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왕의 하루는 어땠을까

[서평] 어린이 책 <경복궁에서의 왕의 하루>

등록 2006.12.22 10:30수정 2006.12.22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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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겉표지
책 겉표지정현순
“왕이 사는 곳을 궁이라고 합니다. 서울에는 조선시대 왕들이 살았던 여러 궁이 있는데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경운궁(덕수궁), 경희궁을 조선 왕조 5대 궁궐이라고 합니다. 그 가운데에서 경복궁은 백두산에서 뻗어나온 기운이 이어지는 백악산과 인왕산을 낀 좋은 터에 자리 잡고 가장 대표적인 궁으로 손꼽힙니다.

@BRI@경복궁은 조선을 세운 태조 이성계가 도읍을 한양으로 정하고 세운 궁궐입니다. 하지만 그때 지었던 경복궁은 임진왜란 때 불에 타서 남아 있지 않습니다. 지금의 경복궁은 조선 말기 고종 때 대원군이 다시 지은 것입니다.“ <경복궁에서의 왕의 하루> 본문 가운데



요즘 난 어린이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다 읽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내가 어린 시절에는 동화책이 많지 않아 읽지 못한 책들이 눈에 띄면 그 자리에서 읽기도 하고 빌려오기도 한다. 아이들 책이라 글씨도 크고 그림도 있어 쉽게 읽을 수 있다.

며칠 전 빌려 온 <경복궁에서의 왕의 하루>란 책이 있다. 그 책을 읽다 보니 내가 그동안 알고 있었던 것 같은 왕의 하루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아이들 책이지만 그 안에는 재미와 새로운 정보가 있었다. 아이들 눈높이로 읽어 본 <경복궁에서의 왕의 하루>를 소개한다.

아침 7시쯤 찍은 경복궁의 모습
아침 7시쯤 찍은 경복궁의 모습정현순
왕의 하루는 어떻게 시작되고 어떻게 끝날까?

왕은 강녕전 지붕 위로 해가 뜨기 전에 경복궁의 하루가 시작된다. 자리에서 일어난 왕은 잠이 깨었노라 헛기침을 한다. 왕은 선관포를 갖추어 입고 차림새를 단정히 한다. 왕의 몸은 옥체, 이마는 액상, 눈은 안정, 땀은 한우, 눈물은 안수, 콧물은 비수, 입술은 구순, 손은 어수, 손톱은 수지, 피는 혈, 대변은 매화, 방귀는 통기, 밥은 수라, 의자는 용상, 옷은 용포라 했다.

왕의 화장실을 매회틀이다. 매회틀은 나무로 만들어졌고 그 안에는 사기나 놋그릇을 넣어 서랍처럼 넣고 뺄 수 있게 했다. 그릇 안에는 매회(재)를 넣어 대변을 볼 때 소리와 냄새가 나지 않도록 했다. 왕이 대변을 보면 시중드는 사람이 비단으로 뒤를 닦아 주었다. 궁궐의 의사들은 왕의 대변으로 건강상태를 살피기도 했다고 한다.


궁에 있는 건물 추녀에는 잡상이 있다. 잡상은 중국의 소설 서유기에 나오는 삼장법사. 손오공, 사오정, 저팔계의 모습을 본떠 만든 장식용 기와이다. 이것은 오랜 옛날 중국에서 시작되었다. 당나라 태종은 매일 밤 꿈속에서 귀신이 나타나 기왓장을 던지며 괴롭혀 편안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태종은 신하들에게 방문 앞을 지키게 하였고 이것이 유래하어 잡상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옛날 사람들은 잡상이 나쁜 귀신으로부터 집과 그 집에 사는 사람들을 지켜준다고 믿었다. 궁궐뿐 아니라 오래된 우리 건축물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자릿조반을 먹은 왕은 대비가 있는 자경전으로 간다. 자경전에 도착하면 몸가짐을 바로하고 대비께 인사를 드린다. 문안인사를 드리고 왕은 사정전으로 간다. 사정전에서는 학식이 높고 덕망있는 신하들과 함께 경연을 한다. 현명하고 어진 임금이 되기 위해 왕은 꾸준히 공부를 해야 했다. 왕이 신하들과 함께하는 공부를 경연이라한다. 경연은 왕에 따라 다르지만 적어도 하루에 아침, 점심, 저녁 세 번을 한다. 왕의 하루도 정말 바쁘다. 공부 외에도 외국에 사신이나 우리나라 사신을 외국으로 보낼 때 왕은 사정전에서 인사를 받는다.


해시계(양부일구)
해시계(양부일구)정현순
사정전 앞에는 해시계가 있다. 해시계는 양부일구라고도 했다. 솥이 하늘을 보는 모양의 해시계란 뜻이다. 오목한 안쪽에 막대기를 세워놓고 막대의 그림자로 시간을 알아냈다고 한다.

답도
답도정현순
아침 경연이 끝나면 왕은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 강녕전으로 간다. 조식이 끝난 왕은 아침 조회를 하기 위해 근정전으로 간다. 왕을 따르는 호위 행렬이 길게 이어진다. 조회는 신하들이 왕께 인사를 드리는 자리이다. 조회는 정식조회와 약식조회 두 가지가 있다. 정식 조회는 조참이라고 하는데 매월 5, 11, 21, 25일에 근정전에서 있다.

근정전 앞에 이층으로 쌓은 넓은 돌을 월대라고 한다. 월대의 계단 가운데는 왕만 지나갈 수 있는 길인 답도가 있다. 답도는 왕이 직접 밟고 걸어가는 길이라 왕이 탄 가마가 지나는 길이었다. 답도에는 봉황무늬가 새겨져 있다. 봉황은 닭의 머리 뱀의 목, 제비의 턱, 거북의 등, 물고기의 꼬리 모습을 하고 있다. 봉황은 모든 새들의 왕으로 여겼던 상상의 새이다.

일월오봉산
일월오봉산정현순
근정전에 있는 어좌 뒤에는 병풍이 있는데 문이 있어 열고 닫고를 할 수 있다. 왕은 근정전 뒷문을 통해 들어와 병풍에 있는 문을 열고 그 앞에 어좌에 앉았다. 일월오봉산도는 바로 이 병풍에 그려진 다섯 봉우리의 산, 해, 달 그림이다. 다섯 봉우리는 동악(금강산), 서악(지리산), 남악(지리산), 북악(백두산), 중악(삼각산)이란 뜻으로 왕이 다스리는 나라를 말한다. 그리고 해는 왕을, 달은 왕비를 나타낸다.

불 귀신을 쫓기 위해 만들어 놓은 '드므'
불 귀신을 쫓기 위해 만들어 놓은 '드므'정현순
옛사람들은 불 귀신이 아주 험상궂은 얼굴을 하고 있다고 믿었다. 드므에 물을 가득 채워 놓으면 불 귀신이 드므를 지나가다 물에 비친 자시의 모습을 보고 너무 놀라 도망치도록 만든 것이다. 불 귀신을 쫓기 위해 겨울에도 드므에 있는 물이 얼지 않도록 살폈다고 한다.

조회가 끝나면 왕은 잠시 휴식을 취한다. 정오에는 사정전으로 가서 경연을 한다. 낮 경연을 마친 왕은 먼 나라에서 온 귀한 손님들이나 지방을 다스리는 신하를 만난다. 어진 왕은 좋은 아버지가 되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나랏일로 바쁜 왕은 짬을 내어 가족들과 함께 투호 놀이를 한다. 왕은 시간이 나면 투호, 격구 등의 놀이를 즐기기도 하고 책 읽기, 그림 그리기, 글쓰기도 했다.

해가 지기 전에 왕은 사정전으로 가서 저녁 경연을 한다. 강연을 마친 후 강녕전으로 가서 저녁 수라를 먹는다. 분주했던 왕의 하루도 서서히 저물어 간다. 저녁 수라를 마친 왕은 자경전에 가서 대비께 저녁 문안을 드린다. 왕과 대비는 하루 동안 있었던 나랏일들이나 궁궐 식구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늦은 밤이 되어야 하루 일을 마친 왕은 왕비가 있는 교태전으로 향한다. 정말 바쁜 하루였고 많은 일을 했다. 밤이 깊어지고 왕과 왕비는 잠자리에 들면 경복궁 안의 모든 것도 잠이 든다. 아주 평화롭게….

내가 이 책을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재미있게 보고 있자 초등학교 2~3학년쯤 된 아이가 묻는다.

"아줌마 이 책 재미있어요?"
"그래 정말 재미있다. 그동안 아줌마도 몰랐던 것들을 이 책 보면서 많이 배웠단다. 이 책 빌려가게?"
"오늘은 다른 책 빌려가기로 했으니까 다음에 빌려갈게요."

곧 겨울방학이 시작된다. 아이의 손을 잡고 가까운 도서관에 가서 책을 같이 골라보는 재미는 어떨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SBS U포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SBS U포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경복궁에서의 왕의 하루

청동말굽 지음, 박동국 그림, 한영우 감수,
문학동네어린이,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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