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과 결의를 담아 시위대가 벌인 촛불문화제.변태섭
을지로입구역에서 나와 명동거리로 행진한 시위대는 "다소 불편하시겠지만 주변 상인과 시민들께 양해를 부탁드립니다"라며 한미FTA 반대 촛불 문화제를 열었다.
일부 농민들은 "FTA NO!"를 배추로 그려 길거리를 수놓았고 한국대학생문화연대에 속한 율동패는 실버라이닝의 '평화란 무엇이냐'라는 곡에 맞춰 율동을 선보였다. 어둠을 밝히는 촛불과 어울린 율동은 조금 전 다소 과격했던 시위 모습과 달리 평온해 보였다.
민주노총 소속의 사회자는 "누가 우리를 이 차가운 바닥으로 내몰았습니까"라고 물은 뒤 "미국을 위한, 1%의 재벌을 위한 한미FTA를 체결하지 말 것을 우리는 이 아름다운 촛불로 경고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김선동 민주노동당 사무총장은 "민중의 분노를 계속 무시한다면 87년 6월 항쟁 이후 임기를 마치지 못하는 첫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노무현 대통령에게 경고했다.
조준호 민주노총 위원장은 "전국의 노동자들은 파업에 지쳤습니다, 지겹습니다, 하지만 국민들과 우리들의 아이들을 위해서입니다"라며 시민들의 지지를 호소한 뒤 "우리는 평등하고 평화로운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결의했다.
강원도 철원군에서 올라왔다는 농부 김용빈씨는 "비록 시위는 불법일지 모르나 우리의 마음만은 정당하다"고 말하고 "조선시대에도 신문고가 있어 백성의 말을 귀담아 들었는데, 법으로 오히려 입을 막으려드니 이게 어찌 21세기인가"라고 규탄했다. 이어 "법이 못 가진 사람들, 힘없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었으면 좋겠습니다"라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촛불문화제를 마지막으로 오후 7시 40분께, 한미FTA 저지 2차 범국민궐기대회는 막을 내렸다.
지나가던 김아람(건국대 의상텍스타일학부 06학번)씨는 "FTA문제가 물론 중요하지만 도로를 점거하면서까지 보이는 행동은 시민의 동의를 얻어내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시위참가자인 이화여대 박민희(04학번)씨는 "생존권을 쟁취하기 위한 절박하고 정당한 행동"이라고 규정하고 "단순히 불편만을 토로할 것이 아니라 왜 그러는지를 관심있게 들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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