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사이더' 대학생이 늘고 있다

'아웃사이더' 대학생들, 인터넷에 꾸준히 고민 올려... '자발적 아웃사이더'도 많아

등록 2006.11.24 18:31수정 2006.11.24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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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활이 정말 재미없다. 수업 들을 때 말곤 자취방에서 혼자 시간을 보낸다. 오티(오리엔테이션)나 엠티, 개강총회도 가본 적 없다. 편한 게 좋아 아웃사이더가 됐는데 심심하다. 대학은 역시 자기 하기 나름인가 보다. 얼마나 재미가 없으면 군대가 더 기대된다. 1학년은 어떻게 보냈지만 군대 다녀와서 남은 3년은 어떻게 학교를 다닐까 고민이다."

10월 26일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지식인'에 올라온 글이다. '06학번 대학생'이라는 글쓴이는 한 학년의 막바지에서 '아웃사이더'인 자신의 대학생활을 털어놓았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지식인'에는 이러한 아웃사이더 대학생들의 고민 섞인 글이 꾸준히 올라온다.


a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지식인'에 올라온 아웃사이더 대학생들의 '고민 섞인' 글들.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지식인'에 올라온 아웃사이더 대학생들의 '고민 섞인' 글들. ⓒ 이덕원

아웃사이더란 기성 틀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사상을 지니고 행동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특히 여기서 말하는 아웃사이더는 대학생활에서 과 행사에 참여하지 않을 뿐더러 같은 과 동기나 선후배와 교류하지 않는 대학생이다. 그리고 반대로 과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같은 과 동기나 선후배와 활발하게 교류하는 대학생을 '인사이더'라고 부른다.

아웃사이더야 사회 어느 곳에나 있기 마련이지만, 대학이라는 작은 사회에서는 인사이더와 아웃사이더의 구분이 매우 뚜렷하게 나타난다.

아웃사이더와 인사이더, '어떻게' 나눠지나

H대학에 다니는 손모(24)씨는 대학 입학과 동시에 아웃사이더가 됐다. 손씨는 아웃사이더가 된 배경에 대해 "원하지 않았던 대학이라 정이 안 가 오티에 가지 않았는데, 그것 때문에 아웃사이더가 된 것 같다"고 말하고 "학기가 시작하고 보니 이미 오티에서 같은 조였던 이들끼리 친해진 상태여서 끼어들 수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그 후 줄곧 불편해서 학과행사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덧붙인 손씨는 "(4학년인) 지금도 전공강좌에서 동기나 선후배들이 어느 과냐고 묻는다"며 아쉬워했다.


손씨의 경우처럼 아웃사이더와 인사이더는 대학 신입생 환영회 참여 여부에 따라 나눠지기 쉽다. 신입생에게 이 행사는 동기나 선배들과 만나 처음 친분을 쌓는 자리기 때문이다.

반면 K대학에 다니는 정모(23)씨는 학과행사에 열심히 참여하고도 아웃사이더가 됐다. 정씨는 "처음에는 오티를 비롯해 엠티나 총회 같은 학과행사에 열심히 참여했다"고 밝히고 "하지만 내성적인 성격 탓인지 사람들을 사귀지 못해 아웃사이더가 됐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학교에서 고등학교 동창 외엔 인사를 나누는 사람이 없다"고 말한 뒤 "선후배들이랑 반갑게 인사하는 인사이더들을 보면 부럽다"고 덧붙였다.


'아웃사이더'의 하루

"같은 전공 사람들이지만 역시 아는 사람이 없다. 앞자리는 머쓱하므로 뒷자리에 조용히 앉는다. 교수님이 들어오셔서 출석을 부르신다(출석을 부를 때 크게 대답하면 사람들이 쳐다볼 수도 있으므로, 손만 들거나 조용히 대답한다).

오전 수업이 끝나고 점심 시간. 아는 사람이 없으니 혼자 밥을 먹어야 한다(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으면 사람들이 불쌍하게 볼 것 같아, 매점에서 빵과 우유를 사서 학교 컴퓨터실로 간다. 그리곤 인터넷을 하며 빵과 우유를 먹는다).

(중략) 오후 수업이 끝났다(대개 학교 수업이 끝나면 친구들과 어울려 술 한 잔하거나 저녁밥을 먹는다. 하지만 아웃사이더에게 그런 건 없다. 수업이 모두 끝나면 집으로 직행이다). 통학버스를 탈 때 학과 사람들과 마주칠 수 있기 때문에, 일부러 수업이 끝난 뒤 컴퓨터실 같은 데서 다른 사람들이 다 하교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집으로 간다. 집에 오면, 점심밥을 빵과 우유로 먹어서 배고프므로 허겁지겁 밥부터 챙겨 먹는다."


지난 9월 22일 다음 카페 '마음 버리기'에 올라온 글 중 일부다. 경기도 수원 근처에 있는 대학에 다닌다는 글쓴이는 '아웃사이더의 하루'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자신의 대학생활을 전했다.

이러한 아웃사이더 대학생들의 이야기는 '아싸'(아웃사이더의 줄임말)라는 말을 만들어내기도 한 커뮤니티 사이트 '디시인사이드'의 '아웃사이더 갤러리'라는 게시판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다.

디시인사이드의 아웃사이더 갤러리는 사회의 모든 아웃사이더들을 위한 공간이지만, 실상 아웃사이더 대학생들의 글이 주류를 이룬다. 내용은 대부분 아웃사이더 대학생으로서 자신의 대학생활을 전하는 것으로 '아웃사이더의 하루'라는 글과 유사하다.

왕따와는 다른 아웃사이더... "나는 당당한 아웃사이더"

K대학에 다니며 '과대'(과 대표)를 맡을 만큼 학과활동에 적극적인 이모(23)씨는 "아웃사이더는 대인관계가 부족한 사람들"이라고 규정한 뒤 "대학생활에서 인간관계도 중요하다"고 아웃사이더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그러나 아웃사이더를 '왕따'와 같은 개념으로 이해해선 안 된다. 왕따는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 빚어지는 관계지만, 아웃사이더는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 빚어지는 관계다. 또 '행복한 그지'(디시인사이드 아웃사이더 갤러리에서 쓰는 별명)가 올린 글에 따르면 왕따와 아웃사이더의 차이는 엄연히 왕따가 주위 사람들에 의해 속박되는 반면, 아웃사이더는 자신을 스스로 속박한다는 것이다.

a 디시인사이드 아웃사이더 갤러리에서 별명 '행복한 그지'가 말하는 아웃사이더의 정의.

디시인사이드 아웃사이더 갤러리에서 별명 '행복한 그지'가 말하는 아웃사이더의 정의. ⓒ 디시인사이드 화면 갈무리

더욱이 아웃사이더 대학생 중에는 자발적인 아웃사이더도 많다. 아웃사이더 전반, 그 중에서도 특히 '자발적 아웃사이더'가 늘어나는 분위기다.

H대학에 다니는 이모(24)씨는 자신을 "당당한 아웃사이더"라고 표현했다. 이씨는 "남의 시선은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하고 "기본적인 인간관계만 잘 유지한다면 자유롭고 좋다"고 밝혔다.

E대학에 다니며 과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이모(20)씨도 "친구 중에 아웃사이더가 있다"고 밝힌 뒤 "자신만의 시간을 많이 누린다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지식인'에는 자기 계발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기 위해 "아웃사이더가 되고 싶다"는 글도 많다. 이는 오랜 취업난 때문에 생활의 중심이 자기계발로 바뀌고 있는 대학풍토가 반영된 것이기도 하다.

'아웃사이더'의 길과 '인사이더'의 길

a 어느 대학을 갈 것인가 만큼, 어떻게 대학생활을 할 것인가도 중요하다.

어느 대학을 갈 것인가 만큼, 어떻게 대학생활을 할 것인가도 중요하다. ⓒ 이덕원

사회 어느 곳이든 아웃사이더는 존재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앞서 언급한 대학풍토와 더불어 학부제로 밀도가 낮아진 동기나 선후배 간 교류를 보면, 더 이상 아웃사이더 대학생이 비주류가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어쨌건 아웃사이더와 인사이더 중 어떠한 것이 올바른 대학생활이라고 가타부타하는 것은 옳지 않다.

다만 중요한 것은 아웃사이더 대학생이건, 인사이더 대학생이건 '자발적인 의지'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런 결정을 내리기 전에 한 학년의 끝자락인 지금, 남은 대학 생활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먼저 고민해야 한다.

'아웃사이더의 길'을 걸을 것인가, 아니면 '인사이더의 길'을 걸을 것인가.

아웃사이더 대학생 '탈출 방법'
같은 아웃사이더에게 다가가기, 동아리 가입하기

자발적 의지로 아웃사이더 대학생이 된 게 아니라면, 그래서 아웃사이더 대학생에서 탈출하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안타깝게도 이미 무리가 형성돼 있는 상황이라면, 단기간에 인사이더 대학생으로 거듭나기는 어렵다. 물론 과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동기나 선후배들과 교류를 늘리는 게 정석이지만, 얼굴에 철판을 깔지 않는 이상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선 다른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그 중 하나는 같은 과 동기 중 자신과 같은 아웃사이더를 찾아 다가가는 것이다. 피차 외로운 상황이기 때문에 용기를 내서 먼저 손을 내민다면 어렵지 않게 어울릴 수 있다. 이렇게 하면 하루아침에 인사이더 대학생이 될 수는 없을지라도, 전공 강좌나 공강 시간에 외로운 아웃사이더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조차 어렵다면, 조금 더 쉬운 방법이 있다. 동아리에 가입하는 것이다. 신입생이 아니라 동아리에 들어갈 수 없을 것 같지만, 최근 동아리들은 신입생으로 회원 수를 채우지 못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대부분 매 학기 '점오(0.5)기'를 모집한다. 다만, 동아리에 들어갈 경우 동아리 사람들은 많이 사귈 수 있지만, 전공 강좌 등 학과 관련 일에선 여전히 외로울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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