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당사에 노란 풍선 다시 걸렸다

[현장] 당원은 '야외 집회' - 비대위는 '비공개 회의'

등록 2006.12.10 21:52수정 2006.12.11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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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열린우리당 당원 1천여명은 10일 서울 영등포 당사에 모여 `열린우리당 정상화를 위한 제1차 전국당원대회`를 열고 `비대위 해산`과 `창당정신 사수`를 요구했다.

열린우리당 당원 1천여명은 10일 서울 영등포 당사에 모여 `열린우리당 정상화를 위한 제1차 전국당원대회`를 열고 `비대위 해산`과 `창당정신 사수`를 요구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현재 열린우리당의 기간당원은 10만명이다. 올초엔 30만명이었다. 정동영·김근태 의원이 당의장 결투를 벌인 2월 전당대회와 5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기간당원 수는 정점에 올랐었다.

2003년 11월 열린우리당 창당과 함께 도입된 기간당원제는 이듬해 4월, 2만4000명으로 집계가 잡히기 시작된 이후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했다. 당 당원관리팀에선 "선거 시점에서 기간당원 수는 확 올랐다가 떨어지기를 반복해 왔다"고 설명했다. 현재 10만명이란 숫자는 급감이 아닌 그런 추이를 반영한 통상적인 수치라고 덧붙였다.

다시 걸린 노란 풍선 "당 사수, 비대위 해체"

@BRI@ 그 1%가 모였다. 당원 1000여명이 '당 정상화를 위한 제1차 전국당원대회'라는 이름 아래 모였다. 10일 휴일 반짝 추위가 찾아와 기온이 영하로 내려간 날씨였다. 이들은 당사 마당에 은박 돗자리를 깔고 주저앉았다.

당사 담장엔 노란색 풍선이 달렸다. 한동안 열린우리당은 자신들의 '상징색'을 내걸지 못했다. '40전 40패'로 귀결된 각종 재보선, 지방선거에서 열린우리당 지도부와 출마자들은 '연두색' 등으로 탈색했다. 민심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면서 당심은 밀렸다.

지난달 22일 비대위는 기간당원제를 기초당원제로 바꾸는 당헌·당규 개정을 단행했다. 기간당원의 자격요건을 완화했다. 6개월에서 3개월로 당비 납부 기간을 낮췄고, 당원협의회가 공로당원 15%를 임명할 수 있도록 했다.


최병철 중앙위원은 100% 일반 국민의 의견으로 대선 후보를 뽑는 완전국민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 도입과 관련 "당이 하도 어렵다고 설득하니 받아들였다"며 "하지만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비대위의 월권을 지적했다. 이들은 "당비를 내는 당원이 당의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기간당원제'는 당이 추구해온 중요한 가치 중 하나"라며 "이를 변경하려면 전체 당원들의 의사를 물어야 마땅하다"고 원천 무효를 주장했다.


당헌·당규 개정은 중앙위원회의 2/3 찬성과 전당대회를 통해야 맞다. 이에 대해선 중앙위원회가 지방선거 패배로 꾸려진 비대위에 당헌·당규 개정을 포함한 모든 권한을 위임했다는 반박이 가능하다. 비상시기에 꾸려진 당 지도부(비대위)의 위상은 매번 논란이 되고 있다.

기간당원들이 열 받은 또다른 이유는 당 진로와 관련해서다. 신당론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경기도 일산에서 왔다는 한 당원은 "정계개편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며 "다만 통합의 대상이 누군지, 어떤 가치를 지향하는지 아무런 내용도 나와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날 모인 당원들은 "당이 지켜야 할 게 무엇이고 석고대죄 할 게 무엇인지, 어떻게 당이 거듭날 것인지 전당대회를 열어서 결정하자"고 주장했다.

이미 김근태 의장은 전당대회 개최를 약속했지만, 이들은 "당을 해체하려는 불순한 의도"라며 당 해체 결의와 통합 수임기구 구성으로 몰고 가려는 것이라고 믿지 않았다.

치받는 감정 "대통령 때문에 배지 단 ×들이..."

a 열린우리당 당원 1천여명은 10일 서울 영등포 당사에 모여 `열린우리당 정상화를 위한 제1차 전국당원대회`를 열고 `비대위 해산`과 `창당정신 사수`를 요구했다.

열린우리당 당원 1천여명은 10일 서울 영등포 당사에 모여 `열린우리당 정상화를 위한 제1차 전국당원대회`를 열고 `비대위 해산`과 `창당정신 사수`를 요구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대통령 지키자'고 나선 '친노' 당원들도 많이 섞여 있었다. 한 당원은 "이런 집회에 나오지 않게 대통령이 차라리 당을 탈당했으면 좋겠다"며 갈라 설 것을 주장했다.

노혜경 전 노사모 대표는 대오 앞자리에 앉아 '대통령을 지키자'는 피켓을 번쩍 들고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후원회장을 지낸 이기명씨는 기자와 만나 "정치가 옳고 그름을 따라 가야 하는데 생존을 위한 정치공학만 난무하고 있다"고 소회를 드러내면서 눈물을 떨구기도 했다.

소수지만 당의 '진보개혁' 정체성을 주장해온 신진보연대도 참여했다. 신기남 전 당의장이 주도하고 있는 신진보연대는 한미자유무역협정 반대를 주장하며 부동산 개혁, 비정규직 문제 해결 등을 모토로 내세우고 있다.

거친 표현도 나왔다. 연단의 사회자 입에선 "남들 다 욕해도 대통령 때문에 배지 단 ×들이 그러면 안된다"고 비노, 반노 성향의 의원들을 겨냥했다.

결의문에는 이례적으로 의원 실명이 거론되기도 했다. "소위 친노 직계를 자처하는 염동연 의원을 비롯한 일부 인사들이 공공연하게 '전대무용론'과 '선도탈당론'을 운운하는 것을 해당행위로 간주해 엄중 경고한다"며 자숙을 촉구했다.

당 조직국의 한 당직자는 "영남과 경기도 당원들이 각각 40% 참석했다"고 분석했다. 영남 개혁파를 대표하는 김두관 전 장관과 기간당원제 원칙을 강조하는 참정연(참여정치실천연대)이 주도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날 모인 당원들을 '친노'라는 단일대오로 묶기는 무리다. "우리는 당을 지키려는 것다, 친노, 반노의 투쟁으로 보지 말라"라는 주문도 나왔다. 또한 대안 없는 비대위 해체에 대해서는 이견이 존재했다. 범친노 그룹으로 묶여온 참정연, 국참1219, 신진보연대, 노사모의 분화가 감지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일단 '사수 창당정신'이라는 대목에선 한 목소리였다. 이들은 결의문에서 ▲비대위 해산 ▲중앙위원회 권한 회복 ▲전당대회 준비위 구성을 주장했다. 또한 ▲설문조사 추진 중단을 요구하며 강행할시 이달 말 다시 당원대회를 열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벼랑 끝 생존 "영남 살리자고 다 죽을 순 없다"

a 열린우리당 당원 1천여명은 10일 서울 영등포 당사에 모여 `열린우리당 정상화를 위한 제1차 전국당원대회`를 열고 `비대위 해산`과 `창당정신 사수`를 요구했다. 김두관 전최고위원이 제1차 당원대회에서 참석자들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당원 1천여명은 10일 서울 영등포 당사에 모여 `열린우리당 정상화를 위한 제1차 전국당원대회`를 열고 `비대위 해산`과 `창당정신 사수`를 요구했다. 김두관 전최고위원이 제1차 당원대회에서 참석자들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한편 김근태 의장을 비롯해 비대위원들은 이날 저녁 시내 한 호텔에서 당 진로와 관련 설문조사의 내용과 일정, 공개 여부 등을 놓고 비공개 간담회를 열었다. 지도부는 이달 안에 설문조사를 마치고 의원총회에 보고, 이후 의원 워크숍을 열어 당 진로와 관련 논의를 마무리짓겠다는 계획이다.

이날 간담회에서 비대위원들은 예정대로 설문조사를 강행하기로 결정했다. 박병석 의원은 브리핑을 통해 "15일 예산안이 통과된다는 전제로 14, 15일 이틀 동안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17일 비대위 워크숍, 18일 의원총회를 겸한 의원 워크숍을 잇따라 열어 당의 진로를 결정키로 했다"고 밝혔다.

논란이 되고 있는 설문조사 내용에는 신당 추진 여부, 전당대회의 성격과 시기 등을 포함해 쟁점 사항들을 피하지 않고 모두 담겠다고 밝혔다. 단 대통령의 거취(탈당 여부)는 포함되지 않는다.

또한 전대 시기와 관련 "당헌과 당규에 정해진 시기(3월 이전)에 할 것"이라면서도 "의원들 상대 설문조사 결과가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해 사실상 설문 결과에 따라 전대 시기가 결정될 것임을 시사했다.

반면 친노 의원들은 "설문조사 내용에 문제가 있다면 응하지 않을 수도 있다"며 내주 초 회합을 통해 공동 대응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참정연 대표를 지낸 이광철 의원은 '절충점이 없냐'는 질문에 "전당대회 안건에 대한 사전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양측의 합의는 쉽지 않아 보인다. 신당파 쪽의 한 당직자는 현 상황을 '씨름판의 샅바싸움'에 비유하며 한동안 힘겨루기가 계속될 것이라 예상했다. 또한 사태의 본질은 "노 대통령에 대한 태도의 차이에서 비롯되었다"며 "노 대통령은 '영남 야당'을 각오한 것 아니냐"며 "그러면 우리당의 수도권, 호남 의원들은 다 죽는다"고 말했다.

a 참석자들이 우리당 당가에 맞춰 노래를 부르며 율동을 하고 있다.

참석자들이 우리당 당가에 맞춰 노래를 부르며 율동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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