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먹을거리는 교역 대상 아니다"

한미FTA 협상시, 학교급식 국내 농산물 우선 사용토록 해야

등록 2006.11.27 11:41수정 2006.11.27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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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아이들이 학교에서 친환경 먹거리로 만든 급식을 먹고 있다. © 교육인적자원부

아이들이 학교에서 친환경 먹거리로 만든 급식을 먹고 있다. © 교육인적자원부 ⓒ 여성신문

[문수경 기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학교급식 국내 농산물 우선 사용' 조항을 선별유보(개방 불가) 목록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지난 6월 사상 초유의 급식사고 후 아이들에게 '안전한 우리(친환경) 농산물'을 식재료로 사용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지자체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로컬푸드(Local Food)' 운동에 적극적인 참여 의사를 보이고 있지만, 담당 교육청은 세계무역기구(WTO), FTA 등 자유무역 조항을 들어 시행 지자체들에 소송을 제기하는 등 '걸림돌'을 자처하고 있는 상황이다.

'학교급식조례'에 우리 농산물 의무 사용을 명시한 지자체는 현재 서울·경남·경기·충북·제주 등 5개 광역단체와 33개 기초단체. 이중 경남·경기·서울·충북도 교육청은 '조례 무효소송'을 청구한 상태다.

대법원은 지난해 9월 "학교급식에 우리 농산물을 사용토록 규정한 전북도의회의 학교급식조례는 내외국 제품을 동등 대우해야 하는 WTO 협정에 위배된다"고 판결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학교급식이야말로 '로컬푸드 운동'의 첫걸음이라고 입을 모은다. '로컬푸드 운동'이란 지역에서 생산된 유기농 먹거리를 지역에서 소비하는 친환경 운동으로, 국민은 안전한 먹거리를 확보할 수 있고, 농가는 친환경 농법을 통해 농가 소득도 올리고, 환경도 지킬 수 있어 선진국을 중심으로 크게 확산되고 있다.

허남혁(로컬푸드시스템연구회 간사) 교수는 "로컬푸드 운동을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는 서로 신뢰를 회복할 수 있고, 생태교육을 직접 체험한 아이들에겐 교육 효과도 높다"고 말한다.

'지방의제21' 윤경효 팀장은 "광우병, 식중독 등 먹거리의 안전성을 위협하는 요소들이 증가하고 각종 환경 관련 병을 앓고 있는 아이들이 많은 요즘, 지속적으로 친환경 먹거리를 제공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유기농 급식을 6개월 이상 한 아이들의 경우 몸속 중금속 수치가 54%나 감소하고, 주의력도 향상됐다는 보고(푸른온고을21, 2004)가 이를 증명한다.


하지만 일반 급식에 비해 1.5배 정도 높은 비용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 및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이 꼭 필요한 것이 현실이다.

a 생태유아공동체 ‘얘하밥’ 유치원생들이 ‘꼬마농부학교’에서 농사를 체험하고 있다.

생태유아공동체 ‘얘하밥’ 유치원생들이 ‘꼬마농부학교’에서 농사를 체험하고 있다. ⓒ 여성신문

현재 '로컬푸드 운동'을 가장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곳은 전주시와 제주도다. 올해부터 '우리 농산물 급식 조례'를 시행하고 있는 전주시는 1년 예산 21억 원을 들여 초등학교(34곳), 중학교(32곳)에 급식비를 지원해주고 있다.


전주시청 인재양성과 조용익씨는 "우리 농산물 사용이 한·미FTA에 위배될 수 있다고 하는데, 우리로선 학생들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공급해주는 게 최우선 과제"라고 말한다.

제주도는 2004년 12월부터 '친환경 우리 농산물 학교급식' 조례를 시행 중이다. 올해 전체 학생 수의 30%인 3만2000명(97개교)에 친환경 우리 농산물 식재료 사용에 따른 추가비용 20억 원을 지원했다. 2010년에는 '친환경 급식'을 전면적으로 실시할 계획이다.

한편 풀뿌리 시민단체 차원에서 지역 친환경 유기농 급식을 하는 곳들도 많이 생겨나고 있다. 그중 전주에 기반을 둔 생태유아 공동체 '얘들아, 하늘밥 먹자!'(대표 유혜숙, 이상 얘하밥)가 대표적. 유기농 급식 영유아 교육기관들의 모임인 '얘하밥'은 6년째 12개 유치원을 대상으로 지역 친환경 유기농 급식을 하고 있다.

강소영 '얘하밥' 사무국장은 "아이들이 직접 농사체험(꼬마농부학교)을 하도록 유도하면서 단지 안전한 먹거리 제공이라는 의미를 넘어 자연스럽게 농업의 현실을 이해하고, 생태적 마인드를 갖게 된다"며 '교육적 효과'를 강조했다.

한·미FTA가 체결될 경우 '로컬푸드' 운동과 학교급식의 연계는 더욱 어려워진다. 미국산 농산품에 맞서 자국산 농산품을 사용하고자 할 때 내국민 대우뿐 아니라 이행요건 부과금지 조항에도 어긋나기 때문이다.

앞으로 진행될 FTA 협상에서 '학교급식에 국내 농산물 우선 사용' 조항을 선별유보(개방불가) 목록에 넣지 않을 경우 조례는 효력을 발휘할 수 없게 된다.

이에 대해 학교급식네트워크 이빈파 공동대표는 "아이들의 건강과 직결되는 먹거리는 애초부터 교역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정부의 FTA 협상 과정을 주시하고 지속적인 압박을 가하겠다"고 밝혔다.

로컬푸드 운동 선진국은?
일본, 시민·여성단체 중심 생활운동... 미국, 기업 중심 '급식' 운동 활발

로컬푸드 운동의 확산을 위해선 먼저 학교·지자체 등 공공기관과 기업들이 급식에 적극적으로 활용해 '로컬푸드 시장'을 형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보다 한 발 앞서 시행하고 있는 미국과 일본의 '로컬푸드' 운동을 통해 성공의 노하우를 살펴보자.

◆ 일본 '지산지소(地産地消) 운동' : 지역 농산물은 농협 직영점포, 생활협동조합, 대규모 소매점포뿐 아니라 지방 간선도로변의 ‘길의 역’이라는 휴게소 내 식당에서도 판매된다.

판매되는 식품에는 생산자 이름을 표시하므로 소비자는 품질을 믿고 구입할 수 있다. 또 식당을 지역의 주민단체, 여성단체 등이 맡아 운영하기 때문에 지역소득 증가에도 기여한다.

◆ 미국 '기업의 사회·환경적 책임' 인식: 인터넷 검색엔진 업체 '구글' 본사의 사내식당 5곳은 자연방목 육류와 신선한 유기농 채소와 과일로 직접 요리한다. 특히 지난 3월 문을 연 사내식당 '카페 150'은 신선하고 질 좋은 지역산 식재료를 사용한 음식으로, 본사 직원은 물론 방문객에게도 인기가 좋다.

'카페 150'은 반경 150마일(240㎞) 안에서 생산된 먹거리만으로 음식을 조리해서 내놓는다는 의미. '구글'의 로컬푸드 급식은 지역민의 건강과 지역농의 소득을 보장해주기 때문에 지역사회로부터 각광을 받고 있다.

◆ 국내 로컬푸드 운동 관련 정보 사이트

· 생활협동조합전국연합회 www.co-op.or.kr
· 한살림 www.hansalim.or.kr
· 학교급식네트워크 www.schoolbob.org
· 생태유아공동체 www.ecokid.or.kr / 자료도움: 로컬푸드(브라이언 핼웨일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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