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적 한국인'과 '평균적 조선인'의 차이

[우석훈 칼럼] 종부세와 <조선>의 '한 장의 그림' 그리고 '한 장의 철학'

등록 2006.12.11 01:11수정 2006.12.11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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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조선닷컴 12월 10일자 기사에 들어간 삽화.

조선닷컴 12월 10일자 기사에 들어간 삽화. ⓒ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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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조선>의 삽화 한 컷

1.

위의 그림은 <조선일보>에서 소위 세금 폭탄을 설명하면서 사용한 그림이다. 그림을 볼 때에는 그림의 선과 색깔 그리고 분위기를 통해서 작자와 직접 호흡하고 대화하는 마음으로 보게 된다.

'평균적 한국인'이라는 가설 하에 그려진 이 고통스러운 부부는, '평균적 조선인', 즉 <조선일보>를 보는 평균적인 사람이라는 가설을 집어넣고 보면 아주 재밌다.

그림 상단에 있는 44세 어느 평균적 조선인에 관한 자세한 설명은 혹시 그림의 의미를 놓칠까봐 아주 소상하다.

나이, 44세, 지방대 교수,


얼마 전에 50평짜리 서초동에 있는 아파트를 분양받아 공시가격 10억원 정도의 집에 살고 있고 (아마 실제 가격은 12~13억원 정도 할 것이다),

본인은 지방에서 교수생활 하느라고 셋방살이를 하고 있다.


종부세는 600만원 정도 나왔는데, 이게 연봉의 1/10이나 된다고 주장하는 것을 보니, 연봉은 아마 6000만원 정도 되는 것 같다 (이 정도의 월급을 주는 지방대학이라면 학교도 거의 맞출 수 있다. 지방 국립대학은 이렇게까지 연봉이 나오지 않는다.)

아이들의 학교 문제 때문에 강남을 떠날 생각은 없고, 사교육비로 한 달에 200만원을 지출한댄다.

2:8 머리에 안경을 쓰고, 비만이 아닌 왕눈이 40대 교수, 혹은 외국계 회사의 부장으로 있는 또 다른 사나이…


이런 '평균적 조선인' 즉 평균적으로 <조선일보>를 보는 사람은 우리나라 인구의 1% 내에 해당한다.

별다른 해명없이 그림만 봤을 때, 북한에서 민중해방 시키겠다는 찌라시 그림 보는 느낌이 들었다.

한동안 '평균적 한국인'이라는 질문을 가지고 여러가지로 고민하고 있었는데, 이 그림 한 장이 '평균적 조선인'이라는 질문에 대해서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림 한 장이 백 마디 말보다 크다는 표현이 그냥 하는 말이 아닌갑다.

강남과 수혜자 부담의 원칙

2.

@BRI@나는 개인적으로 부동산세가 1% 정도 수준이 적정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미국은 1.5% 정도 되는데, 현재 우리나라가 추진하는 부동산세는 종부세라는 이름으로 0.5% 수준에 맞춰서 조정하는 중이다. 소득에 따른 조정과 다가구 주택에 대한 조정과 같이 여러가지 장치들, 결국 제도적 측면에서 어떤 모습이 최적일지에 관한 질문은 그야말로 사회적 진화에 관한 질문이다.

1%를 부동산세로 지불한다고 하면, 금리에 따른 할인율 계산없이 기계적으로만 따져보면 50년을 살면 잔존가치의 50%를 세금으로 지불하는 셈이다. 자신이 살았던 집에 대해서 50년간 절반의 가치는 세금으로 지불하는 셈인데, 이 정도의 규칙에 의해서 게임을 한다면, 어떤 사람은 집값이 오르지 않는 것이 자신에게 유리할 수 있고, 또 어떤 사람은 집값이 오르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 두 가지의 힘에 의해서 적절한 절충, 소위 아비트리지(arbitrage)가 이루어지는 것이 대체적인 최적이 아닐까라는 것이 내 기본적인 생각이다.

인구 밀도가 높은 우리나라에서는 이보다 높아야 하지 않을까라는 문제점이 있고, 우리보다 훨씬 방대한 국토를 가지고 있는 미국의 1.5%와 비교하면 그래도 낮은 감이 없지 않지만 50년 동안 적절한 부동산세 없이 살아왔던 우리나라의 소위 궤적효과를 생각하면, 1% 정도에서 아마 최적점이 나오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물론 자신의 가처분 소득을 모두 집에 쏟아부은 데다가 은행 대출까지 합쳐서 고가의 주택을 산 사람들, 그리고 오랫동안 거주했던 사람들에게는 억울한 면이 분명히 있다. 그러나 1% 정도의 특수 계층에게 해당하는 일에 대해서 '세금 폭탄'이라는 표현은, 그야말로 '폭탄'이라는 단어의 물리적 이해를 흔들리게 만들 정도로 혼동스러운 용어이다.

더 좋은 주택은 만약 투기적 수요가 아니라면 더 좋은 교통, 더 좋은 환경 혹은 더 좋은 교육여건이라는 '공간'이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한 총체적 판단인 셈이다. 그래서 사실상 종부세는 이 공간이 제공하는 차별적 서비스에 대한 조세인 셈이다. 더 좋은 환경을 원한다면 더 많은 세금을 내는 등의 방식으로 무엇인가 지불이 필요한 것인데, 이를 경제학에서는 '수혜자 부담의 원칙'이라고 부른다.

서울시민들이 내는 '물부담금' 같은 것이 이런 종류의 세금이다. 더 좋고 안심할 수 있는 물을 마시기 원한다면 원수 보호를 위해서 세금을 통한 '내재화(internalization)'가 필요하다, 이런 방식으로 수혜자가 지불하는 조세를 설명한다.

'공간'이라는 특수 재화에 대한 세금이 종합부동산세라고 이해하면, 특수한 공간의 특수한 서비스에 대해서 조세가 부가되는 셈이다. 모든 지역과 모든 공간이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으므로, 이론적으로는 전국의 모든 공간이 총합적으로 균일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면 차별적 조세가 부가되는 것들은 설명이 가능하다.

<조신일보>가 '평균적 한국인'처럼 강변하는 강남의 일부 종부세 부가자의 경우 그들이 구매한 것은 집만이 아니라 공간이 제공할 수 있는 종합적 서비스인 셈이다. 그래서 교육여건, 교통여건, 환경여건 - 개인적으로 난 전혀 동의하지는 않지만, 하여간 소비자들의 선택이니 - 등에 대해서 부여된 이 조세의 경우는 일종의 공간에 대한 균형 조세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지대이론'을 사용하면 강남은 일종의 우등지이고, 비강남지역 혹은 전국의 대부분의 토지가 일종의 열등지인 셈인데, 이 공간의 서비스를 만든 주체가 실제 거주자 스스로이고, 그들이 이 최고의 우등지를 만들어낸 셈이라면 정부가 이들에게 공간의 서비스에 대해서 별도로 조세를 부가할 권한은 없다.

그러나 강남지역은 정부가 계획적으로 조성한 곳이고, 좋은 학교와 좋은 시설을 집중시켜서 만들어낸, 그래서 양질의 공간 서비스를 발생시킨 것이다. 이 서비스에 대해서 주택이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세금을 부가한 셈이다.

상위 1%의 평균적 조선인

3.

위 <조선일보> 그림의 내가 '평균적 조선인'이라고 부르는 이 부부에게 부여된 0.5%의 세금은 선량한 시민들에 대한 정부의 부당한 조치로 이해하는 측면이 있다. 물론 나도 현재의 종부세와 양도소득세의 디자인에 좀 문제가 있다고 생각을 하고, 전세와 월세라는 시스템에 소득에 따른 보조금 지원이 다른 상황에서 다양한 문제점이 생길 수 있다는 데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이 조세부담률 때문에 '평균적 한국인'의 삶이 어렵다는 그림의 메시지에 동의하기는 어렵다. 99%의 한국인 즉 대부분의 한국인에서 '평균적 조선인'을 제외한 사람들과는 상관없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물론 상관없는 소수의 문제라고 해서 부당한 조세와 부당한 정책을 눈감자고 하는 것은 아니다. 조세는 아무리 잘 디자인되어도 변경선 언저리 그리고 규정만으로는 해석하기 어려운 부분이 생기기 마련이다. 유럽에서는 이런 경우에 '위원회'를 설치해서 개별적인 사정을 심사해서 구제하는 등의 예외 조치를 시행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런 1% 내에서의 또 다른 소수 때문에 전체 시스템을 뒤흔드는 경우는 조금 이해하기가 어렵다.

조세형평성으로 얘기하지면 가난한 사람과 초등학생들이 구멍가게에서 조그만 과자 하나 살 때에도 부자들과 마찬가지 비율로 부가가치세를 지불하는 것이 더 이상하지만, WTO 체계에서 수출입에 따른 국가간 세제 조정을 위해서 모든 가난한 사람들이 부가가치세 체계를 참고 세금을 매일매일 지불하고 있다.

이런 평균적 한국인과 가난한 한국인의 일상성의 고민과 '평균적 조선인'의 고민은 너무 달라보인다.

위의 그림을 그대로 사용하자면, 노무현 정부에서 이제 일반화시킨 비정규직이 절반 이상의 중장년층 그리고 대부분의 10대와 20대 청년들의 문제일 것 같은데, <조선일보>의 눈에는 그렇지는 않은가보다.

물론 소수자 문제에 관해서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처럼, 겉으로는 고소득인 것 같지만 종부세와 이런저런 소득세를 내는 사람들이 특수한 정신적 스트레스와 삶의 어려움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이는 것에 대해서 반대할 생각은 전혀 없다.

그러나 마치 평균적 한국인의 삶을 <조선일보>가 관심을 가지고 지켜려고 하는 '평균적 조선인'과 등치시키는 접근은 너무 속보이는 일이다.

<조선일보>의 세금 폭탄 타령은 좀 하다 말겠거니 했는데, 아예 노골적으로 월 200만원 사교육비 지출하는 지방대 교수의 애환을 국민 평균의 애환과 등치시키는 일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중남미 보수언론에서도 유래가 없을 정도로 좀 심한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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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문제, 환경-자원 문제에 대한 전문가. 경제학 전공. 기후변화협약 UNFCCC 기술이전 전문가그룹 아시아지역 대표 이사 현대환경연구원 연구위원, 에너지관리공단 팀장 역임 한국생태경제연구회 창립회원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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