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영 등 10개 건설사 6300억 부당이득 의혹

경실련, 땅값 부풀려 부당이득 74개 건설사 세무조사 의뢰

등록 2006.12.22 17:11수정 2006.12.22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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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화성 동탄신도시 시범단지 아파트 건설 현장에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다.

화성 동탄신도시 시범단지 아파트 건설 현장에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최근 수도권 신도시 개발과정에서 민간 대형 건설업체들이 땅값을 부풀리는 방법으로 모두 1조2907억원의 부당이익을 얻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하지만 이들 업체들은 이 같은 사실을 숨긴 채,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7704억원의 이윤만 신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금액을 더할 경우 건설업체들은 무려 2조원이 넘는 폭리를 취한 것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경제정의실천연합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본부는 22일 낮 서울 종로구 국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 2000년이후 수도권 신도시 민간분양 아파트 사업에서 택지비를 과다 신고하는 방법으로 2조원이 넘는 폭리를 취했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이 과정에서 탈세 의혹이 있는 74개 건설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국세청에 의뢰했다.

신도시 개발서 민간 주택건설업체 택지비 허위신고, 1조3000억원에 달해

@BRI@그렇다면 경실련의 조사는 어떻게 이뤄진 것일까. 경실련은 지난 2000년이후 토지공사와 주택공사가 민간에게 공급한 땅 159만평에 대해 조사를 벌였다. 용인 동백과 죽전, 파주교하,고양 풍동 등 주로 수도권 일대 신도시들이었다.

우선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정보공개를 청구했고, 각 자치단체장과 주택공사 등이 공개적으로 밝힌 각종 공고문도 사용됐다. 이어 건설업체들이 밝힌 분양원가와 분양현황 등도 비교 조사됐다.


조사 결과, 이들 공기업이 민간 건설업체에 땅을 판 값은 모두 5조1216억원, 평당 322만원이었다. 하지만 민간 건설업체들이 해당 지방자치단체장에 신고한 택지비는 모두 6조7708억원이다. 땅을 판 사람과 샀다고 신고한 사람의 차이가 무려 1조7000억원에 달한다.

김성달 경실련 아파트값운동본부 부장은 "택지를 구입한 건설업체들이 내는 취득, 등록세 5.4%와 은행에 내야하는 각종 이자비용 7%를 감안할 경우 5조4801억원 정도가 나온다"면서 "하지만 이들은 6조7708억원이 택지비라고 신고했다"고 지적했다. 경실련 설명대로라면 건설업체들은 1조2907억원에 달하는 이윤을 숨긴 채 신고를 한 셈이다.


대신 이들 건설업체들이 민간아파트 분양사업을 하면서 신고한 이윤은 모두 7704억원. 김 부장은 "결과적으로 2조원이 넘는 이익을 얻은 건설업체들이 해당 자치단체에는 실제 이윤의 37% 정도만 신고했다"면서 "이 과정에서 세금도 당연히 적게 내는 등 탈세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주)건영, 한화건설, 한라건설 등 상위 10곳이 6317억 땅값 부풀려

a 민간건설업자의 택지비 허위신고로 발생한 이윤추정

민간건설업자의 택지비 허위신고로 발생한 이윤추정 ⓒ 경실련

a 택지비 허위신고 상위10위 건설업체 현황 (단위:억원)

택지비 허위신고 상위10위 건설업체 현황 (단위:억원) ⓒ 경실련


지역별로 보면, 용인 죽전과 동백, 화성 동탄 등 이들 세 지역의 신도시 택지비가 가장 많이 부풀려 신고됐다. 이들 지역에서 부풀려 숨겨진 땅값 이익만 9005억원에 달한다고 경실련은 밝혔다. 운동본부 쪽은 이들 지역의 경우 택지 규모가 크고, 아파트 필지 수도 다른 지역보다 많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반대로, 평택 장당신도시의 경우 토지공사가 판매한 땅값이나 건설업체가 신고한 값이 같았다. 또 남양주 평내 지역의 경우도 금융비용 등을 고려한 경실련의 땅값 추정치보다 오히려 건설업체들이 신고한 값이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건설업체 가운데에도 땅값을 크게 부풀려 막대한 이익을 얻은 업체가 있는가 하면, 성실하게 신고한 업체들도 있었다. 택지비를 가장 많이 허위 신고한 업체는 (주)건영으로 나타났다. 경실련 조사 결과, 이 업체는 용인 죽전에서 단 1개 아파트만을 분양했는데도, 실제 원가와 신고 값의 차이가 무려 938억원이나 됐다.

두 번째는 (주)한화건설로 4개 필지에서 택지비를 부풀려 857억원의 이익을 가져갔다. 이어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한라건설(주)이 5개 필지에서 722억원의 이익을 얻었으며, (주)동일 토건이 652억원의 땅값을 부풀렸다. 이밖에 (주)한국토지신탁, 현대산업개발(주), 세림 엘.엔.디, (주)서해종합건설, (주)동원개발, (주)넥서스건설 등의 순이다.

이들 10개 건설업체들은 30개 필지에서 땅값을 부풀려 모두 6317억원에 달하는 이득을 얻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공기업이 토지공사가 50% 지분을 가지고 있는 (주)한국토지신탁은 모든 사업장에서 택지비를 허위로 신고했으며, 이 과정에서 645억원의 이익을 올렸다고 경실련은 주장했다.

74개업체 탈세의혹, 세무조사 의뢰

a 경실련 아파트값 거품빼기 운동본부는 22일 오전 국세청앞에서 민간건설업자의 세금탈루 의혹에 대한 국세청 세무조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경실련 아파트값 거품빼기 운동본부는 22일 오전 국세청앞에서 민간건설업자의 세금탈루 의혹에 대한 국세청 세무조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이들 업체와 달리 성실하게 땅값을 신고한 곳들도 있었다.

중흥건설산업과 우미종합건설(주)의 경우 남양주 평내, 호평, 평택 장당 신도시에서 아파트를 분양하면서 택지 매입 원가대로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했다. 대주건설(주)은 남양주 호평지구에서 택지 면적이 같은데도 오히려 구입한 땅값보다 낮게 신고하기도 했다. 공무원연금관리공단도 용인 동백과 죽전, 파주 교하에서 택지 판매원가와 신고가가 같았고, 남양주 평내에선 신고가격이 더 낮았다.

경실련은 "조사대상이었던 93개 건설업체 가운데 택지 매입 원가를 그대로 신고하는 등 성실한 업체수는 19개 업체에 불과했다"면서 "나머지 79개업체에 대해선 택지비 허위신고에 따른 탈세 의혹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종수 경실련 상임집행위원장은 이날 국세청 앞 기자회견에 나와 "참여정부이후 집값폭등으로 부동산을 가진자와 못가진자 사이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면서 "더 심각한 문제는 국민의 땅을 강제로 수용한 공공택지조차 잘못된 정책으로 공기업과 민간건설업자들만 돈 잔치를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위원장은 이어 "이번 조사결과 건설업자들이 택지비를 부풀려 감춘 이윤만큼 탈세 했다는 의혹을 지울수 없다"면서 "국세청은 막대한 폭리를 취하고도 이윤을 축소 신고한 민간 건설업자에 대해 즉각 세무조사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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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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