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건축물과 자연 속에서 찾는 '참된 나'

'템플스테이', 다른 아시아 국가와 차별화된 체험관광 상품으로 부각

등록 2006.12.05 18:18수정 2006.12.05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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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시절이 입동을 지나 바야흐로 동장군의 계절로 접어들었다. 11월내내 파스톤 채색으로 붉고 노랗게 물들었던 산과 들에도 이젠 갈색 메마른 가지만이 남아있을 때이다.

등산객들이 산을 오르내리며 잠시 쉼터로 삼거나, 예불을 위한 불자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던 산사도 이젠 깊은 동안거(冬安居)를 준비하듯 조용한 기운만이 감돈다.


세상사 시름을 잠시라도 식힐 겸해서 찾거나,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산행길에 한번쯤 둘러보게 되는 사찰은 우리의 전통건축물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도심에선 쉽게 볼 수 없는 기와지붕과 처마, 주요재질이 나무로 이루어진 건축물은 이젠 이렇듯 오래된 사찰이나 고궁, 민속마을로 지정된 곳에서나 볼 수 있는 문화유산이 된 지 오래이다.

a 차분하고 정돈된 마음으로 대웅전 경내에 이르는 계단을 오른다

차분하고 정돈된 마음으로 대웅전 경내에 이르는 계단을 오른다 ⓒ 유태웅

a 붉고 짙게 물들은 단풍나무와 사찰건축물들의 조화는 마음을 차분하게 한다

붉고 짙게 물들은 단풍나무와 사찰건축물들의 조화는 마음을 차분하게 한다 ⓒ 유태웅

바쁜 일상과 분주하게 돌아가는 도심의 시계추는 가끔 사람들에게 정신적인 일탈을 꿈꾸게 한다. 도시화가 진행될 수로 육체적인 삶은 편리해졌지만, 사람마다 원하는 정신적인 안정과 만족감의 수치는 상대적으로 반비례 곡선을 그리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사람들은 때론 현실세계 속에 자신이 담고있는 삶의 공간을 벗어나 산이나 바다로 자연을 찾아 여행을 떠나거나, 자신의 종교관에 따라 기도원이나 수도원 혹은 사찰을 찾는다. 이런 곳에서 사람들은 고갈되었던 정신적 에너지를 재충전하거나 미쳐 깨닫지 못했던 삶의 방향성을 잡아내기도 한다.

우리의 전통건축물과 자연, 정신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템플스테이'


a 사시사철 계절의 변화를 직접 엿볼 수 있는 사찰의 풍경은 항상 고즈넉하다

사시사철 계절의 변화를 직접 엿볼 수 있는 사찰의 풍경은 항상 고즈넉하다 ⓒ 유태웅

a 처마 끝단에 걸려있는 듯한 단풍나무 잎들이 하늘에 비추어 붉기만 하다

처마 끝단에 걸려있는 듯한 단풍나무 잎들이 하늘에 비추어 붉기만 하다 ⓒ 유태웅

'템플스테이'(Temple stay)'는 오래된 사찰에서 새벽예불과 발우공양, 다도, 참선체험 등 한국의 전통사찰문화와 정신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일정이다. 이 '템플 스테이'는 우리의 전통건축물과 자연환경, 인간의 정신문화가 삼박자 조화를 이룬 우리만의 독특한 전통문화상품으로 요즘 더 한층 기대를 모으고 있다.

'템플스테이'가 하나의 전통문화상품으로 상설화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대회 이후라는 것이 통설로 자리잡고 있다. 당시, 조계종을 비롯해 불교계 33개 사찰이 월드컵 기간 동안 마련한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에는 900 여명의 외국인이 참가했었다.

지난 11월 <뉴욕타임지> 주말판에서는 '템플스테이'를 한국의 독특한 문화상품이라며 산사체험 프로그램을 소개하기도 했다. 역시 지난 11월, 정책포탈 <국정브리핑>에 따르면, 한국의 전통건축물에서 이루어지는 ‘템플스테이’문화가 외국인들을 국내로 끌어들이는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한국의 전통문화와 깊이있는 정신문화를 체험하는 템플스테이가 다른 아시아 국가와 차별화된 체험관광 상품으로 부각될 수 있다"는 것인데, 2005년도에 이 프로그램에 참가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0%가 재참여를 희망하고 있다는 한국관광공사 측의 자료를 제시하기도 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템플스테이 사찰은 불교계 종단에서 신청을 받아 운영사찰을 선정한다. 템플스테이 사찰로 선정되기 위해선 먼저 국가지방문화재를 보유했거나, 전통사찰보존법에 의해 전통사찰로 지정된 사찰, 템플스테이 프로그램 참가자 20인 이상이 전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큰 방과 숙소의 여부,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전담하거나 유사프로그램 경험자 등 전문인력이 있어야 한다.

공간(空間)무드, 인간은 환경에 영향을 받는 존재

a 사찰내 가장 깊숙한 곳에 위치한 '요사체'. 마치 동안거에 들어간 듯 하다

사찰내 가장 깊숙한 곳에 위치한 '요사체'. 마치 동안거에 들어간 듯 하다 ⓒ 유태웅

a 낙엽이 뒹구는 요사체 앞 뜰. 가끔 수행 중인 스님들이 산책하는 곳이다.

낙엽이 뒹구는 요사체 앞 뜰. 가끔 수행 중인 스님들이 산책하는 곳이다. ⓒ 유태웅

국내 건축계에 큰 발자취를 남긴 건축가 고 김수근은 그의 저서 <좋은 길은 좁을수록 좋고, 나쁜 길은 넓을수록 좋다>에서 "인간은 이 세상에서 태어나기 전 근 10개월간 어머니의 자궁 속에서 얻은 ‘공간(空間)무드’에 나면서부터 죽는 날까지 본능적으로 영향을 받는다"고 말한다.

예를 들면, 제 아무리 버릇이 나쁜 사람일지라도 자신이 생활하는 안방 바닥에는 가래침을 뱉지 않으며, 공공장소일지라도 멋진 카페트가 깔린 호텔 로비 바닥에는 침을 뱉거나 담배꽁초를 버리지 않는다. 인간은 자기가 속해 있는 무드에 약하게 마련이고, 의식하지 못한 채 자동적으로 그 무드의 격(格)에 좌우된다는 것이다.

이 무드를 느끼는 데는 시각, 미각, 촉각, 후각, 청각 등 인간의 오감(五感)이 동원된다. 건축가 김수근은 “훌륭하고 좋은 무드의 의사당이나 정부청사에서는 밝은 정치나 서정쇄신이 이루어질 것이고, 깨끗한 무드의 학교는 올바른 교육을 실현케 해 줄 것이며, 깨끗한 거리의 무드는 교통위반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침실의 무드는 잉태하는 태아에게 영향을 줄 것이다”고 말한다.

바쁜 일상과 분주하게 돌아가는 도심의 생활 가운데 가끔은 정신적인 일탈을 꿈꾸는 도시인들. 이 정신적인 일탈을 어디에서 해결할 것인가에 따라 삶의 격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고갈되었던 정신적 에너지를 재충전하게 위해 스스로 자신에게 맞는 ‘공간(空間)무드’를 한번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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