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도마뱀이 벽을 타오르고윤병두
태풍이 지나간 뒤 모처럼 주말이라 야외로 나갔다가 하마터면 뱀 요리를 먹을 뻔 했다. 필리핀의 유명한 전통음식점을 소개해 줘서 찾아갔는데 이곳은 민물달팽이 요리로 유명한 곳이다. 우리로 말하면 민물우렁이 정도 된다. 그래서 '스내일(snail, 달팽이)'를 달라고 주문했다.
그런데 종업원이 자꾸 스네이크(snake) 요리냐고 되묻는다. 함께 간 기사에게 물어보니 이곳은 뱀 요리를 잘 한단다. 살펴보니 이곳에서 수집한 뱀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크고 많았다.
관광객을 위해 바깥에 내놓은 뱀의 길이가 3m 정도 되고 지름은 30cm가 넘어 보였다. "골프장 주변이라 골프를 즐기고 이곳을 찾는 관광객이 뱀을 우리네 장어처럼 잘 먹는다"고 한 종업원이 귀띔을 해준다.
동물의 천국 열대의 나라 필리핀. 태풍이 1년에 평균 25회 이상 지나가면서 수천 명의 인명피해가 나지만, 이들은 순응하며 살고 있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이들의 순박한 미소 속에서 나는 또 다른 천국을 보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