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도 안들어와... 아직도 이런 섬이?

주민 11명 "배라도 만들어달라"... 주거환경 '최악' 통영시 가왕도

등록 2006.12.06 15:52수정 2006.12.07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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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언

우리나라에는 446개의 유인도가 있습니다. 이 섬들도 세월 속에서 변해 가는데, 유인도가 무인도로 변하고, 연륙교와 새만금과 같은 간척사업때문에 40여개 섬이 줄었습니다.


그래도 약 400개 정도의 섬에는 여전히 대한민국이 발행한 주민등록증을 가진 대한민국 국민들이 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섬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은 육지와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것 때문에 우리 국민들이 다같이 누려야 할 행복의 기본권을 잃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육지에서 많이 떨어져 있다는 이유로 아직도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섬도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 섬에는 육지와 정보를 이어주는 유일한 교통수단인 여객선과 우체부, 그리고 최소한의 건강을 돌볼 의료시설과 교육 등 복지 시설도 전무한 실정입니다.

아직도 전기 안 들어온 섬도 있어

@BRI@섬(완도 노화도)에서 태어나 섬에서 자란 필자도 10년 전, 우리나라 삼면에 분포되어 있는 섬 전체를 돌아보기 전까지는 알기 어려웠던 게 사실입니다. 섬들을 돌아보며 그 실정을 알게 되면서 이러한 섬들에 대한 정보들을 세간에 알려야겠다는 신념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선장이 되어 직접 배를 몰며 우리나라 전역에 분포되어 있는 섬들을 돌아보고, 668면의 섬에 관한 방대한 책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책을 출판한 지 10주년이 되는 기념으로, 그동안 유인도에서 무인도로 된 섬들을 비롯하여 변모하고 달라진 섬들에 대한 정보들을 모아 다시 한 번 책으로 펴내기 위하여 작년 가을부터 우리나라 섬들을 순회하게 되었습니다.


전국의 섬을 돌아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렇지만 섬주민들의 대변인이 되어 섬의 실정들을 파악하고 도움이 필요한 곳에는 도움을 주기 위해, 정책과 민원이 필요한 곳에는 그 일을 대신하는 심부름꾼의 심정으로 직접 배를 타고 순회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러던 중에 기관 고장으로 표류하기도 했고, 지난 11월 밤에는 위도로 항해하다가 높은 파도를 만나 육지로 배를 돌리던 중 영광 법성포에서 모래톱에 걸려 거의 죽을 고비에서 살아나기도 하였습니다.


겨울에는 높은 파도와 바람 때문에 4.7톤의 작은배(등대호)로는 항해가 어렵기에 이 해를 마감하는 의미에서 지난 11월 30일 12년 전 방문했던 경남 통영시 가왕도를 찾았습니다. 그 어렵게 살던 이 섬이 100%로 무인도가 되었을 것이라고 예측을 하였지만 저의 생각은 여지없이 빗나가고 말았습니다. 면적이 불과 0.233㎢이고 산높이가 171m, 인구는 7가구 11명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중 독거 노인이 3가구입니다.

육지로 나가려면 돈 들여 배 빌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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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언

섬의 형태가 가오리를 닮아 가왕도라는 이름이 붙었고 일명 '가오리섬'이라고도 합니다. 통영시에서 남쪽으로 21㎞, 거제도에서 남쪽으로 1.5㎞ 해상에 위치한 이 섬은 경남의 관광지로 유명한 매물도 앞에 위치하고 있지만 매물도와는 사정이 판이하게 달랐습니다. 이 섬은 사람이 사는 400여개의 섬 중에 개발의 여지가 하나도 없는 최악의 조건입니다.

섬 사람들에게 선착장은 어머니 품속과도 같습니다. 그런데 이 섬은 선착장을 만들 수 없을 정도로 수심이 깊은 외해에 있으며, 외해의 높은 파도 때문에 여객선마저 다니지 않은 지 오래 되었습니다. 집들은 80도의 산등성이 위에 지어져 오르내리는 것이 절벽을 타는 것과도 같아 드나드는 것조차 쉽지 않습니다.

때문에 육지 나들이를 위하여 생활영역권인 거제 대포에 한 번 나가고자 하면 섬사람들에게는 거금에 해당하는 6만원에 배를 대절하여 오고 가야 합니다. 이러한 섬에 노인들이 살아가고 있으니 이것은 말이 섬이지 유배지와 진배 없으며, 이곳 주민의 삶은 상상도 못할 만큼 낙후되어 있습니다.

여기 주민들은 제사와 같은 가족들의 대소사를 위하여서 통영이나 부산 등지에 셋집을 얻어 놓고 가족대소사가 있을 때에는 그곳에서 머문다고 합니다. 궁한 살림에 이렇게까지 하는 것은 가족행사를 위해 음식을 장만하든지 물건을 준비하러 갔다가 파도 때문에 들어오지 못한 일이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미역에 줄 매달아 집으로 올리고 전기 안 들어와 겨울엔 생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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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언

섬에 동력선은 한 대도 없으며 노젓는 4대의 무동력선만이 있는데, 이것이 이들의 유일한 생계수단입니다. 이 배로 미역을 따며, 힘겹게 딴 미역은 경운기를 돌려서 로프 줄로 바다에서 100m 위의 산등성이로 올립니다.

이러한 장면은 타임머신을 타고 60년대로 돌아가야 볼 수 있을 법한 장면들입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미역의 질이 매물도보다 좋아서 가격을 더 받는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도 직거래가 이뤄지지 않아서 값이 떨어질 때는 피가 마르는 듯한 심정이 된다고 합니다.

이 섬의 가장 큰 문제점은 현대인들의 필수품인 전기 공급이 제대로 안 되는 것입니다. 현재 7가구가 거주하는데 5가구분의 태양열 전지판이 설치되어 그것으로 전기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조차도 일조량의 부족으로 전기 공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해가 짧아지는 겨울에는 형편이 더 어려운 지경입니다.

형편이 나은 다른 섬들의 경우에는 발전기를 돌리면서 태양열 전지판을 사용하여 일조량이 부족할 때에는 발전기가 그 부족분을 충당하는데 여기는 그럴 수 없습니다. 노인들만 살고 있으며, 기름을 사러 갈 배도 없고, 사와도 선착장이 없어 내릴 수 없으며, 내려도 80도의 산등성이 위로 100m 정도나 올릴 사람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아예 냉장고와 TV가 없이 홀로 사시는 김복순(80) 할머니와 같은 사람도 있습니다.

필자가 배를 타고 이 섬을 방문했을 때 주민들은 생활에 기본적인 가전 제품을 쓰는 것은 물론 최소한 먹고 살 수 있도록 여객선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대통령을 만난 듯이 당부하고 또 당부했습니다.

지자체는 이런 상황 파악이나 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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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언

우리나라 시행령에는 극소수의 농어촌에도 전기를 공급해야 한다는 법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농어촌 전기 공급법 시행령 제2조 1항의 규정에 의거해 5호 이상 살고 있는 섬에는 전기시설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 법을 이 섬에 적용하기 힘든 이유는 육지와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것 때문인데 육지에서 전기를 끌어오기는 힘든 일이지만, 보다 진보한 태양광 시설을 통한 전기 공급은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이 섬 주민들을 위해서 아주 시급한 사항입니다.

선진국에 진입하여 복지 국가로 발돋움을 하고 있는 대한민국에 아직도 이런 곳이 있다니 이 현실을 눈으로 보고서도 믿을 수 없었습니다. '이분들도 우리와 똑같은 대한민국의 국민인데…'하는 생각이 지금도 머리를 떠나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의문도 듭니다. 지자체에서 이들이 살아가고 있는 실정을 얼마나 파악하고 있으며 이들의 복지를 위해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는지 말입니다. 그리고 복지정책에 이와 같은 섬들도 포함하고 있는지 말입니다.

이 분들이 살아 있는 한 이 섬은 유인도입니다. 그리고 그들의 삶의 터가 육지와 멀리 떨어져 있다 하더라도 엄연히 그들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누려야 할 기본권리가 있는 것입니다.

'가왕도'를 예로 들었지만 아직도 힘든 상황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섬들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이 분들의 나은 삶을 위하여 우리는 멀리 있다 하여도 이웃의 마음으로 그들을 함께 품에 안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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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언

덧붙이는 글 | 이재언 기자는 한국 섬살리기운동본부(www.islandtv.co.kr) 본부장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재언 기자는 한국 섬살리기운동본부(www.islandtv.co.kr) 본부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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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 연구원으로 2019년까지 10년간 활동, 2021년 10월 광운대학교 해양섬정보연구소 소장, 무인항공기 드론으로 섬을 촬영중이며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재정 후원으로 전국의 유인 도서 총 447개를 세 번 순회 ‘한국의 섬’ 시리즈 13권을 집필했음, 네이버 지식백과에 이 내용이 들어있음, 지금은 '북한의 섬' 책 2권을 집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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