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사찰답사를 위하여(22)

불상의 이해

등록 2006.12.12 15:51수정 2006.12.12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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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상을 만드는 재료는 구리, 청동, 나무, 쇠, 돌, 흙 등이며, 작은 불상의 경우 금이나 은으로 만들기도 합니다. 아주 특이하게 종이로 만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불상은 만드는 재료에 따라 청동불, 철불, 소조불, 목조불, 마애불, 건칠불이라 부릅니다.

청동불이라 하면 구리와 주석을 합금해서 만든 불상을 말하며, 철불은 쇠로 만든 불상, 소조불은 흙으로 빚어 만든 불상을 말합니다. 나무로 만들어진 경우 목조불, 바위에 부처를 새길 경우에는 마애불이라 하며 종이로 만들어 옻칠을 할 경우 건칠불(乾漆佛)이라 칭합니다.


부처의 자세와 손모양(手印)

@BRI@불상은 부처의 자세에 따라 서 있는 모양인 입상(立像), 앉은 모양인 좌상(坐像), 누운 모양인 와상(臥像)으로 분류합니다. 우리나라 불상의 대부분은 앉은 모양의 좌상인데, 그 모양에 따라 결가부좌, 반가부좌, 유희좌 등으로 나누어집니다.

결가부좌(結跏趺坐)는 부처가 좌선할 때 취하는 편안한 자세를 뜻합니다. 그 모양을 보면 왼발을 오른쪽 다리 위에 얹은 다음 오른발을 밖에서 왼쪽 다리에 얹은 것이 있으며, 이와 반대로 오른발을 왼쪽 다리 위에 얹고 왼발을 오른쪽 다리 위에 얹은 것도 있습니다.

반가부좌(半跏趺坐)는 결가부좌에서 한쪽의 다리를 푼 자세라는 뜻에서 나온 이름으로 결가부좌한 위쪽의 다리를 넓적다리 밑으로 넣고, 오른쪽 또는 왼쪽의 한 발만을 다리 위에 얹은 모양입니다.

유희좌(遊戱坐)는 한쪽 다리는 결가부좌하여 대좌 위에 얹고 다른 다리는 아래로 내린 자세를 말합니다. 인도를 비롯하여 티베트, 네팔 등 동남아시아에 그 예가 많이 남아 있는 편이며, 중국이나 우리나라에서는 이 형식에서 변형된 반가사유상이 크게 유행하였습니다.


한편 부처나 보살이 깨달은 진리나 서원 등의 덕(德)을 손가락을 이용해서 상징적으로 나타낸 손모양을 수인(手印)이라 합니다. 원래는 불전도(佛傳圖)에 나오는 석가모니의 손 모양에서 유래한 것인데, 특히 밀교에서 이 손모양을 중시하여 대일여래의 지권인을 비롯하여 보살, 천부, 명왕 등에 따른 다양한 손모양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32길상 80종호가 부처의 보편적인 모습을 나타내는 형식성이라면, 그 속에서 각각의 부처를 상징하는 특수한 모습을 나타내는 형식성은 바로 이 손모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손모양은 각각의 부처와 관련한 교리적인 뜻을 갖고 표현되었기 때문에 부처의 이름을 명확하게 밝혀주는 역할을 합니다. 석가모니 부처를 상징하는 손모양은 항마촉지인(降魔觸地印)으로, 석가모니 부처의 일생에서 가장 특징적이고 감동적인 깨달음을 얻는 순간을 상징적으로 나타낸 것입니다.


석가모니가 깨달음을 얻어 부처가 되는 것이 두려웠던 마왕(魔王) 파순(波旬)은 깨달음을 얻지 못하게 온갖 방해공작을 펼치자, 석가모니는 나는 이미 깨달음을 얻었으며 나의 깨달음을 땅의 신이 증명할 것이라고 한 손을 무릎 위에서 땅에 닿도록 합니다. 그래서 마왕을 항복시키고(降魔) 손이 땅에 닿은(觸地) 모양이라 이름 지은 것입니다.

a 전남 장흥 보림사 철조비로자나불(국보 제117호)의 지권인

전남 장흥 보림사 철조비로자나불(국보 제117호)의 지권인 ⓒ 김성후

지권인(智拳印)은 소리도 없고 형상도 없는 비로자나불을 믿으면서 그분의 특징을 형상화한 손모양으로 중생과 부처, 미혹함과 깨달음이 원래는 하나라는 뜻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양손을 가슴 앞에 올리고 집게손가락만 똑바로 세운 왼손을 오른손으로 감싸서 오른손 엄지가 왼손 집게손가락 끝에 서로 맞닿도록 한 모양입니다.

아미타불을 나타내는 손모양은 미타품인(彌陀品印)이라 합니다. 모든 중생은 9가지 성품 중의 하나를 가지고 태어난다고 합니다. 중생은 '상-중-하'의 3가지 생(生)이 있으며 각각의 생(生)마다 다시 '상-중-하'의 품성(品性)이 있어 모두 9가지 성품을 가지게 됩니다. 아미타불의 손모양은 이 9가지의 성품을 지닌 모든 중생을 다 구제하고자 하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입니다.

a 경북 경주 불국사 금동아미타여래좌상(국보 제27호)의 미타품인

경북 경주 불국사 금동아미타여래좌상(국보 제27호)의 미타품인 ⓒ 김성후

약사여래의 특징적인 모습은 대개 왼손에 약을 담은 병(藥甁)이나 약을 담은 단지(藥盒)를 들고 계신다는 점입니다. 중생의 병을 고치려면 병에 딱 맞는 약이 있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셈입니다.

이외에도 우리가 자주 볼 수 있는 손모양으로 선정인(禪定印)이 있습니다. 이 손모양은 손바닥을 편 채로 왼손은 배꼽 아래에 두고, 그 위에 오른손을 포개서 두 엄지손가락을 맞대고 있는 모양입니다.

그리고 주로 오른손을 어깨 높이까지 올리고 다섯 손가락을 세운 채로 손바닥을 밖으로 내밀고 있는 시무외인(施無畏印)과 왼손을 내려서 손바닥을 밖으로 향하게 한 손모양인 여원인(與願印)이 있는데, 이를 합쳐 통인(通印)이라고 합니다. 또 양손을 가슴 앞까지 올린 다음 왼쪽 손바닥은 안으로, 오른쪽 손바닥은 밖으로 향하게 하고 각각 엄지손가락과 집게손가락을 맞붙인 전법륜인(轉法輪印)이라는 손모양도 있습니다.

요즘 사찰을 답사할 경우 수인과 건물의 이름이 다른 경우가 제법 있습니다. 예를 들어 대웅전이라 하면 석가모니 부처의 공간을 상징하는데 미타품인을 한 불상을 모시거나 지권인을 한 불상을 모신 경우가 있습니다. 엄밀한 의미에서 이 광경이 옳은 것은 아니지만, 부처의 공간에 부처를 모신 신앙의 측면에선 하등 이상할 것이 없다는 사실 또한 알아야 할 것입니다.

부처의 장엄

부처를 신성한 존재로 표현하기 위해 꾸민 장엄(莊嚴)에 속하는 내용으로 광배(光背)와 대좌(臺座), 옷과 닫집 등이 있습니다.

먼저 광배라는 것은 초자연적인 믿음의 대상이 된 부처를 좀 더 거룩하게 표현하고자 부처의 몸에서 나오는 빛을 형상화한 것이라는 해석이 일반적입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오랜 시간 수행을 쌓으면 보통 사람의 눈에는 잘 보이진 않지만 오로라 같은 빛이 실제 난다고 하는 주장에 따라 부처의 몸에서 나는 빛을 표현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부처의 온 몸에서 빛이 나고 있음을 표현한 것을 전신광배(全身光背)라 하며, 머리에서 나는 빛을 표현한 광배를 두광(頭光)이라 하고, 몸에서 나는 빛을 표현한 것을 거신광배(擧身光背)라고 합니다.

대좌란 부처나 보살 또는 승려 등이 앉거나 서는 자리를 말합니다. 대부분의 불상을 대좌 위에 모시기 때문에 아주 중요한 것이지만, 32길상 80종호는 부처의 신체적 특징을 설명할 뿐 대좌에 대한 설명이 없어 그 기원을 정확하게 알 수는 없습니다. 다만 석가모니께서 보리수나무 아래에서 깨달음을 얻을 때 앉았던 풀방석에서 유래하였다고 하며 이 자리를 금강좌(金剛座)라 불렀다고 합니다.

대좌의 형태는 불상의 종류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나는데 연화좌, 사자좌, 상현좌, 암좌, 운좌, 조수좌, 생령좌 등이 있습니다. 이 중에서 연꽃 모양의 연화좌와 사자좌가 가장 널리 알려졌습니다.

연화좌(蓮華坐)에 새겨놓은 연꽃은 불교에서 아주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연꽃은 진흙 속에서 피지만 더러운 것이 묻지 않고 항상 맑은 꽃을 피운다고 하여 고통과 탐욕이 우글거리는 세상에서 태어나 깨달음을 얻은 부처를 상징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불교예술 전반에 걸쳐 연꽃을 조각하거나 그려놓는 일이 많은 것이며 부처가 앉는 자리 또한 연꽃으로 만들었던 것입니다.

사자좌(獅子座)는 부처의 위엄과 위세를 백수의 왕인 사자에 비유하여, 사자를 대좌의 좌우에 새긴 것을 말합니다. 연화좌는 불상이나 보살상 등에 널리 사용되는데 반해 사자좌는 오직 불상에서만 나타나며 그 숫자도 그리 많지 않습니다. 또한 부처가 앉아 있는 곳을 수미단이라 부르는데 그 이유는 세계의 중심에 자리잡은 수미산에 부처가 있다는 것을 상징하기 위함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석가모니께서 살아계셨을 때 옷을 입었으므로 불상도 옷을 입은 모양으로 만들었습니다. 불상을 조성할 때는 가장 바깥에는 대의(大衣), 그 안에 승기지(僧祇支)와 치마인 군의(裙衣)를 입은 모양을 취했습니다.

대의는 가장 바깥에 입는 옷으로, 양쪽 어깨를 옷으로 모두 덮은 통견(通肩)과 오른쪽 어깨를 드러낸 채 옷을 왼쪽 어깨에서 겨드랑이로 걸치는 우견편단(右肩偏袒)의 두 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승기지는 왼쪽 어깨에서 오른쪽 겨드랑이로 옷을 걸칠 때 드러난 가슴을 덮은 속옷을 말하며, 군의는 원래 고대 중국의 옷 모양이라고 하는데 보통 허리에서부터 아래를 덮은 긴치마 모양의 옷을 말합니다.

부처를 모셔놓은 건물 내부로 들어가면 불상 위에 또다시 작은 집을 올려놓은 경우가 있는데 이를 닫집이라 합니다. 닫집이란 집안에 '별도로 지어놓은 또 하나의 집'이란 뜻으로 닫집이 만들어진 이유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닫집이란 보개(寶蓋)를 본떠 만든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석가모니께서 야외에서 설법할 때 햇빛을 차단하는 양산의 일종인 일산(日傘)을 쓴 것에 연유하여 불상 위에 보개를 설치하여 장식하였다는 것입니다.

둘째, 닫집이란 전각 안에 설치한 부처의 궁전을 상징한다는 것입니다. 부처가 계신 궁전을 설명한 많은 경전을 보면 일곱 겹의 기둥과 함께 방울과 금, 은, 유리, 수정 등의 화려한 보물로 장식되어 있다고 합니다. 이와 같은 화려하고 아름다우며 권위가 있는 부처의 궁전임을 나타내기 위해 닫집을 설치하였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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