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견도엔 '여객선'이 필요하다

배 4번, 버스 4번 갈아타야 군청에 갈 수 있는 비견도 사람들

등록 2007.01.08 10:36수정 2007.01.09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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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비견도에서 헤엄쳐서 건너도 될 만큼 가까이 있는 금당도지만 거기를 오갈 수 없는 것이 분단된 우리 나라와도 같다.

비견도에서 헤엄쳐서 건너도 될 만큼 가까이 있는 금당도지만 거기를 오갈 수 없는 것이 분단된 우리 나라와도 같다. ⓒ 이재언

교통과 통신의 발달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정치·경제·사회·문화를 넘어선다. 오늘날 우리나라를 IT산업의 세계강국으로 만든 것도 교통과 통신의 발달에 힘입어서다. 그러므로 선진국을 향해 가는 나라들 치고 통신과 교통이 뒤처진 나라는 없다.

우리나라 경제가 개발도상국을 벗어나는 시점도 경부선을 닦으면서 시작되었다. 고속전철 도입으로 온 나라가 일일생활권에 진입하면서 선진국가로서의 위용을 자랑할 수 있을 듯하다.


이와 같은 교통의 발달은 농어촌의 발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도시 사람들이 섬에서 생산되는 싱싱한 어패류들을 인터넷에서 주문하면, 택배로 하루 만에 받아 싱싱한 맛을 즐길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 아닌가? 교통과 통신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주는 혜택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무궁무진하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우리 인간들의 삶을 더욱 윤택하고 가치 있게 해 주는 도구이다. 그리고 이 혜택은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우리나라에 분포되어 있는 유인도 가운데에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섬이 있는가 하면, 현대판 유배생활이라고 할 만큼 그 사정이 열악한 섬들도 있다. 그런데 생활수준이 낮을수록 우리는 그 격차를 줄이기 위한 정책과 여건을 만들어가야 함에도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전라남도 완도군에 속해있는 비견도라는 섬에는 25가구에 70여명의 사람들이 살고 있다. 그리고 바로 지척에는 금당도라는 큰 섬이 있는데, 비견도와의 거리가 불과 400m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당도와 비견도의 생활의 차이는 이루 말할 수 없다.

비견도 앞에는 심심찮게 여객선을 볼 수 있다. 그러나 그건 그림의 떡이다. 비견도의 선착장에는 이른 아침부터 사람들이 우두커니 앉아 있는 진풍경을 볼 수 있는데, 그들은 건너편 금당도로 가는 배가 있으면 얻어 타려고 마냥 기다리는 것이다.


a 지나가는 여객선은 그림의 떡이다. 짐은 내려 주지만 사람은 싣지도 내려주지도 않는다.

지나가는 여객선은 그림의 떡이다. 짐은 내려 주지만 사람은 싣지도 내려주지도 않는다. ⓒ 이재언

비견도에 여객선이 전혀 오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비견도에 닿는 연락선은 차량이나 화물을 내려주기 위하여 정박한다. 차량과 화물을 탑재한 여객선이 고흥의 녹동과 완도의 금일도를 오가면서 차량과 화물은 내려주지만 지난 10년간 사람은 태우지도 내려주지도 않았다.

비견도 이장은 “우리가 화물보다 못하다는 게 아니오. 여객선이 사람을 위해 있어야지 화물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라고 하소연 한다. 여객선사에선 당연히 승객이 적은 섬은 회피하겠지만 이러한 문제점들은 행정당국이 나서야 한다. 하지만 이장은 “어디 우리가 한두 번 건의했겠어요?”하며 손을 내젖는다.


비견도 주민들과 출향인들은 실익만 따지는 여객선사는 물론 행정당국에 대해서도 울분을 감출지 못하고 있었다.

a 금당도에 갈려고 아침부터 할머니가 선착장에 앉아서 금당도를 바라보고 있다. 마을 주민 중에 배를 가지고 가는 사람이 있으면 얻어타고 가기 위해서다. 매일 볼 수 있는 비견도의 풍경이다.

금당도에 갈려고 아침부터 할머니가 선착장에 앉아서 금당도를 바라보고 있다. 마을 주민 중에 배를 가지고 가는 사람이 있으면 얻어타고 가기 위해서다. 매일 볼 수 있는 비견도의 풍경이다. ⓒ 이재언

도서지역을 위한 복지개선의 첫째 요건은 편리한 교통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비견도에는 적용이 되고 있지 않다. 전임 분교 선생님들은 이 일로 행정 당국과 여객선사에 수없이 건의하며 시정을 요구하였지만 감감 무소식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 분교장으로 근무하는 부부 교사는 행정당국과 여객선사와의 실랑이가 싫어서 사비를 들여 배를 하나 장만했다. 그 배를 타고 금당도에서 비견도로 건너다니고 있는 실정이다.

a 금당초등학교 비견분교를 졸업하고 나면 금당도에 있는 중학교를 가야한다. 집을 지척에 두고 중학교에 진학하는 학생들은 금당도에 자취를 한다.

금당초등학교 비견분교를 졸업하고 나면 금당도에 있는 중학교를 가야한다. 집을 지척에 두고 중학교에 진학하는 학생들은 금당도에 자취를 한다. ⓒ 이재언

금당초등학교 비견분교장에는 7명의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으며 3명의 유치원생이 있다. 그리고 중학생 3명이 금당도에서 자취를 하면서 금당중학교에 다니고 있다. 내년에 3명이 졸업을 하는데 부모들은 자나 깨나 자녀 교육으로 근심 걱정이 떠날 날이 없다.

어린 것들이 코앞에 집을 놓아두고 나룻배가 없어서 자취를 한다니 말도 되지 않는다고 울분으로 토했다. 교육청에서 이곳에 통학선을 투입해 주든지 아니면 군에서 나룻배(도선)을 만들어 주든지 해야 할 것이다.

실례로 완도군의 먼 섬 장도와 원도는 벌써 10년 전 군에서 배를 만들어 주어서 주민들이 그 배를 매우 요긴하게 사용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진도의 금오도라는 섬은 육지와 4km 로 군에서 4톤짜리 나룻배(도선)을 만들어 주고 매달마다 운행하는 사람에게 100만원씩 보조를 하고 있다. 완도군이라고 못할 이유가 없지 않는가!

a 금당도 본교에 특별활동을 위해 작은배에 오른 비견분교 전교생

금당도 본교에 특별활동을 위해 작은배에 오른 비견분교 전교생 ⓒ 이재언

완도군으로 가는 정기 여객선이 없기 때문에 비견도 주민들이 완도군에 가려면 비용도 많이 들고 길도 멀다.

비견도에서 민간인 배를 타고 금당으로 건너간다. 거기서 차로 금당 가학으로 가, 장흥 회진항에 내려 버스 타고 강진 마령에서 다시 배를 타고 고금도로 건너간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다시 배를 타고 신지에서 연육교를 통하여 완도군에 도착한다. 배를 4번, 버스는 4번 타야 완도군청에 도착할 수 있다는 말. 이런 경우를 섬의 특수성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이대로 방치해 둘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덧붙이는 글 | 이재언 기자는 섬살리기 운동본부 본부장입니다. 
www.islandtv.co.kr

덧붙이는 글 이재언 기자는 섬살리기 운동본부 본부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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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 연구원으로 2019년까지 10년간 활동, 2021년 10월 광운대학교 해양섬정보연구소 소장, 무인항공기 드론으로 섬을 촬영중이며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재정 후원으로 전국의 유인 도서 총 447개를 세 번 순회 ‘한국의 섬’ 시리즈 13권을 집필했음, 네이버 지식백과에 이 내용이 들어있음, 지금은 '북한의 섬' 책 2권을 집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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