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 없는 신학생 한숨 '푹푹'... 과잉공급 심각

교단총회 공대위, 교단차원 재정지원·체계적 수급 시스템 구축 제안

등록 2006.12.01 11:53수정 2006.12.01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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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올바른교단총회 정착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교단총회 공대위)는 30일 서울 명동 청어람에서 '신학교교육 목회자 수급과정, 진단과 모색' 좌담회를 열었다.

올바른교단총회 정착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교단총회 공대위)는 30일 서울 명동 청어람에서 '신학교교육 목회자 수급과정, 진단과 모색' 좌담회를 열었다. ⓒ 박지훈

K신학대학원을 졸업한 L씨(35)는 요즘 한숨이 부쩍 늘었다. 목회자 청빙 광고를 보고 여기저기 원서를 넣었지만 연락이 오지 않기 때문이다. L씨는 지원한 교회에 50∼100통의 원서가 들어와 대부분 진지한 고려도 없이 휴지통으로 간다는 말을 듣고 마음은 더욱 어두워졌다.

최근 신학생의 과다 배출로 L씨처럼 갈 곳이 없는 학생들이 부쩍 늘어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신학생의 과잉 공급 요인은 우후죽순 늘어난 신학대학원(이하 신대원)과 재정을 확충키 위한 신대원의 경쟁적인 학생 모집이 꼽힌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교단 차원의 재정 지원과 체계적 수급 공급망 구축, 한국교회 지도자들의 관심이 요구된다고 지적한다.

'올바른교단총회 정착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교단총회 공대위)가 30일 서울 명동 청어람에서 연 '신학교교육 목회자 수급과정, 진단과 모색'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은 이같이 지적하며 한국교회가 하루빨리 이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길 당부했다.

박상진 교수(장신대)는 통합을 예로 들며 "교역자 공급의 대폭적 확충은 제75회 총회에서 교단 산하에 있는 7개 신학대학교 모두 신학대학원 과정을 설치토록 결의한 것이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7개 신학대가 신대원생을 모집한 결과, 2004년과 2005년 교회수는 1.69%, 세례교인수는 1.57%로 늘어난 반면 목사수는 5.74% 증가됐다는 조사결과를 내놨다.

특히 박 교수가 1996년부터 2005년까지 교회수와 교인수, 목사수를 파악한 자료는 상황의 심각성을 잘 보여준다. 박 교수가 제시한 자료를 보면 10년 동안 교회수는 23%, 교인수는 15% 증가했지만 목사수는 63%나 늘었다.

심각성은 고신 교단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양낙홍 교수(고신대)는 고신교단에 2009년까지 1천여 명의 잉여 목사가 발생한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양 교수는 "한해 150명씩 목사 안수를 받고 있는 실정"이라며 "내년에 100명 이상이 안수 받으면 상황은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어 양 교수는 "갈 곳 없이 방황하는 목사를 보며 평신도들은 목사에게서 권위를 느끼지 못할 것"이라며 "억장이 무너지기 때문에 깊이 생각하기 싫다"고 씁쓸하게 웃었다.


그렇다면 과잉 공급 원인은 뭘까. 전체적인 수급계획 없이 시장교육원리에 각 학교를 내맡겨 재정적으로 자유로울 수 없는 구조가 큰 문제라고 이들은 지적했다.

또 교단 분열과 세 과시가 주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교단 간 경쟁의식에 취해 교단 세를 과시키 위해 신학생을 과다 배출시킨다는 것이다.

양 교수는 "신학생들이 많이 배출돼 소속 교단 교회를 많이 세우면 교단 분열의 정당성이 확보되고 타 교단 코를 납작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참석자들은 이를 막기 위해선 교단차원의 체계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박 교수는 "교단적 차원에서 체계적인 수급 계획을 통해 신학생 정원을 책정하는 교육이 필요하다"면서 "그래야 교육의 본질과도 맞다"고 강조했다.

연규홍 교수(한신대)는 "자유시장 논리에 신대원을 맡기면 안된다"며 "총회나 노회에서 신학생들이 일할 수 있는 곳을 찾을 수 있게 파송제와 같은 체계적 관리 시스템을 통한 (신학생의) 분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양 교수는 "현재 개교회주의에 매몰된 지도자들이 이를 벗고 한국교회 전체를 내다보고 청사진을 제시할 수 있는 리더십이 절실히 필요하다"면서 "오직 은혜만으로 목사가 되려는 이들이 많아 신학교 문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동춘 교수(백석대)는 "선교사에겐 재정적 지원이 뒷받침되지만 신학교육에 대한 기여도는 부족하다"며 "헌금 일부를 목사 양성 자금으로 전환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목회자 기근에 허덕이는 농촌 문제에 대한 대책도 나왔다. 연규홍 교수는 "농촌의 경우 오히려 목회자 수가 부족해 허덕이고 있다"며 "졸업생들이 특수선교지에서 재정적으로 안정적인 목회 활동을 펼칠 수 있는 교단 차원의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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