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를 캐낸 뒤 바로 저장하는 것보다 한 이틀 말려서 저장하는 게 좋다. 그리고 저장할 때는 반드시 찬바람을 막을 수 있는 따뜻한 곳이어야 한다.정판수
그러나 오늘 고구마를 씻은 건 구워먹거나 삶아먹기 위해서가 아니다. 바로 '빼때기'와 '쫄때기'를 만들기 위해서다.
빼때기는 날고구마를 무 자르듯 얇게 비스듬히 잘라 햇볕에 말린 것이다. 빼때기란 말을 처음 듣는 사람들은 그게 우리말이 아니라 일본말이나 중국말인가 하고 갸우뚱하는데 경상도 말이다. 아니 제주도에 가서도 들었으니 순수 경상도 말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있다.
이전에 먹어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아 그거…'하시며 고개를 끄덕일 분들도 있을 것이다. 이 빼때기는 불과 수십 년 전만 하더라도 섬 지역이나 서부 경남에서는 겨울부터 이른봄까지 주요 군것질거리이면서 죽으로 만들어먹기도 했으니 한 끼 식사였다.
이제 가만 생각해보면 빼때기를 많이 먹었던 곳은 고구마 외에 다른 작물을 심기 힘든 섬이나 유독 고구마가 잘 자라는 지역이 틀림없다. 거기 사람들에게 고구마는 주식이었으니 보관할 방법을 찾느라 무진 애를 썼으리라. 자칫하면 썩거나, 곰팡이가 피거나, 쥐의 입 속으로 들어갔으니 말이다. 그래서 꾀를 낸 것이 고구마를 썰어서 말린 상태로 보관하는 것이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