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학 씨의 등에 달린 홍보 문구오마이뉴스 김대홍
망우역 앞. 모두 12명의 라이더들이 광장 앞에 모여 있다. 한 명은 영학씨, 11명은 영학씨를 응원하기 위해 나온 자전거 동호인들이다. 동호인들은 경기도 남양주 덕소까지 약 10km 정도를 함께 달릴 계획이다. 자전거 뒤엔 깃발이 달려 있다. 문구는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우리 아연이를 도와주세요'다.
그들은 영학씨를 보더니 매우 반가워하면서 한 마디씩 인사말을 건넨다. 이어 영학씨의 자전거를 이리저리 살펴보기 시작한다. "신발을 가져가시네. 짐이 될 텐데.", "물통은 거꾸로 넣으세요. 그래야 덜렁거리지 않아요.", "캐리어 달고 몰아보셨죠? 의외로 회전반경이 커요.", "자전거는 이쪽으로 눕히세요. 그래야 망가지지 않아요."
그 외에도 궁금한 게 많고 전해주고 싶은 말이 많은가 보다. "숙소는 어디서?", "빨래는 찜질방에서 하시면 돼요. 자전거도 보관해줘요.", "망우리 고개 넘는 게 힘들 거예요."
일행 중 한 명이 "펑크났을 때 처리할 수 있냐"고 묻자, 영학 씨가 "아주 연습 많이 했다"고 자신 있게 대답했다. 베테랑 라이더들은 왕초보 영학 씨가 아무래도 영 불안한가 보다.
일행 중엔 영학씨가 여행을 떠나는 데 많은 도움을 준 강영원(39)씨도 있었다. 그는 영학씨가 타고 떠날 자전거와 캐리어, 짐가방 등을 구해준 장본인이다. 그는 "안 나오려고 했다"며 말문을 열었다. 너무 많은 것을 알게 되니 볼수록 마음이 아프기 때문이라고.
처음에 돈만 후원하려던 그는 영학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눈 뒤, 생각이 바뀌었다. 이 사람을 도와주면 그도 남을 도와주는 일에 적극 나설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는 것. 그 뒤 영학씨의 장비를 구해주기 위해 발 벗고 나섰고, 지금은 '괜찮은' 보일러가 있는 집을 마련해줄 생각에 골몰하고 있다. 강영원씨는 지금 자영업을 하고 있다.
[오전 11시] 양평을 향해 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