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온정각에 걸어 놓은 안동평통사 깃발배용한
설레는 마음으로 금강산기행을 준비했다. 디지털카메라로 증명사진도 찍어 보내고, 떨어지고 낡아서 물이 들어오는 헌 등산화 대신 새 등산화도 준비하고, 겨울 금강산이기에 아이젠도 준비했다. 여행과 답사는 '아는 만큼 보인다'고 유홍준 교수가 1998년에 출간한 금강산 답사 여행서적 <금강산>도 사서 읽고 내가 가게 될 금강산 코스를 상상하며 하루하루 즐거운 나날을 보냈다.
1월 4일 아침 7시 드디어 안동평통사 회원으로 있는 안동농민회형님들, 전교조 선생님들, 대안학교 '나섬학교' 학생들 등 모두 마흔세 명이 금강산기행에 나섰다. 육로관광이기에 안동에서 전세버스를 대절해 남측출입국관리소와 북측출입국관리소를 거쳐 오후 4시경에야 온정각에 도착했다. 지척인데 뭘 그리 수속을 여러 차례 밟아야 하고, 또 거쳐야 하는 과정은 뭐가 그리 많은지? 언제쯤이면 이러한 복잡한 절차 없이 금강산에 자유로이 올 수 있을지 생각하며 온정각에 도착했다.
늦게 도착했기에 첫날엔 금강산에서 온천욕을 하고 옥류관에서 저녁을 먹은 뒤, 대전충남 금강산 기행단에서 준비한 저녁만찬에 참여했다. 대전충남 기행단 중에서 대전에서 활동하고 있는 마당극단 '좋타'에서 통일을 주제로 한 마당극 공연을 관람했고, 그 답으로 펼쳐진 옥류관에서 근무하는 접대원분들의 춤과 노래가 어우러진 아리따운 공연도 관람했다. 미리 준비된 공연이 아니었는데, 남측에서 오신 손님들에 대한 기꺼운 마음으로 즉석에서 이루어진 화답공연이라 했다. 어찌나 곱고, 어찌나 노래를 잘 하던지….
즉석에서 이루어진 옥류관 접대원분들의 화답공연을 보며 남과 북이 둘이 아니라 하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남쪽에서 한꺼번에 몰려온 몇 백 명 손님들 식사대접하기도 바빴을 텐데 예정에 없는 즉석 공연이라니. 그 즉석 공연도 노래 한두 곡이 아니라 하나의 콘서트 같은 공연이었다. 그 공연을 보며 '이분들이 남쪽에서 온 손님을 진심으로 반기는구나'하는 맘이 들었다. 공연을 보며 다시금 금강산을 오길 정말 잘 했다 싶었다. 개인적으로 오면 절대 볼 수 없는 공연, 돈 주고 보려도 볼 수 없는 훌륭한 공연을 하나가 아니라 둘씩이나 관람하게 되는 행운이라니…. 옥류관의 만찬은 그렇게 무르익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