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 건의하러 간 시민단체는 '불청객'

[동행 취재기] 시민단체 대표들, 정치권 성토하러 갔지만 반응은 '냉랭'

등록 2006.12.14 23:17수정 2006.12.14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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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지난 13일 오전 11시 여의도 국회 앞. 참여연대·전국임대아파트 연합회·환경운동연합 등 전국 33개 시민사회단체들이 공동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13일 오전 11시 여의도 국회 앞. 참여연대·전국임대아파트 연합회·환경운동연합 등 전국 33개 시민사회단체들이 공동기자회견을 열었다. ⓒ 김현수


지난 13일 오전 11시 여의도 국회 앞. 참여연대·전국임대아파트 연합회·환경운동연합 등 전국 33개 시민사회단체들이 공동기자회견을 열었다. 부동산 정책을 올해 안에 입법시켜라"는 민심을 국회의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다.

이날 40여분 동안 시민단체 대표들은 정부와 정치권의 무관심과 무책임을 성토했다.

"당장 내년 고분양가 주택분양이 시작되고 분당급 신도시도 발표된다. 정부는 이에 대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 않다. (오성규 환경정의 사무처장)"

"쪽방촌에 사는 많은 사람들은 정부의 강제철거 계획으로 쫓겨나고 있다. 정부는 조속히 계획을 수립하라. (노기덕 임대주택국민연합 사무총장)"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분양원가 공개-검증 시스템을 통한 공공택지건설 주택의 분양가 인하 ▲분양가 인하-무주택세대주 우선청약·환매조건부 분양이 결합된 공공분양주택 제도 도입 ▲개발이익 환수제도 및 부동산 세제의 사회복지예산으로 연계 ▲균형있고 조화로운 국토개발을 저해하는 무분별한 개발사업의 재검토 등 10대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운동권'을 만난 '운동권', 그러나 분위기는 '썰렁'

@BRI@거리에서 정치권의 부동산 정책 부재를 비판한 시민단체 대표들은 오후 2시 여야 각 당의 부동산정책특위 의원들을 만나기 위해 국회의원 회관으로 갔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부동산 정책특위 위원인 이미경·김석준 의원을 만나 10대 요구사항을 전달하기 위해서다.


기자가 생전 처음 들어가보는 의원회관의 630호. 이미경 의원과 시민단체 대표들은 어색한 인사를 나눴다. 이 의원은 한 때 시민운동에 몸담았던 '운동권 인사'였지만, 분위기는 썰렁했다. 김남근 참여연대 부집행위원장은 곧바로 시민단체의 10가지 촉구사항을 전달했다.

이미경 의원의 표정은 썩 유쾌해 보이지 않았다. 그는 "시민단체 분들이 이렇게 와서 내가 당의 의견을 전하는 것은 별로…, 당에서 안 좋은 이야기도 나오고"라고 말하면서 시민단체 대표들이 '불청객'임을 우회적으로 표시했다.


"아이 참…, 앞으로 좀 부동산 집값 걱정없이 살았으면 좋겠네…."

노기덕 임대주택국민연합 사무총장이 말한 뒤에 한참동안 정적이 흘렀다. 그 뒤 시민단체 인사들은 그 방을 나섰다.

a 이미경 열린우리당 의원과 면담하고 있는 시민단체 활동가들.

이미경 열린우리당 의원과 면담하고 있는 시민단체 활동가들. ⓒ 김현수

a 김석준 한나라당 의원과 면담하고 있는 시민단체 활동가들.

김석준 한나라당 의원과 면담하고 있는 시민단체 활동가들. ⓒ 김현수

"부동산 입법, 활동가의 열정 만으로는 안 되지"

시민단체 대표들은 곧바로 한나라당 김석준 의원실로 자리를 옮겼다. 시민단체측 권정순 변호사가 "분양가 검증, 분양원가 공개 관련 특별법의 개정안을 입법청원했고 민주노동당의 이영순 의원이 법안을 발의했다"는 말을 전하자 김 의원은 곧바로 '비전문성'으로 맞받아쳤다.

"요즘 모든 법안이 이영순 의원에게 몰리더라고요. 음, 그게 말이에요. 시민사회가 그런 부분에서는 전략적으로 잘 해야 돼요. 정치권 현상을 잘 이해해야 하는데 말이죠. 로드가 한 쪽으로 몰리면 될 일도 잘 안돼요. …내가 시민단체 출신이어서 잘 아는데 활동가들의 열정만으로는 안 된다고요. 전문가 그룹의 전문성이 더해져야 합니다."

이 말이 끝나자 시민단체 대표들의 표정을 살피니 난처한 기색이 역력했다.

대화는 오후 4시가 좀 넘어 끝났다.

시민단체 대표들은 부동산 정책 부재에 대한 민심을 정치권에 전달하려 했지만, 한쪽에선 '떨떠름한 반응'이 돌아왔고, '훈계'까지 듣고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5시간여만의 동행 취재를 마치고 참여연대 관계자와 전화통화를 했다.

"부동산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정치권은 문제가 불거지자 뒤늦게 여러 법안을 내고 있다. 부동산 정책이 대선공약으로 정치쟁점화되면서, 그 과정에서 문제 해결이 흐지부지 될 것 같아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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