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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이쪽이 아닌거 같은데?"
"아니, 뭐가 잘못 되었나요?"
'동화 읽는 어른' 오춘재씨가 도서관 개관식때 전시되는 김용철 선생님의 '훨훨 간다' 원화를 보더니 고개를 갸우뚱 합니다. 여덟번째 그림이 네번째 그림과 바뀌어서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BRI@"이 쪽은 이젤이 부족한 것 같아요. 알림판은 벽에 붙여야겠어요."
현진애버빌 부녀회 총무이자, 꾸러기어린이도서관 자원활동을 하시는 전선애씨도 분주히 알림판을 들고 움직입니다.
아랫층에서는 후평동 꾸러기어린이도서관 자원활동가 이경우씨가 풍선아치 장식을 만들고 있고, 영상실에는 오늘 틀어질 개관식 영상 점검을 하느랴 춘천시민광장 심동천 사무국장이 심각한 얼굴로 연신 영상기기를 들여다봅니다.
12월 26일. 크리스마스의 몽롱한 꿈이 가시지도 않은 오전 11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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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관 커팅식 ⓒ 정지연
춘천시 석사동 현진애버빌 2차 관리사무소 2층에 위치한 꾸러기어린이도서관 2호점은 분주한 아침을 맞이하며 개관식을 열게 되었습니다.
지난 2006년 초, 현진애버빌 2차 입주자 중 한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후평동 꾸러기어린이도서관에도 자주 오시던 분이셨는데, 석사동 현진애버빌로 이사를 가셨다고 합니다. 마침 그곳 관리사무소 2층에 주민문고 자리가 생겼는데, 어린이도서관을 만들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그 이후, 현진애버빌 2차 동대표 분들과의 만남 속에 내용은 보다 구체화 되었습니다.
춘천에서 아파트 도서관의 모형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현진애버빌만의 도서관은 아닙니다. 석사동과 인근 퇴계동 주민들도 편히 와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그 대상을 넓혔습니다. 다행히 관리사무소가 도로와 바로 인접해 있어 다른 아파트 주민들이 이용하는데 큰 불편함은 없습니다.
"책장이 좀 모서리가 있어서 아이들에게 위험하겠는데요. 모서리마다 둥글게 뭘 붙여야겠어요."
"아이들을 위한 책들이 좀 부족한 것 같아요."
1600여권의 책으로 시작한 이 아파트 도서관을 보고 개관식을 찾아온 여러분들이 진심어린 비판을 해주었습니다. 3년 전, 후평동 꾸러기어린이도서관을 개관할 때 800권의 책으로 시작한 것에 비하면, 어린이도서관이라는 개념도 제대로 서있지 않았던 그때와 비교하면 이런 말들은 오히려 천금같은 애정이고 충고라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도서관 문을 연 다음, 주민들과 함께 만드는 도서관 운영에 있습니다. 꾸준하고 안정화된 수서체계와 자원활동가 양성 과정이 있다면, 그리고 지역 주민들의 도서관에 대한 애정만 있다면 이 도서관은 3년이 지나 지금의 후평동 꾸러기어린이도서관처럼 지역에 뿌리를 내릴 것입니다.
또다른 작은 도서관의 시작. 저는 벌써부터 마음이 설레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선미 기자는 춘천시 후평동 꾸러기어린이도서관에서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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