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은 왜 영화 '길'을 택했을까

새해 첫날 소공동 롯데시네마서 관람... '화해의 메시지' 던지기 위한 것?

등록 2007.01.01 20:34수정 2007.01.01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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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재현 기자 = 노무현 대통령은 정해년(丁亥年) 새해 첫날인 1일 한명숙 총리와 청와대 참모들로부터 신년 하례를 받고 시내 중심가에서 영화를 관람하며 오붓한 하루를 보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8시45분 관저에서 한 총리의 예방을 받고 덕담을 나누는 것으로 새해를 시작했다.

@BRI@한복 차림의 노 대통령과 부인 권양숙 여사는 한 총리와 부군인 박성준 성공회대 교수로부터 맞절 형식으로 세배를 받았다고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노 대통령이 총리로부터 세배를 받은 것은 취임 후 처음이다.

10여 분 뒤 노 대통령은 이병완 비서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수석.보좌관 내외로부터 세배를 받고 "만사형통하시라"고 덕담을 건넸다.

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환율, 수출, 주가, 민생, 부동산 등 주로 경제문제를 화제에 올려 우려와 함께 기대감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환담 후 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들과 부부동반으로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에 접한 롯데시네마로 향해 1시간30여분간 장돌뱅이의 삶을 다룬 배창호 감독의 영화 '길'을 관람했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 4월 장애인의 달을 맞아 '맨발의 기봉이'를 청와대에서 본 적이 있지만, 일반 극장에서의 영화관람은 지난해 1월 '왕의 남자' 이후 1년 만이다.

'길'은 쇠모루를 등에 지고 장터를 떠도는 대장장이가 고향으로 가는 길에 죽은 단짝 친구의 딸을 우연히 만나 친구에 대한 오해를 풀고 다시 길을 떠난다는 내용으로, 70년대를 시대적 배경으로 하고 있다.

주인공을 길 떠나게 한 과거의 숨겨진 진실을 깨닫고 배신한 친구를 용서하고 아내도 이해하게 되는 줄거리 때문에 '화해의 메시지'를 정치권에 신년 화두로 던진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에 대해 윤 대변인은 "독립영화가 잘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참모진의 건의를 받아들여 극장을 찾은 것이라며 정치적 해석을 경계했다.

배 감독이 감독하고 주연까지 분한 '길'은 지난해 11월 개봉관 상영 사흘 만에 종영됐으며, 이날 관람은 청와대측의 장소 대여 요청에 따라 이뤄졌다. 따라서 관람을 전후해 노 대통령과 일반 관객들간의 접촉은 없었다.

노 대통령은 "좋은 영화다. 사람들의 아름다운 정과 착한 마음을 이야기 속에서 잔잔하게 느낌으로 전달해주는 영화"라는 감상평을 했다.

영화관람을 마친 노 대통령은 청와대 경내 상춘재(常春齋)에서 '길'을 함께 본 수석·보좌관 내외와 오찬을 함께 하며 새해를 맞는 심경과 각오를 밝혔다.

이 자리에서 이병완 실장은 참모들을 대표해 "올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고, 노 대통령은 이들의 노고를 치하하면서 "올 한해에도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후에는 특별한 일정 없이 관저에서 신년 국정 구상을 가다듬으면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j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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