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개혁은 금지되선 안된다

지승호의 열 번째 인터뷰집〈禁止를 금지하라〉를 읽고서

등록 2006.12.22 10:19수정 2006.12.22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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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사회가 많이 발전해 왔다. 서슬 퍼런 군부독재 시절에서 보다 나은 민주주의를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딛고 있는 까닭이다. 사법부의 독립, 언론의 자유, 시민사회 단체들의 활동 강화도 다 같은 흐름이다. 그런 일들을 보노라면 외형적인 민주주의는 어느 정도 정착된 것 같다.

하지만 그에 따르는 내부적인 품격은 어느 정도일까? 민주주의라는 이름아래 많은 제품들이 쏟아졌지만, 그에 따른 품질도 뒷받침되고 있는 것일까? 그런 면을 생각한다면 오히려 엉터리 같은 부분이 더 많지 않을까 싶다.


지승호의 열 번째 인터뷰집인〈禁止를 금지하라〉(시대의 창·2006)는 그러한 우리 사회의 안타까운 모습들을 들춰내고 있다. 민주주의를 향해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금지되어서는 안 될 일들이 오히려 금지당하고 있다는, 그 괴로움을 토해내고 있다.

여기에는 한미 FTA 졸속추진에 브레이크를 걸었던 정태인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비롯하여, 계란으로 바위치기를 하듯 과학계와 언론계 그리고 권력자들과 고독한 씨름을 했던 최승호 CP, 우리시대의 통일작가로 널리 추앙받고 있는 소설가 조정래, 평택미군기지확장 저지를 위한 범국민대책위원회 상임대표를 맡아 일했던 문정현 신부, 그리고 재벌기업과 언론간의 불법 고리를 파헤치려다가 불법도청으로 불구속기소 된 X-파일의 이상호 기자 등 여러 사람들의 인터뷰가 담겨 있다.

실제로 한미 FTA를 체결하려는 과정 속에서 국민들의 뜻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오히려 정부는 국민들의 의견을 들어볼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대화나 타협은 금지되었고 오히려 정부의 일방적인 밀어붙이기식만 강화되었다. 더군다나 멕시코처럼 경제와 수출이 늘어날 것이라고 하지만 농업 부문의 희생과 비정규직화의 가속화, 빈부격차의 심화 등은 전혀 거론하지도 않았다.

미군 기지를 세우기 위해 대추리에 사는 힘없는 주민들을 내쫓는 과정도 다르지 않았다. 제대로 된 논의 하나 없이 처음부터 미국의 영향력 안에 있는 국방부가 그린 그림대로 뒤따라할 뿐이었다. 새만금 사업, 핵 폐기장 사업도 다르지 않았다. 토론이나 공청회는 모두 결정된 뒤에나 하는 요식행위에 불과할 뿐이었다.

@BRI@그런 것들은 품격을 잃어버린 그릇된 민주주의 정부가 행한 일이라 할 수 있다. 그와는 달리 국가보안법문제는 어떠한가? 그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이름도 없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수많은 문학인들도 감옥의 사슬에서 옥살이를 해야 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이 쓴 책들도 금서로 지정돼 있어서 읽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그러나 막는다고 될 일이었던가?


"검찰도 10년 이상 이 사건을 끌어왔던 것은 반공주의자들의 정당성도 중요하지만, 반공주의를 넘어서서 통일에 기여하고자 하는 작가의 정당성도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기소하지 못한 거란 말입니다. 또 검찰이 기소하지 못한 것은 이미 검찰이 그렇게 옹색스러운 말을 했던 그 당시에 책이 350만 부 이상 판매되고 있었어요. 이런 독자들의 힘이 옛날 반공주의 일변도의 현실을 용납하지 않았던 겁니다."-조정래씨 인터뷰(85쪽)

이를 두고 보수와 진보 양쪽 진영에서는 칼날을 세우고 있다. 또한 과거 그 법의 혜택을 받은 자들은 처절하게 보호하려고 하고, 생각의 다양성을 보장하자는 쪽에서는 폐지를 내세우고 있다. 이는 누구의 이익을 대변하기보다 민주주의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향후 통일의 이정표를 세운다면 과감하게 없애야할 부분이다. 그런데도 그것을 금지하고 나서는 사람들이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어디 그 뿐인가? 국보급 과학자나 국보급 초일류기업에 대한 언론의 대우는 어떠했던가? 언론은 그 진정성 여부를 두고서 그들의 권력과 금력 앞에 휘말리지 않았던가? 지나간 일이었지만 황우석씨의 애끓는 연극 앞에 국민들은 모두 눈물까지 머금었다. 그때 언론들은 어떠한 반응들을 보였던가? 사안을 종합적으로 보고 정확하게 전달하기보다는 어떤 식으로든 돋보이기 위해 '튀는 보도'에 열심이지 않았던가? 그렇지만 모두 황비어천가 일색일 뿐이었다.

삼성의 자본력 앞에 사법기구와 언론은 제 스스로의 무게를 얼마만큼 지녔던가? 이미 사법권 안에 있는 사람들 가운데 삼성 쪽으로 옮겨가는 사람들이 두드러지고 있다. 아나운서들 가운데에도 그쪽으로 일자리를 옮겨가는 사람도 더러 있다. 그런 형국이니 제대로 된 보도를 할 언론들은 입을 다물 뿐이고, 보수 언론들은 잘 된다고 다독일 뿐이었다.

"앞으로는 언론사들이 광고주의 영향력에 종속되는 경향이 점점 더 강해지리라고 봅니다. 그런 면에서는 삼성이나 현대를 비롯한 대재벌에 대한 보도가 제대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들이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엄청나잖아요. 그런 기업들이 잘못되면 회복 불능일 정도의 치명적인 타격을 받게 될 텐데, 그런 부분들에 대한 견제를 언론이 제대로 해 낼 수 있을까 하는 것이 걱정이에요."-최승호 기자 인터뷰(319쪽)

자유 민주국가는 다양성의 사회이다. 그렇기에 보수와 진보 진영이 대립할 수 있다. 그에 따른 발언도 그만큼 다양할 수 있다. 그렇지만 민족공동체를 엮어나가는 성원으로서 민족의 앞날에 도움이 되는 길을 선택하는 것이 우리 모두의 몫이다.

그런 일들로 인해 솔직히 참여정부 내에 많은 갈등과 진통이 있었다. 하지만 개혁하려는 방향과 비전, 통찰력과 콘텐츠는 그만큼 적었던 게 사실이다. 설계도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고 그에 따른 경로도 없었다. 그 때문에 개혁이 오히려 브레이크에 걸린 것처럼 금지당하는 느낌을 받았다.

앞으로 다음 정권에서는 진정으로 국민과 정부, 기업과 언론 모두가 내부적인 민주주의를 실속 있게 이뤄갔으면 한다. 그 때에만 진정한 의미의 개혁이 금지당하지 않고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 때에만 보수와 진보를 통합하면서도 확실한 미래를 디자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禁止를 금지하라 - 지승호의 열 번째 인터뷰집

지승호 지음,
시대의창,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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