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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주시 덕진구 송천동 전주청과 주식회사 60번 중도매인으로 16년째 생활하고 있는 지정화.문숙자씨부부. ⓒ 이혜경
전주시 덕진구 송천동 전주청과 주식회사 60번 중도매인으로 16년째 생활하고 있는 지정화(46), 문숙자(45) 부부는 새벽 3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하루를 시작한다.
새벽4시 전주청과 채소 경매현장. 처음부터 만만치 않은 채소류의 가격에 긴장감이 감돌았지만 4~5차례 경합이 오가더니 최종 1만5000원에 낙찰됐다. 또 6시에는 과일 경매가 이뤄졌다.
"겨울에는 추위와 사투를 벌이는 것이 가장 힘들어요. 달콤한 잠의 유혹을 뿌리치기가 여간 쉽지 않습니다."
지씨 부부는 말한다.
전주 청과주식회사 60번 중도매인이자 푸른유통 대표인 지씨는 동국대학교 회계학과를 졸업한 뒤 중기보석 수입 관련 계통에서 일을 하다가 유통일을 하던 아버지의 일을 전수 받게 됐다.
1990년대 초반 당시 200여만원의 자본금을 가지고 전주로 내려왔던 지씨 부부는 처음 급식시범학교로 선정된 전주 북일초등학교에 채소류의 급식납부를 맡게 됐다. 장사가 잘돼 대한통운마트와 교도소 등의 납품을 도맡으며 한 달 3억원 이상을 벌기도 했다. 그러나 성공의 기쁨도 잠시.
지씨 부부에게 커다란 시련이 닥쳤다. 지난 1996년 당시 전풍백화점의 부도로 인해 채소류 등의 납품했던 물품 등 1억5000여만원의 상당의 부도를 맞았다.
지씨는 "부도 맞은 당시에는 모든 삶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였다"며 "아이들의 교육비도 낮추고 의식주를 최대한 아끼며 '산 사람 입에 설마 거미줄 치겠냐'는 심정으로 다시 한번 일어서게 됐다"며 당시의 아픔을 토로했다.
이들 부부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하루 24시간을 쪼개고 아끼며 좋은 상품과 적정 가격으로 채소 선별을 시작해 도내 대형마트 등 굵직한 납품처를 뚫기 시작했다.
새벽 3시에 일어나 4~6시까지 경매에 올인하고 오전 11시 거래선 계산서를 확인한다. 낮12~1시 사이에 아침 겸 점심을 해결하고 오후 2시에 거래선이 확인된 매장내 물건을 확인한다. 오후 4~5시가 되어 집에 귀가한 뒤 잠시 휴식을 취하고 저녁 7시쯤 저녁을 먹고 거래주문을 받은 후 다음날 할 일을 취합한다.
밤 11~12시가 되어야 잠자리에 들게 되는 이들 부부에게 하루 3~4시간밖에 못 자는 고된 나날이 연속으로 이어졌다. 그렇게 해서 10년 만에 가까스로 모든 빚을 갚았다.
현재는 4대의 운행 차량과 6명의 직원을 두고 배추, 무, 양배추, 대파 등 각종 채소와 청과물을 소포장해 납품하고 있다. 부인 문씨는 "새해에는 혈압이 높은 남편의 건강회복과 온 가족의 화목이 중요하다"면서 "좋은 물품과 경쟁력으로 승부하겠다"고 다짐했다.
지씨 역시 "앞으로도 열심히 발로 뛰며 좋은 거래선을 확보하는데 앞장서겠다"며 "경기가 위축돼 많이 힘들지만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면 세상이 결코 힘들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전북중앙신문 1월 2일자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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