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분리 좀 쉽게 할 수 없나요?

등록 2007.01.06 19:30수정 2007.01.06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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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가 잦아드는 전화선 너머로, 엄마의 우울한 얼굴이 보이는 듯하다.


날씨도 추운 날, 아파트 경비 일을 하는 아버지가 분리수거를 하시다가 심한 감기로 앓아 누우셨기 때문이다. 해수(기침을 몹시 심하게 하는 병)를 고질적으로 앓고 계시니 감기가 오면 호흡이 매우 곤란하다. 거리는 멀고, 몸은 직장에 있으니 선뜻 찾아뵙지도 못해 그저 마음만 상할 뿐이다. 다행히 시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을 다녀오던 남편이 잠시 들러 문안을 드렸다.

@BRI@얼마 전, 함께 사는 시어머니와 아주 사소한 일로 서로 마음에 상처를 낸 적이 있었다. 13년 오랜 세월을 한 지붕 밑에 살면서도 어지간히 좁혀지지 않는 사고방식의 차이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생활 쓰레기 분리수거다. 음식 찌꺼기를 담아 버리는 용기가 따로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머니는 자주 씻으면 물세가 든다는 이유로 검정 비닐에 음식물을 담아서 버린다. 음식물 쓰레기통에 쏟고 남은 냄새나는 검정 비닐봉지는 그냥 슬쩍 일반 쓰레기통에 던져 넣곤 했다. 이렇게 버려지는 비닐들은 경비 아저씨가 일일이 따로 분리해 종량제 봉투에 담아야 하는 민폐를 끼치게 된다.

특별히 공중도덕이나 규칙을 잘 지키는 모범적인 시민이라기보다 이런 비도덕적인 행위로 내 시어머니가 품위를 잃는 것도 못마땅하고, 나 하나 편하자고 다른 사람 힘들게 하는 이기심이 얄밉기도 해서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허리 구부리고 앉아 악취를 참으며 힘들게 일할 친정아버지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경비 아저씨와 관련된 일이라면 참지 못하고 사사건건 마찰을 빚었다.

종량제 실시 이후, 분리 기준이 너무 복잡해 젊은 나조차 대충 버리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하물며 분리수거가 생소한 연세 많은 분들은 어떻겠는가. 자식들과 함께 살지 않는 노인 단독 가구라면 이 역시 지켜질리 만무하다. 부득불, 가끔은 어머니가 나 몰래 갖다 버리는 걸 알지만 어쩌랴, 가족의 평화를 위해 눈감아야지.


a '분리배출' 마크

'분리배출' 마크

또한 그 중 제일 헛갈리고 처치 곤란한 게 넘쳐나는 비닐봉지다. 봉지 뒷면을 보며 일일이 포장 재질 분석을 해야 함은 물론, 도무지 '분리배출' 표기가 가능한 근거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분리배출' 표기된 것만 따로 모으는 푸대자루 속에서 '자격미달 비닐'들을 분리해 내는 작업 또한 경비들의 고된 '일감'이다. 제대로 분리되지 않은 쓰레기는 시에서 수거해 가지 않으니, 애먼 경비아저씨만 고생하는 셈이다.

'경비'가 아니라 차라리 '잡부'라고 부르는 게 낫겠다. 게다가 다 알다시피 경비일을 하는 분들 대개가 연세가 적지 않으니 그 수고로움이 더하지 않을까.


공동주택 분리수거는 쓰레기를 배출하는 개개인 가정의 몫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규칙이 잘 지켜지지 않으니, 초등학교 교과서에 따로 '쓰레기분리' 과목을 두어 교육시켜야 할 판이다.

1995년 처음 실시 이래 십수년 세월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까다로운 분리기준들로 아직도 너나 할 것 없이 갈팡질팡이다. 게다가 기준대로 다 따르다 보면 재활용되는 것보다 일반쓰레기로 분류되는 게 더 많아져 서민들이 감당해야 할 비용도 만만치 않은 게 현실이다. 쓰레기 분리수거 하는 날 자주 빚어지는, 경비아저씨와 주민간의 사소한 눈치 싸움 이제 그만 했으면 좋겠다.

늘어나는 쓰레기처리 고충 해결을 위해 종량봉투 가격을 인상하는 것도 좋다. 그것보다 여성들이 즐겨 보는 TV 인기 드라마 사이에 상업성 광고대신 '생활쓰레기'분리요령과 쓰레기 줄이는 홍보화면을 자주 끼워 넣는 게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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