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26일, <올해의 사건> 시리즈 4번째로 '드라마틱한 사건'을 선정해 발표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BRI@
거액의 보험금을 타내려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려다 아버지가 사망한 가족 사기단, 결혼을 미끼로 수천만원을 뜯어낸 남장 여성, 전남편 집을 털려다 덜미가 잡힌 가짜 한의사….
2006년 한 해 역시 예년과 비슷한 사건 사고가 줄을 이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소설같은 상황도 많았다.
26일 검찰이 '올해의 사건' 시리즈 4번째로 선정한 '드라마틱한 사건'도 그런 이야기다. 이들 사건 중 대부분이 돈에 얽힌 웃지 못할 사연인 것은 부익부빈익빈의 풍속도를 그대로 보여주는 듯 하다.
[보험금 노리다 아버지가 사망한 일가족] 전주지검은 지난 6월 고의 교통사고로 아버지를 사망하게 한 뒤 수억원의 보험금을 타낸 김아무개씨 등 2명을 구속 기소하고, 공모한 가족과 친구 등 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 가족은 경매로 집의 소유권이 넘어갈 위기에 처하자 다수의 보험에 가입한 뒤 교통사고를 위장해 보험금을 타내기로 공모했다.
지난해 8월 15일 새벽 3시경 피의자 김씨는 승용차 조수석에 아버지를 태운 뒤 고의로 교통사고를 냈다. 하지만 김씨의 실수로 아버지가 그만 현장에서 사망하고 말았다.
아버지의 죽음에도 김씨 가족은 위장 교통사고를 신고해 보험사로부터 4억원의 보험금을 지급받았다. 김씨 가족과 친구들은 또 다른 교통사고로 1억2000여 만원의 보험금을 타냈다.
그러나 김씨 가족은 사고 직전 다수의 보험에 가입한 사실을 수상히 여긴 검찰의 끈질긴 수사 끝에 결국 덜미가 잡혔다. 영화 <하면 된다>를 본뜬 '보험사기단 가족'이 비극적 결말을 맞은 셈이다.
[남장 여성, 결혼 약속한 여성에 3000만원 편취] 서울서부지원은 지난 3월 결혼을 미끼로 여성에게 접근해 3000만원을 편취한 남장 여성 A씨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80시간을 선고했다.
피의자 A씨는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남성 행세를 하다 지난 2002년 다른 여성인 B씨를 만나 결혼을 전제로 동거에 들어갔다. 감쪽같이 남성 행세를 한 A씨에 대해 B씨는 물론 B씨 가족들도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동거하면서도 들킬 것이 두려워 성관계를 갖지 않았던 A씨는 "결혼 전까지 지켜주고 싶다"는 말로 B씨를 안심시켰다.
B씨와 동거하던 피의자 A씨는 '내가 사람을 때려 합의금이 필요하다' '옛날 여자친구에게 빌린 돈을 갚아야 한다'는 등의 명목으로 돈을 빌려갔다. 6개월을 동거하는 동안 A씨가 가져간 돈은 3000만원. 그 외에도 반지나 지갑 등의 선물을 요구해 B씨로부터 받아냈다.
하지만 A씨의 사기극은 오래가지 않았다. 우연히 A씨의 조카를 만나게 된 B씨는 조카가 A씨에게 "이모"라고 부르는 것을 듣고 여성임을 눈치챘다. 결국 B씨는 A씨를 고소했고, A씨는 사기죄로 처벌을 받게 됐다.
A씨는 법정에서 "언젠가는 성전환수술을 해 피해자와 결혼하려 했었다"며 "B씨가 고소해 서운한 마음이지만 법의 판단을 받아들이겠다"고 최후 진술한 뒤 항소를 포기했다.
[차주 무고한 대리운전자, 감방에서 만나 '자백'] 대리운전 요금 문제로 시비하던 대리운전자가 차주를 '음주·무면허 운전'과 '뺑소니'로 허위 신고했다가 덜미잡힌 사건도 있었다.
대리운전자 C씨는 대리운전을 부른 D씨와 요금 문제로 다툼을 벌이다 D씨가 차를 몰고가자 경찰에 뺑소니 차량으로 신고했다. D씨는 경찰에서 혐의를 부인했으나 구속돼 음주·무면허·특가법위반(도주차량)으로 기소됐다.
하지만 두 사람의 인연은 끝나지 않았다. 얼마 뒤 대리운전자 C씨는 강간미수 혐의로 구속됐고, 우연히 D씨가 수감된 감방에 함께 수감됐던 것. 양심의 가책을 느낀 C씨는 공판검사에게 사실을 자백했고, D씨는 특가법 위반 혐의는 벗게 됐다.
다만 D씨는 음주·무면허운전 집행유예 기간에 다시 음주·무면허운전을 한 혐의가 인정돼 구속기소를 벗어나지는 못했다.
[60대 노인에 "아들 낳아주겠다" 4700여 만원 사기] 대전에서는 '무정자증'으로 아이를 낳지 못한 60대 남성 노인에게 접근해 "아들을 낳아주겠다"며 수천만원을 편취한 사건도 있었다.
연소득 1억원이 넘는 부농인 김아무개(62)씨는 아들을 낳지 못하자 자신의 집에 세들어 있는 무속인 E씨(50대 중반)에게 고민을 털어놨다. E씨는 "35살 된 수양딸이 아들을 낳아줄 수 있다"며 김씨에게 접근했고, 김씨는 "아이만 낳아주면 집도 넘겨주고 불상도 세워주겠다"고 약속했다.
E씨는 김씨와 피의자 F씨의 만남을 주선해 한 차례 잠자리를 같이 하게 했다. 그 후 F씨는 임신했고, E씨는 김씨에게 돈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F씨는 김씨와 잠자리 전에 애인과 관계를 가져 임신한 상태. 임신 사실을 알고도 E씨와 F씨가 서로 공모해 돈을 뜯어낸 셈이다.
E씨는 F씨의 생활비 명목으로 7차례에 걸쳐 모두 4700여 만원을 받아냈다. 또 F씨는 임신 6개월 만에 낙태 수술을 해버렸다.
두 사람의 사기극은 한 차례 잠자리로 갑작스럽게 임신한 점을 의심한 김씨가 재검사를 통해 '무정자증'이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에야 끝났다. 검찰 조사 결과 '씨받이' 역할을 한 F씨는 2년 사이 4회에 걸쳐 각기 다른 남자의 아이를 낙태한 것으로 밝혀졌다.
['가짜 한의사' 행세 이혼녀, 전남편 집 강도 모의] 지난 9월에는 가짜 한의사 행세로 결혼한 뒤 정체가 탄로나 이혼당한 여성이 전 남편의 집에서 강도짓을 하려다 붙잡히기도 했다.
가짜 한의사 G씨는 남편인 윤아무개(사업)씨로부터 이혼을 요구받자 집을 나온 뒤 인터넷을 통해 공범 2명을 모아 강도짓을 벌일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공범 2명 중 한명이 변심해 전남편 윤씨를 찾아가 범행 계획을 털어놓으면서 G씨의 계획은 성공하지 못했다.
공범으로부터 범행 계획을 들은 윤씨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윤씨 집 앞에서 범행을 준비하던 G씨와 나머지 공범 1명을 붙잡았다.
검찰 조사 결과 G씨는 결혼 경험도 있으며, 사기 등으로 지명수배까지 돼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공유하기
현실에서도 가족 보험사기... '하면 된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