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택순 "범국본 집회 금지 검토"
범국본 "헌법 기본권 유린 만행"

경찰-시민운동단체 '정면충돌'... 집회 강행 충돌 불가피

등록 2006.11.23 12:47수정 2006.11.23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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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는 23일 오전 청와대 부근 청운동사무소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전국적으로 열린 범국민총궐기대회의 일부 폭력시위와 관련해서 범국본 주최 집회를 모두 막겠다고 밝힌 경찰청장을 강하게 비난했다. 또한 광주집회에서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레이저 철심총탄`을 사용했다며 사진을 공개했다.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는 23일 오전 청와대 부근 청운동사무소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전국적으로 열린 범국민총궐기대회의 일부 폭력시위와 관련해서 범국본 주최 집회를 모두 막겠다고 밝힌 경찰청장을 강하게 비난했다. 또한 광주집회에서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레이저 철심총탄`을 사용했다며 사진을 공개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기사 대체 : 23일 오후 2시 48분]

경찰이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이하 범국본)의 대규모 집회를 금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범국본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서면서 갈등이 커지고 있다.

이택순 경찰청장은 23일 오전 각 지방경찰청장과의 긴급 화상회의에서 "한미FTA저지 범국본 집회에 금지통고를 내리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청장은 회의에서 "국민들의 여망을 저버리고 시위 참가자들이 불법ㆍ폭력시위를 자행했다"고 비난한 뒤 "불법행위자들을 엄중히 사법처리하라"고 말했다.

경찰 "범국본 지도부, 평화시위 약속 어겼다"

a 이택순 경찰청장은 23일 오전 각 지방경찰청장과 긴급 화상회의를 갖고 "향후 한미FTA저지 범국본이 주최하는 집회에 금지통고를 내리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자료사진)

이택순 경찰청장은 23일 오전 각 지방경찰청장과 긴급 화상회의를 갖고 "향후 한미FTA저지 범국본이 주최하는 집회에 금지통고를 내리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권우성


또 "충남, 전남, 경남, 강원, 충북 등 폭력시위가 발생한 지역의 집회 주최자들에게 즉시 출석요구서를 보내고 만일 출석에 불응할 경우 체포영장을 발부받아서라도 끝까지 수사하라"는 수사지침까지 하달했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간혹 폭력시위가 벌어지기는 했으나 경찰이 '집회 원천금지'라는 초강수를 둔 것은 드문 일이다.

이 청장이 범국본 주최 집회 금지를 검토하라고 한 것은 전날 벌어진 폭력시위가 도를 넘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2일 창원·광주·강원·대전·제주 등 곳곳에서 벌어진 집회 시위는 각목과 횃불, 돌멩이가 날아다니면서 한층 과격해진 모습을 보였다. 강원도청은 정문 담장이 무너졌고, 충남도청 앞마당에는 불길이 치솟았다. 광주시청에서는 '준방탄급' 대형유리 40여장이 깨졌다.

애초 경찰은 집회허가를 내주며 "불법 폭력시위를 자제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한미FTA저지 범국본 지도부와 협의 과정에서 평화시위를 보장할 테니 도로점거 등 불법행위를 하지 말아달라고 여러 차례 부탁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불법행위가 일어날 경우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거듭 말했고, 지도부도 충분히 뜻을 알고 협력을 약속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서울을 제외한 지방의 시위는 시위대와 경찰간의 충돌 등 불미스러운 사고로 얼룩졌다. 이 때문에 이 청장은 23일 오전 매우 격앙된 상태에서 회의를 주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청장도 마찬가지지만, 범국본이 약속을 파기한 이상 더 편의를 봐줄 수 없다는 게 내부 분위기"라고 전했다.


범국본 "경찰청장 파쇼적 태도 보이고 있다" 맹비난

이 청장의 발언이 알려지자 범국본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범국본은 이날 오후 1시 청와대 인근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을 향해 "헌법을 유린하고 있다"고 비난을 퍼부었다.


범국본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헌법 위에 군림하려는 경찰청장의 파쇼적 태도에 끓어오르는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과거 군사독재 시절에나 있을 법한 집회시위 원천 봉쇄 운운하는 작태를 반복하며 공개리에 천명한 것은 참여정부의 개혁파탄의 생생한 증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범국본은 또 "자유롭고 평화적인 집회자유의 보장은 경찰이 마음에 들면 허락하고 마음에 안 들면 금지시키는 식으로 자의적인 적용을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특히 범국본은 정부와 언론이 집회 참가자들을 '폭도·난동꾼'으로 매도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문경식(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언론은 농민들이 왜 거리로 나섰는지는 단 한 구절도 없이 마치 과격한 폭도인양 매도하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문 의장은 전날 벌어진 과격시위에 대해 "농민이 다 죽고, 나라가 넘어가게 생겼는데 경찰이 그어놓은 금 안에서만 시위하라는 말이냐"고 반박했다. 이어 "일제시대 독립운동가들은 일본 경찰이 해놓은 테두리 안에서 독립운동한 것이 아니다"라며 "농민들은 독립운동 하는 심정으로 나섰다"고 옹호했다.

박석운(범국본) 집행위원장도 "각 언론이 매우 선정적으로 돌출 사고만 보도해 난동이라고 썼는데 성난 민심이 왜 그렇게 떨쳐 일어났는지 전혀 보도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상렬(범국본) 공동대표도 "경찰이 범국본을 범죄집단 취급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a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는 광주집회에서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레이저 철심총탄'을 사용했다며 사진을 공개했다.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는 광주집회에서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레이저 철심총탄'을 사용했다며 사진을 공개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29일 집회 강행... 물리적 충돌 일어날 듯

범국본은 또 경찰의 과잉진압 의혹도 제기했다. 범국본은 기자회견에서 "광주 진압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레이저 철심총'을 쐈다"고 주장하며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 속 집회 참가자의 상의에는 총탄 구멍과 같은 두 개의 구멍이 뚫려 있었다.

경찰과 범국본이 갈등을 겪으면서 11월 29일과 내달 6일(한미FTA 5차 협상 개시일)로 예정된 대규모 집회에서 또 다시 충돌이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단 경찰은 22일 시위 책임자를 조사하기 위해 출석요구서를 발부하겠다고 밝혔다. 명분상으로는 불법 폭력시위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지만, 앞으로 예정된 시위의 기세를 꺾으려는 의도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반면 범국본은 집회를 강행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허영구(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만약 경찰이 폭력적으로 집회를 봉쇄하고 지도부를 소환하면 29일 집회는 정부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다른 양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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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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