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식 총여학생회는 가라?

[작은 사회, 대학의 선거를 말한다 2] 총여에 불어오는 변화의 바람

등록 2006.11.23 17:00수정 2006.11.2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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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비해 우리 사회는 유교적 관습이나 남녀에 대한 고정관념 등에서 많이 벗어났지만 차이와 차별은 여전히 상존한다. '차이는 인정하되 차별은 말라'고 했지만 아직 우리 사회는 차이는 인정하고 차별도 하는 모습이다.

평등과 권한의 반비례 관계?

2006년 고려대 '성희롱 및 성폭력 상담소'가 전체 교수세미나에서 "희소가치 높은 것은 처녀", "여학생은 발표할 때 빨간 치마를 입어라", "엄마도 가슴이 크냐" 같은 언어성폭력 발언을 공개해 문제가 되었다. 전북 ㅎ대학에서는 "너는 난자 팔면 비싸게 팔리겠다", "외모로 성적을 준다면 너는 좋은 성적을 받기 힘들겠다"는 등의 발언을 이유로 해당 교수가 해임됐다.

여권(女權)이 과거와 비교해 많은 부분에서 신장되었지만, 대학사회에서 성폭력 혹은 성 비하발언이 여전히 존재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2005년 유엔개발계획(UNDP)이 발표한 인간개발지수(Human Development Report)를 보면 한국은 국가별 남녀평등지수(GDI, Gender-related Development Index)가 140개국 중 27위로 비교적 상위에 속했으나, 여성권한척도(GEM, Gender Empowerment Measure)에선 80개국 중 59위를 기록해 하위에 머물렀다.

여권과 남권의 줄다리기

대학사회에서 여권신장과 양성평등에 앞장서는 곳이 바로 총여학생회(아래 총여)다. 하지만 총여학생회를 두고 잦은 논란이 일어난다. 총여학생회의 필요성 자체에 대한 의문 혹은 '총학생회의 들러리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대표적이다.

실례로 한양대학교 서울캠퍼스에서는 존폐 논란을 거쳐 총여가 없어졌다가 2003년 다시 만들어졌다. 충북대도 마찬가지였다.

이는 성폭력 예방이나 성관련 범죄에서 총학생회 산하의 여성국과 총여학생회가 다룰 수 있는 범위는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총여는 여성인권을 향상하고 양성평등을 이뤄 궁극적으로 총여가 없어지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러한 총여의 활동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양대학교의 한 학생은 "여성이 사회적 약자인 것은 분명 고쳐야 할 현실이지만 대학이란 공동체에서 여학생이 과연 남학생과 비교해 어떤 차별을 받는지 의문"이라며 "여권신장 등의 의제가 역차별로 이어지지는 않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심과 합리의 문제, 생리공결제


이러한 가운데 총여에서 공약으로 내놓은 '생리공결제'가 이슈가 되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 34조 3항에는 "국가는 여자의 복지와 권익의 향상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국가인권위도 올해 1월 "여성의 건강권과 모성 보호 측면에서 적절한 사회적 배려를 하도록 관련 제도를 보완하라"며 생리 공결제 시행을 권고했다.

이러한 이유로 생리공결제는 전국 초․중․고등학교에서 시행되고 있다. 중앙대와 성신여대도 올해 2학기에 도입했고 연세대는 2007년 1학기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서원대는 올 11월을 생리공결제 시범기간으로 정했다.

이와 관련, 찬반과 우려 섞인 목소리가 섞여 나오고 있다. 서울대 03학번 백수진(서어서문학)씨는 "여성에게 있는 신체적 차이를 인정하고 모성을 보호하기 위해서도 생리공결제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악용될 소지에 관해서는 "결석하면 당사자의 손해이거니와 자신의 몸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부작용은 없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중앙대 신문방송학과의 김종락(00 학번)씨는 "여성의 권리라는 생각이 들지만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본다"고 말하고 생리공결제가 "결국 제도의 합리적 이용과 여학생들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문제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달리 한양대 안산캠퍼스의 '열정plus' 총여 선본은 "유독 여성의 생리만을 우선에 두어 생리공결제를 실시하는 것은 남학생들에 대한 역차별"이라고 주장했다.

리본? Reborn(다시 태어나기)!

총여가 없는 학교도 있었을 뿐더러, 존재하더라도 총학생회에 비해 활동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 하는 경우가 있었다. '여성문화제' 등의 행사를 주관하지만 학생들은 그리 많이 참여하지 않는다. '여성주의'보다는 손톱 미용(네일아트), 스카프 염색 등 행사에 관심을 보이는 여학생들이 많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숙명여자대학교 04학번 변성애(문화관광)씨는 "꾸미기를 좋아하는 20대 여대생들에게는 '여성주의'보다는 네일아트 등이 더 매력적"이라면서도 "사회가 요구하는 여성의 성 역할이나 일상적 차별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11월 9일 한양대학교 안산캠퍼스의 '2007학년도 총(여)학생회 선거 학내 언론사 공청회'에서 '열정plus' 총여 선본은 "1960~1970년대 총여는 가라!"며 "총여학생회는 여학생만을 위한 학생회가 아니라 학내에 존재하는 소수자나 약자를 함께 아우르는, 소수를 대변하는 단체"라고 주장했다.

상대적 약자인 여학생들을 대변하되, 그 폭을 더욱 넓히겠다는 것이다. 소수의 인권을 대변하겠다는 총여의 새로운 바람이 변화의 귀추가 될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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