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시원스럽게 그린 이 그림은 아줌마의 마음 자리 같기도 하네요. 뭐든 시원시원하게 생각하거든요. 작품 앞에 선 최옥희 여사입니다.이승숙
키가 늘씬하게 큰 아줌마는 나와는 10년 이상 나이 차이가 나는 웃사람이지만 이야기 나누다 보면 나이 먹은 사람 같지가 않다. 아줌마는 남들에게 자신을 잘 보이기 위해 포장하거나 감추지를 않고 있는 그대로 다 보여준다. 그리고 웃사람이라고 아랫사람을 가르치려고 한다거나 위세를 부리지도 않는다. 그래서 아줌마랑 이야기 나누면 꼭 또래 친구 같은 그런 기분이 든다.
우리가 강화 땅을 보러 다닐 때, 보는 땅마다 우리보다 한 발 먼저 보고 간 사람이 있었다. 땅을 소개해주는 사람의 말을 들어보니 정년퇴직을 앞둔 어떤 분이 땅을 보러 다닌다 하였다. 그런데 우리 두 집은 인연이 되려고 그랬는지 서로 옆에 땅을 구해서 정착을 했다. 그리고 이웃이 되었다.
처음에는 아저씨 혼자만 내려와서 지내는 거였다. 아줌마는 시골살이가 싫다시며 내려오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렇게 3년을 아저씨 혼자 서울과 강화를 오가며 지내다가 드디어 재작년 가을에 아줌마도 서울생활을 접고 강화로 내려왔다.
강화로 이사 오기 전에 아줌마는 아저씨와 단단히 약조를 했다고 한다.
'내는 풀 뽑고 밭일 하미 몬 사이까네 함부레 내한테 밭일하라고 카지 마라. 그리고 내는 일주일에 두 번은 서울 나가야 되이까네 내보고 서울 나간다고 뭐라 카지 마라. 이거 두 가지만 지켜주마 내 강화 내려가꾸마.'
이렇게 단단히 약조를 받은 후에 아줌마는 드디어 강화로 내려왔다.
아줌마는 정말로 밭일에는 취미가 없다. 풀 뽑고 야채 가꾸는 일은 모두 다 아저씨가 한다. 그래서 가끔씩 아저씨랑 다투기도 한다.
"옆집 영준이 엄마 함 봐라. 저래 풀 뽑고 하니까 얼매나 보기 좋노? 당신도 좀 풀 뽑고 그래봐라."
옆집 아저씨가 풀을 뽑는 나를 보고는 아줌마에게 뭐라 그러면 아줌마는 단칼로 내쳐 버린다.
"뭐라 카능교? 낼로 보고 풀 뽑으라 카능교? 내는 그래 몬하이까네 당신이나 마이 하소. 내는 내 좋아하는 거 하고 당신은 당신 좋아하는 거 하기로 그래 해놓고 인자 와서 밭일하라 카마 낼로 우야라고? 내는 그래 몬 사이까네 그래 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