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3월 광화문에서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시민 7만여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촛불시위가 열렸다.오마이뉴스 권우성
임기를 한 달 남긴 국회가 갓 임기를 시작한 대통령을 탄핵한 2004년 3월, 노사모는 선도적으로 탄핵 반대 시위에 나서 파렴치한 국회의 행태에 대한 국민의 분노를 결집했다. 그 연장선에서 치러진 4.15 총선은 열린우리당 원내 과반수 의석 확보로 귀결되었다.
한 달 뒤 헌법재판소는 대통령 탄핵안에 대한 기각 판결을 내린다. 이 판결이 온전히 재판관들의 양심과 법률적 판단에 기인한 것이라고 순진하게 믿는 국민들은 별로 없었다. 질풍노도와 같은 국민의 힘이 헌재의 판결을 강제한 것이다. 여기까지가 외부에서 공개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노사모의 최대의 역할이었으며 정치적인 한 정점이었다.
권력은 시장에 있다는 대통령의 인식
홈페이지(nosamo.org)의 대문 정보에 따르면 2007년 1월 2일 현재 노사모 회원은 10만5844명. 그러나 이 가운데 실명 인증을 거친 회원은 1만564명이다. 즉 실명으로 자기 신분을 확인하는 절차를 밟고 조직에 가입해 있는 숫자는 1만명 정도인 것이다. 2002년 국민경선 당시 회원수가 정확한 인증을 거친 것이 아니기는 하지만 4만을 상회했던 것에 비하면 그 세가 상당히 위축되었다.
역동적인 한국 정치사에서도 특별히 두드러질 정도로 탄력적이었던 노사모 활동의 침체는 단지 회원 숫자의 감소만이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 이후 노사모는 언론개혁 운동, 정치개혁 운동, 과거사 청산을 위한 운동 등을 제시했지만 노사모라는 정치 조직 자체의 이름을 걸고 뚜렷한 족적을 남기지 못했으며 그 활력이나 열정은 현격히 수그러들었다. 중앙적 정치 이슈에 대응하는 외에 지역 단위에서 생활 정치로 나아가지를 못했다.
사실 침체의 징후는 이미 오래 전부터 예고된 바라고 할 수 있다. 당선 후 미국을 방문한 노무현 대통령은 2003년 5월 13일 워싱턴 캐피털 호텔에서 열린 교포 간담회에서 "선거 때에는 노사모만 사랑했지만 이제는 모두 다함께 사랑하겠다"면서 촛불 시위와 관련해 "그런 일로 미국을 비난해서 여러분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돌아가서 각별히 잘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발언은 대통령 신분으로 외국을 방문해 의례적으로 할 법한 말이라고 볼 수도 있으나 후보 노무현을 '노짱'이라는 살가운 애칭으로 부르며 희망돼지 저금통을 모아 대선을 치른 노사모 회원들의 정치적 열정, 지향과는 어딘가 아귀가 맞지 않는 느낌을 준다.
노 대통령은 연이어 열린 우드로 윌슨 센터와 국제전략문제연구소 공동주최 만찬에서는 한국의 반미감정에 관한 질문을 받고 "미국에 대해 다소 서운한 마음을 갖고 있는 사람 중 나를 지지한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을 설득하겠다"고 언급해 한결 뜻을 분명히 했다.
노사모는 대통령 후보를 지원하고 대통령을 만드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조직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노사모는 대통령으로부터 '설득'당해야 할 대상이 되기 시작했다. 노사모 홈페이지는 노사모를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민주 공화국이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노사모는 국민의 자발적인 참여 의지로 권력이 국민에게 있음을 노무현이라는 대안을 통해 실천해 가고 있습니다.
모든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사실, 그리고 자발적 참여로 이를 실천하겠다는 선언은 20세기 현대사의 격변과 87년 민주항쟁, 1997년 수평적 정권교체 경험을 거치며 한껏 고양되고 자각된 우리 국민의 당당하고 자연스러운 의사 표시이자 대한민국이 정보통신 혁명을 거치며 세계사적 변화의 선두에 선 21세기 들머리의 시대정신을 반영한 것이었다.
그러나 노사모에게는 '노무현이라는 대안을 통해'라는 아킬레스의 약점이 있었다. 노사모가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을 입증하고자 하는 매개체였던 노무현은 정작 당선된 후부터는 '국민의 미숙한 판단'을 설득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조금 지나서는 '모든 권력은 시장에 넘어갔다'면서 사실상 신자유주의적 정치경제 체제를 주도하고 있는 대자본과 기득권 질서 앞에 한없는 무력함을 토로한다. 나아가 2005년에는 대연정에 합의해 준다면 한나라당에게 '권력을 통째로 넘길 수 있다'며 노사모의 정신을 정면 부인하는 발언에까지 이른다.
볼리바리안 서클 "국민의 참여 요구에 차베스가 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