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게임, 어디로 흘러갈까?

[서평] <게임 크리에이터 열전>

등록 2006.12.11 15:10수정 2006.12.11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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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공사

언젠가는 한국 문단을 새롭게 이끌 작가로 주목받았고, 또 언젠가는 표절이라거나 파시즘 추종자라 공격받았고 지금은 이화여대에서 학생들 가르치고 있는 이인화 교수. 요즘 이인화 교수는 온라인 게임에 푹 빠져 지내고 있다. 디지털 스토리텔링에 대한 책을 내기도 했고 아예 게임 업체와 계약하고 시나리오 자문을 맡기도 했다.

최근 이인화 교수는 중앙일보에 온라인 게임에 대한 연재를 하고 있는데 한 면을 고스란히 차지하고 있다. 가상공간의 사회성이나 게임 캐릭터의 불멸 같은 주제를 다루고 있는데 일반 독자들에게는 온라인 게임에 대해 새로운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는 호평을 듣는 쪽이고 게임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특정 업체 홍보라거나 괜한 호들갑이라는 좀 싸늘한 평을 듣고 있다.


@BRI@이인화 교수가 연재기사에서 추천한 책이 바로 <게임 크리에이터 열전>이다. 일본 게임 개발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만화인데 이인화 교수가 이 책을 추천한 것은 사실 좀 뜻밖이다. 이인화 교수는 특히 한국형 온라인 게임에 매달려 왔고 그 안에서 사용자들이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는 것을 중시했는데 <게임 크리에이터 열전>에서 소개하고 있는 개발자들은 오히려 이인화 교수가 즐기는 게임들과는 다른 세상에 있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이제 이인화 교수는 불멸의 가상 세계로 보내 드리고 <게임 크리에이터 열전>을 펴 보자. 일본에서 1989년에 그려졌고 우리나라에선 2003년에 나온 이 책에 다루고 있는 게임들은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 얘기들이다. 하루가 다르게 버전 업 하는 게임 세상에서 그란 투리스모 1편이나 바이오해저드 1편을 만들고 플레이 스테이션 1을 만드는 얘기라면 이미 유통기한이 지나버린 것은 아닐까?

오히려 게임의 고전을 살펴본다는 의미에서 배울 것이 있다. 게다가 이 책에 등장하는 게임들은 게임기 진화에 따라 도태되지 않고 여전히 킬러 타이틀로 군림하고 있고 플레이 스테이션 3도 여전히 괴력을 선보이고 있으니 말이다. 오히려 부침이 심한 게임 업계에서 강자로 군림하는 비결이 무엇인가를 옛 모습에서 찾을 수 있다.

현실에서 타는 차를 그대로 게임으로 옮겨 놓겠다며 만든 그란 투리스모나 정말 오싹한 공포를 맛보고 싶다며 만든 바이오해저드처럼 극한을 추구하는 것이 일본 게임 업계의 장점이다. 실감나는 격투게임을 만들기 위해 서로 치고받기도 하고 중국으로 건너가 무술 고수를 만들기도 했다는 버추얼 파이터나 제한된 용량을 극복하고 재미를 추구하기 위해 고심했던 슈퍼 마리오 이야기도 흥미롭다.

갈수록 그래픽은 화려해 지고 사람들은 게임기 사양의 노예가 되는 것 같지만 여전히 재미는 인간의 머리에서 손에서 나온다. 복잡한 키를 외워야 하는 게임을 할 수 있는 시대에서 단지 공을 굴려 나간다는 기본 하나로 히트작이 나오는 것처럼 자본 집중의 게임 시장에서도 여전히 발상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 있다.


<게임 크리에이터 열전>에도 적을 물리친다는 패턴에서 벗어나 도망만 다녀야 한다는 새로운 규칙으로 재미를 찾아내거나 경마 게임에서 단지 중계 멘트를 조금 더 빠르게 흘렸을 뿐인데 실제 경마장 느낌이 났다거나 하는 발상의 전환을 만나는데 이것이 게임 창조의 묘미일 것이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플레이 스테이션의 새로운 컨트롤러를 놓고 갈등하다가 아이들이 새로운 디자인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것을 보고 아직 게임 업계는 형성되어가는 과도기라는 깨달음에 이르는 대목이었다.


초고속 인터넷을 자랑하는 대한민국은 많은 국민이 틈만 나면 게임을 즐기는 나라이고 게임 산업으로 세계를 노리는 입장이다. 게임 산업의 과도기에서 대한민국 게임은 어떤 흐름을 남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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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공사

게임 크리에이터 열전 1

히라사와 타카유키 지음,
시공사(만화),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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