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더이상 살 희망이 없다..."
실업자 카페에 '자살'관련 글 잇따라

전국백수연대 커뮤니티에 한달 새 10여 개...운영진 긴급공지

등록 2006.12.10 22:10수정 2006.12.10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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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지난 6일 전국백수연대의 온라인 커뮤니티 백수회관은 1만여명에 달하는 회원들에게 긴급한 전체메일을 보냈다.

지난 6일 전국백수연대의 온라인 커뮤니티 백수회관은 1만여명에 달하는 회원들에게 긴급한 전체메일을 보냈다. ⓒ 갈무리

지난 6일, 포털사이트 다음의 인터넷 카페 '백수회관(cafe.daum.net/backsuhall)'은 회원들에게 긴급 전체메일을 보냈다. 20,30대 청년실업자 모임 전국백수연대의 온라인 커뮤니티인 '백수회관' 익명게시판 '나의 백수일기'에 지난 한달여 동안만 10여 개의 자살관련 글이 올라왔기 때문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xx말자(자살이라는 말 대신 XX라고 표현)'는 제목으로 보내진 메일에는 "운영진들이 온라인쪽지나 이메일, 휴대전화를 통해 자살을 생각하는 회원들을 상담해주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젠 더이상 살 희망이 없다…"

@BRI@"더이상 살 여유도 없다. 어차피 내일까지 돈은 빌릴 수가 없어 보인다. 내일이면 돈 내라고 전화가 무지 오겠지.
아! 그렇지 않아도 살고 싶지 않았는데 오늘이 마지막인 것 같다.
오늘 난 잠적하러 머나먼 길을 떠나려 한다. 아무도 없는 곳으로…
돈 때문에 무릎 꿇는 못난 나 자신이 너무 싫어… 다들 안녕히…"


지난달 29일, '나의 백수일기'에 올라온 '이젠 더이상 살 희망이 없다'는 제목의 글 중 일부다. 스물여덟 살 백수라는 그는 "내일까지 이번 달(11월) 세금 월세 총 40만 원이 필요한데 점점 불안해진다"며 이렇게 털어놨다.

또 지난 5일 올라온 '올해가 가기 전에 죽을까 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은 회원들을 놀라게 했다. 글쓴이가 "인터넷을 뒤지다 보니 편히 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며 극단적인 행동을 준비하고 있음을 비췄기 때문이다. 그는 "팔을 다친 관계로 막일도 하지 못하는 입장"이라며 "아무리 힘들어도 옆에서 위로해 줄 누군가가 있다면 자살까지 결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실제로 최근 자살사이트 또는 포털사이트를 통해 자살에 대한 정보를 얻거나, 심지어 동반자살을 하는 일들이 잇따라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자살 관련 글들을 실업자들이 삶의 모퉁이에서 던지는 악다구니로 흘려들을 수 없는 이유다.

이외에도 '면접시험을 볼 때마다 떨어지고 되는 게 없어 정말로 죽고 싶다', '죽으러 가는 길'이라는 내용의 글들도 올라왔다.


'자살'이 아닌 '살자'가 되길, 회원들 격려 뒤따라

a 전국백수연대는 지난 8월 서울시로부터 정식 NGO(비정부기구)로 등록됐다.

전국백수연대는 지난 8월 서울시로부터 정식 NGO(비정부기구)로 등록됐다. ⓒ 갈무리

이런 자살 관련 글에 대해 백수회관 커뮤니티 회원들의 우려와 격려가 이어지고 있다.


"제발 희망의 끈을 놓지 말라."
"33살에 아무것도 없는 나도 산다."
"'자살'을 반대로 하면 '살자', 희망을 가지라."


또 일부 회원들은 자신의 이메일, 메신저 주소나 휴대전화 번호를 남기며 "친구가 돼 주겠다", "소주 한잔하며 대화를 나누자"고 다독이기도 했다.

물론 "죽을 용기가 있다면 그 용기로 도전하라"는 따끔한 충고를 하는 회원들도 있다. 한 회원은 "방 안에 앉아 생각으로 해결하려고 하니 결론이 자살밖에 안 나오는 것"이라며 "눈만 조금 낮춰 음식배달 신문배달이라도 해, 행동으로 하나씩 해결하라"고 조언했다.

그러다가 결국 지난 6일, 운영자의 글까지 올라오게 된 것. 부운영자는 '백수일기방에 죽음을 맞이하시는 분들에게'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자살을 생각하는 회원들을 격려하면서, 운영진과 자신에게 온라인쪽지나 이메일, 휴대전화로 상담하자고 제안했다.

'뛰는 집값' 보면 언제 집 사고 결혼할지 '좌절'

a 전국백수연대는 실업극복국민재단의 지원을 받아 지난 5월부터 ‘희망청(청년실업네트워킹센터)'을 위탁 운영하고 있다.

전국백수연대는 실업극복국민재단의 지원을 받아 지난 5월부터 ‘희망청(청년실업네트워킹센터)'을 위탁 운영하고 있다. ⓒ 갈무리

전국백수연대 대표이자, 희망청(청년실업네크워킹센터, www.hamkke.or.kr) 초대청장인 주덕환(남, 38)씨는 "전에도 (자살 관련 글이) 올라오긴 했지만 최근 더 늘었다"며 "운영자들이 의논 끝에 부운영자의 제안대로 (온라인)쪽지, 이메일, 전화를 열어 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실제 운영진들에게 이메일을 통한 고민상담이 꽤 오고 있다고 전했다.

주씨는 최근 자살 관련 글들이 늘어나고 있는 이유에 대해 "노력해도 취업 상황이 나아지지 않기 때문"이라며 "직접 느끼는 실업 상황은 더 심각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근 부동산 투기를 보면 (실업자들은) 좌절한다"며 "(실업자들은) 언제 집 사고 결혼할 것인지 막막할 뿐"이라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불안하기만 한 정치, 경제상황 때문에 실업자들이 희망을 품기도 어렵다는 얘기다.

주씨는 자살을 생각하는 실업자들에게 "한 번 더 생각하고, 주위에 한 명에게라도 자기 고민을 얘기해 보라"며 "만약 그럴 사람이 없다면 희망청으로 전화나 메일을 달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실업자들을 위한 더욱 효과적인 사회적 시스템이 하루빨리 갖춰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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