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위에도 사뿐히…-팔공산 갓바위로 오르다 보면 관암사에서 '약수'를 마실 수 있다. 이 곳엔 돌로 된 불상이 우두커니 목을 축이는 이들을 위해 합장하고 있다.오마이뉴스 이승욱
"그래도 난 간다."
저의 오기도 그저 마음이 답답했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새벽 잠이 없으신 어머니가 보셨다면 "큰 눈 온다는데 뭔 산이냐"며 핀잔이 비껴가지 못했을 법 합니다.
물론 큰 눈이 내린다면 낭패를 보겠지요. 그래도 오늘은 가뿐히 오를 팔공산 갓바위를 선택했으니 큰 눈의 위협 속에서도 용기가 납니다.
어쩜 큰 눈 내리는 갓바위를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네요.
다들 아시겠지만, 해발 900여m 정도로 도시에 인접한 팔공산 갓바위는 불교의 성지(聖地)이면서도 지친 도시인들의 마음을 추스리게 하는 영적인 곳입니다. 이곳을 내리는 눈과 함께 오른다면 또 다른 맛이 나지 않을까.
'다행히' 예상대로였습니다. 역시 큰 눈은 없었답니다.
눈은 내렸지만 싸라기눈이 전부였습니다. 그래도 큰 눈 피해를 걱정해야할 다른 지역에 비하면 운이 꽤 좋은 거겠지요. 눈 피해 걱정없이 첫 눈을 맛보는 기회가 됐으니깐요.
제대로 한 시간 정도 눈발이 날렸을까. 흩뿌려 놓은 밀가루 마냥 산이며 나무 위에 싸뿐히 내려앉은 눈. 그렇게 하늘도 생색만을 낼 모양입니다.
매서운 바람이 산 아래에서 정상을 향해 몰아칩니다. 그 바람을 타고 흩날리는 싸라기눈의 모양새가 운치를 더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