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네티즌'이 꼽은 올해 최대 뉴스는?

경찰 내부 동호회 '폴네띠앙' 선정 10대 이슈

등록 2006.12.18 17:38수정 2006.12.18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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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경찰 네티즌'이 뽑은 2006년 경찰 10대 뉴스

'경찰 네티즌'이 뽑은 2006년 경찰 10대 뉴스 ⓒ '폴네띠앙' 원문화면캡처

생산(PROduce)하면서 동시에 소비(cunSUME)하는 행위(-ing)를 프로슈밍(Prosuming)이라고 앨빈 토플러는 정의하였다. 2000년 7월부터 '깨끗하고 당당하게'라는 모토로 경찰조직내 저널리즘활동을 하고 있는 폴네띠앙(www.polnetian.com)은 그러한 면에서 프로슈밍을 하는 커뮤니티다.

또한 18일에 발매되는 <타임>(올해 마지막 호)은 올해의 인물로 특정 유명인사 대신 참여하는 네티즌 '당신(YOU)'을 선정했다고 하는데 폴네띠앙도 경찰내 대표적인 UCC(사용자 제작 콘텐츠) 사이트다.

'2006년 폴네티즌이 뽑은 10대 뉴스'는 지난 1년간 경찰청 내부 게시판을 뜨겁게 달구었던 이슈를 중심으로 선정되었다. 경찰 내 내부적인 갈등과 그 진행과정 등이 상세히 묘사되어 혹 경찰안을 훔쳐 보고 싶은 네티즌에게는 '엄선된 경찰내 동향 보고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BRI@정리는 경찰내 대표적인 논객인 '죽림누필'이 초안을 잡고, '딸기낭자'가 웹디자인을 맡았다. 경찰청 내부 전용방 게시판에서는 10대 뉴스를 토대로 가장 핫이슈가 무엇인지 '탑뉴스'를 선정하고 있다.

#1. "검새 없는 세상으로"... 강희도 경위 자살

청장이 없는 채로 새해를 맞은 심란함이 채 가시기도 전인 1월 21일, 경찰은 뜻밖의 비보를 받고 충격에 휩싸였다. 최광식 경찰청 차장의 수행비서였던 강희도 경위가 고향마을 선산에서 목을 매 자살한 것이다. 우리가 강 경위의 죽음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검찰의 악의적인 표적수사에 의한 억울한 희생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브로커 윤상림과 최광식 차장 간의 뇌물수수혐의를 수사하던 검찰은 마치 결정적인 증거라도 잡은 듯이 언론플레이에 열을 올렸다. 또 강 경위가 부정한 돈 심부름이라도 한 것처럼 '연결고리' 운운하며 소환하였었다.

하지만 수개월간 수사를 벌이고도 끝내 검찰은 최 차장이 윤상림으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아무런 증거를 찾지 못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 검찰이 최 차장을 수사한 명분은 고작 윤상림의 수첩에 그의 이름이 적혀 있다는 것뿐이었다.


윤상림의 수첩에 이름이 적힌 인사가 1,000명이 넘는데 유독 최 차장에 대한 수사와 언론플레이에 열중한 것은 그것이 표적수사였다는 움직일 수 없는 증거다. 그들이 최 차장을 표적으로 삼은 이유는 그가 지난해 허준영 청장과 함께 경찰수사권독립운동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즉, 또 다른 허준영의 싹을 아예 제거하고 경찰을 길들이려는 계책이었던 것이다.

강 경위는 유서에 쓴 대로 '검새 없는 세상'으로 가셨지만 아직 살아 있는 우리들의 처지를 보면 마음이 편치 않으실 게다. 강 경위가 억울하게 희생되었을 때 단 한 마디 유감표명도 하지 않았던 우리의 지휘관들은 몇 개월 후 검찰이 결국 윤상림 사건이 아닌 엉뚱한 다른 혐의를 걸어 기어이 최 차장을 기소하였을 때도 꿀 먹은 벙어리였다.


#2. "한 송이 무궁화 꽃을 피우기까지"... 경위 근속승진 시행

지난 해 12월 개정된 경찰공무원법에 따라 마침내 4월 7일 첫 경위 근속승진이 실시되었다. 그런데 경찰관들의 오랜 숙원이던 경위 근속승진이 경찰청의 졸속 운영으로 인해서 시작부터 감격과 환희는커녕 불신과 갈등만 낳고 있는 것은 참으로 개탄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경찰청으로서도 나름대로 노력을 하고 있는 줄 안다. 또한 직원들의 상반된 이해관계를 모두 충족시킬 묘책을 찾기가 어렵다는 사정도 이해한다. 하지만 그것은 시행초기의 준비부족과 우왕좌왕으로 스스로 불신을 초래하고 경찰관들 간에 반목을 일으켰던 경찰청의 자업자득이었다.

#3. "빅 브라더의 강림"... 형통망 파동

인류는 기술문명의 발달로 모든 정보를 장악하게 된 '빅 브라더(Big Brother)'라는 절대권력에 의해 인간의 존엄과 자유를 유린당하게 된다. 1948년 출판된 소설 <1984년>에서 조지오웰은 국가기관에 의한 정보장악의 위험성을 이와 같이 경고한 바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대한민국에서 빅 브라더의 음모가 은밀히 진행되고 있었다. 그 음모는 올 6월 용기 있는 몇몇 경찰관들의 폭로가 없었다면 아마 내년쯤 실현되었을 것이다. 그것은 바로 형통망이다.

형통망은 검찰의 주도하에 수사에서 재판, 그리고 형집행에 이르는 모든 형사사법기관들이 하나의 통합된 정보 시스템을 구축하는 사업을 말한다. 형사사법정보의 집중은 그 자체로 인권침해의 염려가 매우 높은데다가 그것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독점한 검찰에 의해 장악된다면 끔찍한 재앙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위험하고 또 1,000억 원 이상의 엄청난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이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이 심지어 공청회 한 번 없이 추진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경찰관들마다 분노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경찰관들의 분노는 경찰청의 태도를 변화시켰고, 나아가 시민단체와 국회까지 움직였다. 최근 국정감사 및 예산결산 과정에서 국회의원들이 이 문제를 집중 성토한 끝에 마침내 형통망의 골격을 연계형으로 전환시킨 것은 분명 경찰의 투쟁이 얻어낸 성과물이라 하겠다.

하지만 형통망을 간교하기 이를 데 없는 검찰이 주도하는 이상 방심할 수 없으며, 여전히 도사리고 있는 인권침해 소지와 이를 차단할 확실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기까지 형통망 저지를 위한 우리의 투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4. "막나가는 검찰"... 장신중 경정 기소

2005년 11월 16일 강릉경찰서 상황실에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강릉지청에서 긴급체포하여 조사하던 피의자를 경찰서 유치장에 수감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여기에 대해 당시 상황실장이던 장신중 경정(생활안전과장)은 정식 공문으로 요청할 것을 요구했다. 장 경정의 이러한 조치에 무슨 문제라도 있는가?

알다시피 상황실장은 야간에 경찰서에서 발생하는 모든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진다. 그리고 사람을 유치장에 수감하는 일은 아무리 신중을 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적어도 그 사람이 누구인지, 무슨 혐의로 체포되었는지, 체포의 절차는 적정했는지 등에 대한 심사가 필요하며, 따라서 전화 한 통만으로 사람을 유치장에 가둘 수는 없다. 또 기관 간 협조요청은 아주 급박한 경우가 아니라면 공문에 의하는 것이 규칙이고 예의범절이다.

그러므로 강릉지청으로서는 정식공문을 요구한 장 과장의 지극히 상식적이고 정상적인 조치에 응해 간단한 협조요청서를 작성하여 긴급체포서 사본과 함께 팩스를 넣으면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들은 이러한 지극히 정상적이고 상식적이며 간단한 절차를 이행하는 대신 올 2월 장 과장에게 직무유기라는 터무니없는 죄목을 적용하여 기소해 버렸다.

이후 8차례의 공판 과정에서 검찰은 장 과장이 수사지휘권에 근거한 검사의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수사지휘권의 행사도 정당한 절차를 준수해야 한다. 게다가 수사지휘권이라는 것은 특정 사건에 대하여 지휘관계에 있는 특정 사법경찰관리에 대해 행사할 수 있는 것이지, 그 사건과 아무런 관계도 없는 경찰관 아무에게나 마구잡이로 행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강릉지청의 피의자 수감요구는 지시가 아니라 '협조요청'에 불과했다.

백보를 양보해서 검찰의 요구가 수사지휘권에 근거한 지시여서 그것을 이행하는 것이 경찰의 직무라 하더라도, 장 과장은 그 직무를 '유기'한 것이 아니라 그 절차와 방법에 대한 이견을 표시한 것뿐이었다. 자기들의 요구에 대해 이견을 표시했다고 하여 그것을 범죄로 모는 것은 사이비 종교집단 또는 독재국가에서나 있을법한 짓이다.

이번 사건은 절대권력을 독점한 검찰이 도대체 어디까지 타락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이다. 머잖아 그들은 장신중 경정을 기소한 것이 얼마나 한심한 자충수였는지를 뼈저리게 절감할 것이다. 지금까지 8차례의 공판에서 장 경정은 결연한 의지와 의연한 태도를 견지했다. 그 늠름함에 상대를 잘못 골라 쩔쩔매는 검찰이 불쌍해 보일 지경이었다.

결국 장 경정은 승리할 것이다. 하지만 잘못된 수사구조와 탐욕스런 검찰, 그리고 무능한 경찰 지휘부 때문에 장 경정이 다른 문명국가에서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고초를 겪는 것이 못내 안쓰러울 따름이다. 10만 동지들이여, 용감한 자가 외롭지 않도록 하라.

#5. "경찰관도 인간이다"... 근무여건 개선 요구

사람은 본래 '주행성(晝行性) 동물'이어서 모든 생리기능이 낮에 일하고 밤에 수면을 취하도록 맞춰져 있다. 이러한 본성에 반하는 24시간 교대근무는 다양한 신체적, 정신적 문제를 야기한다. 영국에서 행해진 한 연구 결과 24시간 교대근무자에게서 수면장애, 피로, 스트레스, 정신정애, 근무 중 실수와 사고의 위험이 현저히 높아진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교대근무는 틀림없이 사람의 건강을 해치며, 정상적인 가정생활과 사회활동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한다. 그래서 문명국이라면 어디나 교대근무자의 위험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 시행한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그 동안 최소한의 법 규정도 없이 지휘관의 말 한마디 또는 주먹구구식 행정으로 마구잡이로 교대근무를 시켜왔다. 이로 인해 수많은 경찰관들이 건강과 행복을 잃었고, 견디다 못한 경찰관들은 올 6월 소속 직원들의 근무일과 근무시간을 소속 기관장이 정할 수 있도록 규정한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경찰관들의 헌법소원 제기를 두고 일부 언론과 국회의원이 '기강해이'라며 딴죽을 걸었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그것은 엄연히 정당한 권리의 행사이자, 생존을 위한 처벌한 몸부림이었다.

다행히 경찰청에서도 최근 교대근무자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한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이것은 입법적 보완으로 해결되어야 하는 문제이다. 경찰관도 헌법의 보호를 받는 국민이며 무엇보다 인간이라는 너무나 당연한 사실을 잊지 말기 바란다.

#6. "이런 지휘관을 기다렸다"... 진짜 지휘관 황운하 총경

바다를 항해하는 배에서 선장은 별로 하는 일이 없다. 매서운 바람에 맞서 닻줄을 팽팽하게 당기지도 않고 무거운 짐을 나르지도 않으며 엔진에 석탄을 퍼 넣거나 갑판을 청소하지도 않는다. 대개 조타실에서 꾸벅꾸벅 졸거나 기껏 팔짱을 끼고 바다를 바라볼 뿐이다.

그런데도 선장은 가장 넓고 쾌적한 선실을 쓰며, 가장 좋은 음식을 제일 먼저 먹고, 다른 선원들보다 몇 배나 더 높은 급료를 받는다. 가장 편해 보이면서도 최고의 대우를 받는 이유는 사실 배의 항해에 있어서 그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우선 선장은 항로를 정한다. 항해의 목적에 대한 확고한 소신이 있고, 물길과 풍향의 변화, 배와 선원의 특성에 대해 정통하며, 풍부한 항해경험과 타고난 위기관리능력이 없이는 감당할 수 없는 일이다.

선장의 역할은 위기상황에서 특히 빛난다. 폭풍우를 만나 배가 휘청거릴 때 선적한 짐을 모두 바다에 버릴 것인지 여부에 대해 고독한 결단을 내리고, 그 결단에 대해 무한책임을 져야하는 것은 선장뿐이다.

선장은 해적의 습격을 받아도 배를 버리고 도망할 수 없으며, 배가 침몰하면 선원과 승객들을 모두 구명정에 태워 보낸 후 홀로 남아 배와 운명을 함께 해야 하는 존재다.

9월 5일 대전지검은 대전서부경찰서가 구속영장을 신청한 피의자에 대하여 직접 신문하겠다며 검찰청으로 인치하라고 요구하였다. 이러한 검찰의 피의자 인치요구는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헌법과 법률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인권침해 행위이므로 경찰로서는 마땅히 거부해야 옳다.

그런데 검찰은 작년 12월 피의자 인치요구를 거부한 충남지방청 소속 김영일 경감을 인권옹호직무방해죄를 적용하여 기소했었다. 이로써 검찰의 인치요구를 거부하는 것은 기소될 위험, 옷을 벗을 위험을 각오해야 하는 일이 되었다. 실제로 김영일 경감 이후 아무도 감히 검찰의 위법한 인치요구를 거절하지 못했다. 검찰의 계략은 순조롭게 성공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대전서부경찰서장은 해당 검사에게 공문을 보내 인치요구의 불법성을 조목조목 지적하면서 분명하게 거부의사를 표시하였다. 열흘 뒤 대전지검의 같은 검사가 재차 인치요구를 했지만 대전서부경찰서장은 “차라리 나를 기소하라”며 한 발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이가 바로 황운하 총경이다.

옳다고 믿는 바를 위하여, 또 부당한 외부의 간섭과 압력으로부터 조직을 지키고 조직의 논리를 대변하며 조직원을 보호하기 위하여 일신의 위험을 불사하는 것이야말로 지휘관에게 부여된 신성한 책무이며 지휘관의 존재이유이다. 이런 의미에서 황 총경이야말로 경찰에게 떨어진 벼락같은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이런 지휘관을 기다렸다.

검찰은 당황했다. 기소하겠다는 위협에도 눈 하나 꿈쩍하지 않으니 난감했던 것이다. 이 무렵 제2, 제3의 인치거부가 줄을 이었다면 경찰이 노예사슬을 끊고 사실상 독립을 쟁취하는 도화선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수 백 명을 헤아리는 경찰 지휘관 중 단 한 명도 뒤를 따르지 않았고, 황 총경에 대한 지지의 입장을 표명한 자조차 없었다.

오히려 며칠 후 대전서부경찰서의 인접 경찰서에서는 검찰의 인치요구에 대해 강력팀장들과 형사계장, 형사과장이 거부하기로 뜻을 모았지만 경찰서장이란 자가 검찰의 요구대로 따르라고 지시하는 이적행위까지 있었다. 여기에다 경찰청은 검찰과 정치권의 눈치를 살피더니 급기야 ‘노점상’ 운운하며 황 총경을 종합학교로 전보 발령했다.

검찰에 대한 항복선언에 다름없는 이러한 조치에 일선 경찰관들은 격렬하게 반발했고, 청장 퇴진운동으로까지 비화되었다. 이번 일을 통해 경찰관들은 참다운 지휘관은 어떠해야 하는지, 그리고 누가 참다운 지휘관이고, 누가 쭉정이인지 확실히 알게 되었다.

#7. "변하지 않는 자 도태된다"... 기로에 선 경찰대학

10월 9일 열린우리당 최규식 의원은 '경찰대학 폐지 법률안'을 발의하겠다면서 공청회를 개최하였다. 그는 작년 9월에도 '누구를 위한 경찰대학인가'라는 공청회를 개최한 바 있다.

경찰대학이 경찰조직에 우수한 인재를 충원함으로써 경찰에 대한 일반의 인식을 바꾸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조직 내외에서 특혜시비, 조직 내의 반목과 갈등, 특권집단화 가능성 등의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여기에다 경찰대학 출신자들이 줄대기, 줄서기와 같은 기존의 구태를 답습하고, 심심찮게 비리사건에 연루되는 반면에 최근 수사구조개혁 등 조직의 역량을 결집해야 할 상황에서 별다른 역할을 하지 않는데 대한 실망감까지 겹쳐 경찰대학 폐지론에 차츰 힘이 실리는 추세다.

따지고 보면 경찰대학은 설립 당시와는 대내외적인 요구와 환경이 크게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26년간 변화의 무풍지대로 남아 있었다. 변하지 않는 자 도태되는 것이 자연의 섭리이고 보면 작금의 폐지론은 경찰대학에게 변화를 요구하는 시대의 준엄한 명령 내지 최후통첩으로 보인다.

경찰대학 출신은 빠르게 조직의 주류로 부상하고 있다. 이미 치안감이 나왔고, 이번 인사에서 경무관 승진 16명 중 경찰대학 출신이 5명을 차지했다. 이런 추세라면 머잖아 경찰대학 출신 치안총수가 나올 것이다. 혹자는 경찰대학 출신들이 총수가 되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신선한 기풍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현 상황으로 미루어 보건대 이러한 기대는 실망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경찰대학 출신들이 마이너리티의 처지에서 벗어나 조직의 메이저로 확고하게 자리 잡는 순간 경찰대학을 둘러싼 문제들은 개선의 가망 없이 심화 고착될 수도 있다. 이것은 경찰대학이 확실하게 죽는 길이다. 따라서 경찰대학은 지금 위기를 맞은 게 아니라 마지막 기회를 잡았다고 인식해야 한다.

최규식 의원의 경대폐지법안 입법발의 움직임에 경찰청은 경찰대학 개선을 위한 TF팀을 구성하는 등 대책마련을 서두르고 있다고 한다. 모쪼록 경찰청의 이러한 노력이 폐지론을 무마하기위한 임시방편이 아닌 경찰대학을 둘러싼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고 경찰과 국가의 소중한 자산으로 발전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안으로 결실을 맺기를 바란다.

#8. "푸르른 솔이 되리"... 경찰청 노조 출범

8월 25일 경찰청 노동조합이 출범함으로써 이제 경찰청에 소속된 4,000여 명의 일반직 및 기능직 공무원들은 사용자의 독주로부터 자신들의 권리를 지킬 최소한의 힘을 갖게 되었다. 기나 긴 간난과 신산의 역경을 이겨내고 기어이 뜻이 이룬 노조 관계자들께 경의를 표한다.

조직 구성원의 의사에 따라 조직의 의사와 행동이 결정되어야 한다는 이념을 민주주의라고 정의할 수 있다면 노동조합이야말로 민주주의 원칙에 부합하는 장치다. 특히 공무를 담당하는 공조직에 있어서 의사 결정권을 독점한 1인 혹은 소수의 무분별한 사익 추구를 견제하여 공익을 도모하자면 조직원들이 결집된 의사를 표시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새로 출범한 경찰청 노동조합이 일부에서 제기하는 우려를 씻고 경찰조직에 신선한 물과 공기를 공급하는 푸른 소나무와 같은 존재로 우뚝 설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또한 행자부와의 첫 단체교섭에서 의제에 포함된 “경찰관 및 소방관의 직장협의회 인정”안건을 반드시 관철시켜 주길 기대한다.

#9. "이 나라가 어디로 가려고"... 매 맞는 경찰, 위기의 공권력

공권력이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공무집행 중인 경찰관이 매 맞는 현실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문제는 언제부턴가 시위대가 경찰관서 담장을 무너뜨리고 경찰차를 불태워도, 폭주족이 단속 경찰관을 오토바이로 치고 달아나는 사건이 발생해도 무덤덤하게 혹은 무기력하게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물론, 다른 나라라면 무정부상태에서나 가능할법한 한국의 이러한 부조리한 현상이 하루 이틀에 고쳐질 수는 없으며, 그 책임을 모두 경찰이 홀로 짊어져야 하는 것도 아니다. 정치권과 학계 노동계 시민단체 등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주체들이 이 망국적 병리현상을 척결하기 위해 진지하고도 일관된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게다.

하지만 직접 피해 당사자인 경찰로서는 그때까지 두 손 놓고 기다릴 여유가 없다. 사회를 바꾸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더 이상 경찰관들이 이유 없이 속수무책으로 얻어맞지는 않도록 특별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강력하고 단호하게 공권력을 집행할 수 있도록 경찰관직무집행법을 비롯한 관련 법령을 정비하는 일, 공권력 행사의 분명하고도 구체적인 기준과 지침을 만들어 그 기준과 지침에 따른 이상 설령 불상사가 발생하더라도 해당 경찰관을 철저하게 보호하는 일 등은 경찰이 나서지 않으면 아무도 대신해주지 않는다.

시위 중 농민이 사망하였다고 하여 전경 진압복에 명찰을 부착하는 방안을 대책이랍시고 내놓는다거나, "구속할 사안이 아니면 공무집행방해죄로 입건하지 말라"는 덜떨어진 지시나 내리고 앉아있는 것은 문제의 본질과 사안의 심각성을 전혀 깨닫지 못하는 무책임한 행태이다.

긴 말이 필요 없다. 공무집행중인 경찰관이 두들겨 맞고도 참아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한국에서 극렬 과격 시위를 일삼던 FTA 반대 시위대가 홍콩과 워싱턴에서 보여줬던 이율배반적인 행태를 상기해 보면 도대체 불법행위에 대한 한국 경찰의 인내와 자제가 무엇을 위한 것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불법에 대한 응징은 경찰의 사명이며, 경찰관들에 대한 안전보장은 지휘부의 책무라는 사실을 제발 잊지 말라.

#10. "Two Step Backward"... 실종된 수사구조개혁

2005~2006년을 관통한 경찰의 키워드는 '수사구조개혁'이었다. 아니 그것은 대한민국의 어엿한 중요 아젠다(agenda)로 작년 한 해를 풍미했다. 사상 처음으로 전 경찰이 하나가 되어 세상을 향해 큰 목소리로 외쳤고, 세상은 귀를 기울였다. "꿈은 이루어진다"는 말을 작년처럼 실감한 때도 없었다.

그러나 2006년, 수사구조개혁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아니다. 관서장의 훈시에도, 공직기강 확립을 지시하는 상부의 공문서에도 수사구조개혁이라는 용어는 약방의 감초처럼 길거리의 개똥처럼 흔하게 굴러다녔다. 정작 사라진 것은 수사구조개혁이라는 용어가 아니라 그 정신이고 열정이고 실천의지였다고 해야 한다.

처음부터 수사구조개혁 의지가 의심스럽던 경찰 수뇌부는 이제는 아예 노골적으로 그것을 드러낸다. 지난 11월에는 경찰청 특수수사과가 진학비리를 저지른 검찰 고위 자녀에 대한 봐주기 수사로 빈축을 사더니, 이번에는 경찰청이 12월 18일로 예정되었던 수사구조 관련 학술 세미나를 돌연 취소하여 망신을 자초하고 있다.

'21세기에 걸맞은 수사구조의 발전적 모색'이라는 주제의 이번 학술세미나는 경찰청이 기획하고 경찰 예산으로 경찰대학 부설 치안정책연구소가 주최하는 것으로서 서울대 신동운 교수, 전북대 신양균 교수, 연세대 심희기 교수, 경찰대 이동희 교수, 김동국 변호사 등 학계와 법조계의 비중 있는 인사들이 토론자로 참여할 예정이어서 큰 기대를 모았었다.

그런데 경찰청은 스스로 기획한 세미나를 ‘치안상황 악화’를 이유로 행사 개최일 불과 3일 전에 일방적으로 취소해 버렸다. 경찰청장과 수사국장이 그날 일본 여행을 떠날 예정인 점을 감안하면 치안상황 악화는 어설픈 핑계에 불과하다. 최소한의 개념과 염치마저 상실한 경찰청의 이러한 처사는 외부의 압력에 굴복하여 조직을 팔아먹은 것과 다를 바 없다.

이로써 이미 조직 내부의 신뢰를 잃었던 경찰 수뇌부는 이제 대외적인 신용까지 잃게 되었다. 앞으로 어느 누가 경찰을 도와주려 하겠으며 경찰의 입장을 옹호하려 할 것인지 생각할수록 분하고 참담하기 이를 데 없다. 우리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물론 수사구조개혁이 시대적 요청이며 개혁 중의 개혁이라는 사실에는 추호도 변함이 없으며 언젠가는 분명 이뤄질 것이다. 하지만 우리 손으로 우리 힘으로 우리 시대에 그것을 달성할 절호의 기회를 놓칠지도 모른다는 조바심에 저무는 2006년이 못내 괴로운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동환 기자는 현직 경찰관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동환 기자는 현직 경찰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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