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깊이, 드라마의 깊이

MBC 특집드라마 <기적>에서 느낀 '깊이'

등록 2006.12.19 09:01수정 2006.12.19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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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각자 삶의 방식이 다른 가족, 서로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다가설 때 가족의 소중함이 느껴진다.

각자 삶의 방식이 다른 가족, 서로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다가설 때 가족의 소중함이 느껴진다. ⓒ MBC

요즘, 이중 삼중으로 복잡하게 얽힌 '불륜'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오죽 심했으면 ‘불륜’을 빼면 다들 장사가 되지 않는다고 아우성이겠는가. 좀 오버해서 말하면 어느 방송국, 어느 시간대를 불문하고 우리 시청자들은 그야말로 ‘불륜 드라마’ 속에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런 와중에 모처럼 시청자들을 불륜의 늪에서 구해준 한편의 드라마가 있다. 가족이 뭔지, 삶과 죽음이 뭔지를 일깨워주며 잔잔한 감동의 깊이로 다가온 드라마. 지난 8일부터 17일 까지 4부작으로 방영된 MBC TV 창사 45주년 특집 드라마 <기적>이 바로 그것이다.

이 드라마는 지극히 단순한 구조로 짜여 있다. 2남1녀의 가장인 장영철(장용 분)은 남들이 모두 부러워할 만큼 사회적으로 성공한 권위적인 가장이다. 늘 자기 뜻대로 자신의 인생이 성공적으로 ‘기획’되고 있다고 생각하며 자만하던 그에게 예고 없이 말기 암이 찾아온다. 이후 그는 그것을 계기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되며, 그동안 소원했던 가족들과 화해를 하며 진정한 삶을 깨닫게 된다는 내용.

가슴속 깊이 스며오는 ‘가족의 깊이’

요즈음 가정마다 크고 작은 가족 간 갈등으로 삶이 버거워지고 있다. 특히 부모와 자식들 간의 갈등과 불화가 가족의 울타리를 넘어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된 지 오래다. 가정이 붕괴되고 가족의 중요성이 점점 퇴색되어 가는 현실을 작가는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것일까?

<기적>의 가족들은 각자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고집하며 살다가 쉽게 허물기 어려운 서로의 벽을 확인하게 된다. 서로에 대한 무관심과 이해가 부족했던 가족들이 아버지의 암 발병을 계기로 서로에게 굳게 닫혔던 마음의 빗장을 풀게 되고, 삶과 죽음을 넘나들며 펼쳐지는 가족애가 안방까지 잔잔한 감동을 몰고 온다.

시쳇말로 한물 간(?) 배우들이 모처럼 주연으로 캐스팅되었다. 장영철 분의 배우 장용씨와 이미소 분의 박원숙씨가 바로 그들이다. 그들은 이번 드라마에서 현실보다 더 실감나는 짱짱한 연기를 펼치며 시청자들의 눈물을 훔쳤다.


삶을 깊이 투영한 작가와 연출가 '너는 내 운명'

@BRI@이 작품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소재 선택과 다소 신파적인 줄거리로서 자칫 식상하기 쉽게 흘러갈 수 있었다. 하지만 노련한 작가(노희경)와 연출가(박복만)의 손을 거치면서 신선한 충격으로 우리들에게 다가왔다.


이들은 1995년에 <엄마와 치자 꽃>으로 이미 호흡을 맞춘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작품처럼 작가와 연출가가 그야말로 <기적>같은 조합을 이뤘다.

이 드라마는 노희경 작가의 가족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드라마가 시작되는 지난 9일 그는 암으로 아버지를 떠나보내는 아픔을 겪었다고 한다. 평소 그는 삶과 죽음이 개별적인 것이 아니며 이런 문제를 종교적인 자기 성찰을 통해서 드라마에서 용해시키고 싶었다고 한다.

박복만 연출가는 그 동안 앞만 보고 살면서 주변을 두루 살피지 못하고 남을 포용하지 못했었는데, 지난 3월 특집극 <우리 다시 사랑할까요?>를 끝으로 휴식기를 통해, 진정한 삶은 주변과의 화해를 통해 나아갈 때 의미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작가와 연출가 모두 이러한 자신의 삶의 철학을 드라마에 투영함으로써 시청자들에게 새삼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보게 하고 삶과 죽음 그리고 기적이 우리주변에 늘 가까이 있음을 이야기 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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