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때 시간이 적혀있는 강화도만의 달력입니다. 아침 저녁으로 바닷물이 들고 남을 표시해 놓았습니다.이승숙
강화도에는 강화도만의 달력이 있다
강화로 이사 온 이듬해 여름이었다. 어느 날 밤, 아는 집에 밤마실을 갔다. 그 집 마당을 들어서니 뜨락에 신발들이 여럿 있었다. 모두 밤마실을 온 거였다. 그 날 밤 우리는 흥에 겨워서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놀았다.
흥이 도도해지자 새날이 아빠 이병찬씨가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또 다른 사람이 일어나서 시를 한 수 읊었다. 새별이 아빠 오영호씨는 한 쪽에 치워져 있던 장구를 꺼내더니 장단을 맞춰주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다 같이 어깨춤을 추며 노래를 따라 불렀다. 참으로 흥겨운 자리였다.
밤을 새워서 놀았다. 시간이 가는 줄도 몰랐다. 그런데 누가 그랬다.
@BRI@"바다 보러 가자!"
그 한 마디에 치기어린 소년들처럼 환성을 지르면서 밖으로 뛰어나갔다. 그리고 트럭 뒤에 올라타고 바다를 향해 달렸다.
안개가 엷게 낀 들판을 가로질러 동막해수욕장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바다 속으로 뛰어 들었다. 마흔을 넘긴 사람들이 마치 애들처럼 물에서 철없이 놀았다. 그 순간 우리는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웠다.
그날 새벽의 일탈이 너무 좋았던 우리는 그 후로 매일 바다로 나왔다. 이른 아침과 저녁에 바다에 가서 수영을 했다. 외지에서 온 사람들은 낮에 놀고 햇살이 빠지면 바다에 들어가지 않았지만 우리는 해를 피해서 저녁과 새벽에 주로 수영을 하러 갔다.
그때 꼭 필요했던 게 바로 물때를 알려주는 달력이었다. 물이 들고 나는 때를 달력을 보고 알았고 그때에 맞춰서 여름 내내 바다에 놀러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