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는 카메라 들고, 학생들은 배우로 나섰다

백수동분교 6학년이 제작한 영화 <선생님은 출장 중>

등록 2006.12.02 15:57수정 2006.12.02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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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사이가 좋지 않은 6학년 반 친구들은 선생님이 출장을 간 사이, 떠들다 교실 유리창을 깨고 만다. 서로 네 책임이라며 다투던 이들에게 선생님이 오기 전에 해결해야 하는 공통의 문제가 생긴 것. 이 과정에서 이들은 서로 협력해 문제를 해결하고, 이로 인해 반 분위기도 전과 달리 확 바뀌게 된다.

a 김민수 선생님과 6학년 친구들

김민수 선생님과 6학년 친구들 ⓒ 채종진

이것은 <선생님은 출장 중>이라는 영화의 줄거리다. 이 영화는 영광군 백수읍 논산리에 있는 백수동분교의 김민수(35) 교사와 6학년 학생들이 만들어낸 10분짜리 영화다.


김 교사가 감독 겸 카메라, 배우 겸 편집을 맡았고 6학년 전체인 9명의 학생들이 카메라, 조명, 마이크와 배우까지 맡아 열연을 펼쳤다.

이동식 카메라 촬영시스템 대신 바퀴 달린 의자에 줄을 매달아 끌며 특수촬영을 대신했다고. 촬영 도중에 서로의 의견이 맞지 않아 여러 번 다퉜다는 이들은 영화 내용과 현실의 상황이 비슷해져 버렸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a 김민수 교사가 연기지도를 하고 있다.

김민수 교사가 연기지도를 하고 있다. ⓒ 채종진

하지만 영화 결과처럼 촬영 또한 서로의 협력으로 무사히 마쳤다. 낮은 포복으로 복도를 열심히 기어 다니는 정준영 학생, 조유리 학생의 실감나는 감정연기, 최우진 학생의 코믹연기는 영화배우 못지않았다고 서로들 칭찬이다.

영화제작에 필요했던 카메라와 조명, 마이크 등 장비일체는 김 교사가 사재를 털어 장만한 것이다. 영화 <선생님은 출장 중>은 재량활동 시간을 활용하여 시나리오 제작과 촬영계획을 세웠고, 이후 나흘간의 촬영과 편집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것.

정종헌 학생은 "다들 촬영 때문에 4일간 옷을 갈아입지 못해 냄새를 참기 힘들었지만 그로인해 '옥의 티'가 없어졌다"고 흐뭇해 하며 말했다.


김민수 교사 역시 "참 색다른 경험이었다"며 "무엇보다 아이들이 재밌어 하는 것이 제일 좋았다"면서, "서로가 주인공이 돼 자신들이 만든 삶을 직접 표현하는 것과 새로운 가치관을 갖는 것은 교육적인 측면에서도 좋은 효과를 주었다"고 말했다.

촬영 내내 떨리고 긴장되더니 영화를 볼 때는 어색한 연기에 웃음이 나오고 아쉽기만 했다는 학생들. 비록 영화관에선 상영되진 못했지만 최선을 다했기에 <선생님은 출장 중>은 그들에게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주간 영광신문에 실릴 예정

덧붙이는 글 주간 영광신문에 실릴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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