들의 마음을 파고들지도 못한다. 적당한 음량과 실력이지만 무대 위에서 타인이 아닌 마돈나가 주인이라는 사실을 강하게 어필하며 각종 멋진 퍼포먼스로 무대를 하나의 쇼로 바꾸며 여전히 현역으로 버티고 있다.

그렇다면 이를 벤치마킹하는 엄정화는 어쩌면 여우다. 그것도 꼬리를 아홉 개나 달고 있는 구미호가 아닐까? 그녀는 '배반의 장미'로 섹시를 콘셉트로 '초대'까지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다. 이어 그녀가 선택한 것은 소품으로 착용하고 나왔던 헤드폰이 크게 유행을 했을 만큼 인기를 얻었던 엄정화의 '몰라'는 아직도 색다른 시도가 성공한 사례로 손꼽힌다.

이어 9집은 마돈나처럼 일렉트로니카의 장르를 빌려와 한국의 마돈나를 다시 굳히기에 나섰고, 이도 다른 여가수들과는 다른 행보였다. 당시 일렉트로니카 장르를 소화하는 여가수들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 10집은 하우스, 디스코의 경쾌한 음반을 내놓았다. 이마저도 마돈나를 철저하게 벤치마킹하고 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마돈나도 새롭게 내놓은 음반에서 '컨페션스 온 어 댄스 플로어(Confessions On a Dance Floor)디스코에 찬사'라는 타이틀로 'Huming'을 내놓고 파격적인 에어로빅을 연상케 하는 80년대 풍의 노래를 내놓았다. 그것은 대성공이었다.

엄정화도 결국 그녀를 따라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누구도 상상할 수 없던 일을 과감하게 활용한 것이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처럼 엄정화는 이렇게 자신에게 맞는 것을 파악하고 끊임없이 도전하고 있다.

단지 그것이 한국의 정서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그녀의 용기를 단정 짓는 것은 곤란하다. 그녀의 용기에 오히려 박수를 부탁한다. 그것인 어떠한 결과를 나을지에 대한 것은 그녀 스스로 책임을 질 테니 말이다.

덧붙이는 글 | 데일리안에도 송고함

덧붙이는 글 데일리안에도 송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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