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7시쯤 찍은 경복궁의 모습정현순
왕의 하루는 어떻게 시작되고 어떻게 끝날까?
왕은 강녕전 지붕 위로 해가 뜨기 전에 경복궁의 하루가 시작된다. 자리에서 일어난 왕은 잠이 깨었노라 헛기침을 한다. 왕은 선관포를 갖추어 입고 차림새를 단정히 한다. 왕의 몸은 옥체, 이마는 액상, 눈은 안정, 땀은 한우, 눈물은 안수, 콧물은 비수, 입술은 구순, 손은 어수, 손톱은 수지, 피는 혈, 대변은 매화, 방귀는 통기, 밥은 수라, 의자는 용상, 옷은 용포라 했다.
왕의 화장실을 매회틀이다. 매회틀은 나무로 만들어졌고 그 안에는 사기나 놋그릇을 넣어 서랍처럼 넣고 뺄 수 있게 했다. 그릇 안에는 매회(재)를 넣어 대변을 볼 때 소리와 냄새가 나지 않도록 했다. 왕이 대변을 보면 시중드는 사람이 비단으로 뒤를 닦아 주었다. 궁궐의 의사들은 왕의 대변으로 건강상태를 살피기도 했다고 한다.
궁에 있는 건물 추녀에는 잡상이 있다. 잡상은 중국의 소설 서유기에 나오는 삼장법사. 손오공, 사오정, 저팔계의 모습을 본떠 만든 장식용 기와이다. 이것은 오랜 옛날 중국에서 시작되었다. 당나라 태종은 매일 밤 꿈속에서 귀신이 나타나 기왓장을 던지며 괴롭혀 편안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태종은 신하들에게 방문 앞을 지키게 하였고 이것이 유래하어 잡상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옛날 사람들은 잡상이 나쁜 귀신으로부터 집과 그 집에 사는 사람들을 지켜준다고 믿었다. 궁궐뿐 아니라 오래된 우리 건축물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자릿조반을 먹은 왕은 대비가 있는 자경전으로 간다. 자경전에 도착하면 몸가짐을 바로하고 대비께 인사를 드린다. 문안인사를 드리고 왕은 사정전으로 간다. 사정전에서는 학식이 높고 덕망있는 신하들과 함께 경연을 한다. 현명하고 어진 임금이 되기 위해 왕은 꾸준히 공부를 해야 했다. 왕이 신하들과 함께하는 공부를 경연이라한다. 경연은 왕에 따라 다르지만 적어도 하루에 아침, 점심, 저녁 세 번을 한다. 왕의 하루도 정말 바쁘다. 공부 외에도 외국에 사신이나 우리나라 사신을 외국으로 보낼 때 왕은 사정전에서 인사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