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와 평화를 위한 금강산 기행 둘째날

사진과 함께하는 금강산 여행

등록 2007.01.11 14:37수정 2007.01.11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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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저녁 금강산비취호텔 방에서 친목의 시간 사진
첫날 저녁 금강산비취호텔 방에서 친목의 시간 사진배용한
지난밤(1월 4일) 금강산에서 보내는 첫날밤의 감동에 잠 못 이루고, 함께 온 안동 평통사('안동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분들과 한방에 모여 잘 모르는 회원들이 서로 안부의 인사를 나누며 관계가 돈독해지는 시간을 가졌다.

그렇게 새벽 두 시가 넘어 잠자리에 든 데다, 너무나 기꺼운 마음에 과음을 한 탓에 아침엔 함께 온 동료가 깨워 간신히 출발시각 가까이에 일어나 급한 아침을 먹었다.


구룡연으로 가는 셔틀버스에 지난밤 술독이 덜 풀린 몸을 실었다. 술독은 덜 풀렸으나, 금강산의 풍광을 하나라도 더 눈에 넣기 위해 졸린 눈을 간신히 밀어올린다.

@BRI@금강산의 탐승 코스는 크게 네 구역으로 나뉜다고 한다. 외금강의 만물상 구역과 구룡연 구역, 내금강의 만폭동 구역, 해금강 구역으로 크게 나뉠 수 있다.

세분화하면 스물두 개의 각 코스로 나뉜다 한다. 금강산 탐승에서 아직 내금강 구역은 남쪽 관광객에게 개방되어 있지 않고, 나머지 세 구역은 개방되어 있다. 앞으로 점차 개방되어 진다고 한다.

금강산을 2박 3일 코스로 여행을 가면 구룡연 코스와 만물상 코스, 해금강·삼일포 코스를 돌아보고 올 수 있다. 우리 일행은 첫날 구룡연에 올랐다. 겨울 금강산이라 아이젠에 장갑에 털모자에 추위에 대한 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

우리 일행을 이끄는 안내인은 김민수 조장(현대아산 측 직원이 각 버스에 한 명씩 올라 2박 3일 동안 금강산에 대한 안내도하고, 관광객의 편의를 도와준다)이라 했다. 어찌나 말을 잘하고, 생각은 또 얼마나 건전한지….


금강산 안내조장 일을 하기 전엔 그냥 철부지 아가씨에 불과했는데, 금강산 안내조장을 하면서 남과 북에 대해, 통일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들더라 했다. 또 민족의 통일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한다. 우리는 김민수 조장의 친절한 안내를 받으며 구룡연에 오른다.

겨울 구룡연 코스는 눈이 많이 와 있었다. 눈 덮인 겨울 금강산을 설봉산이라고도 부르는데 우리는 지금 설봉산의 진수를 제대로 확인하며 오르고 있다.


화강암과 나무와 눈과 맑은 계곡물이 조화를 이룬 설봉산! 산을 오르고, 내리는 내내 입에선 그저 "좋타!"는 감탄사를 연발할 뿐이다. 어떤 감탄사가 있어 금강산의 아름다움을 형용할 수 있으리!

구룡연을 오르면 만나게 되는 첫 것은 금강산 미인송들이다. 수령이 200년은 족히 될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잔가지 없이 쭉쭉 뻗어 있는 것이 목수를 직업으로 하고 있는 내가 봐도 너무나 탐이 나는 나무들이다.

겨울에 눈이 많이 내려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자연적으로 잔가지들이 부러져 나무들이 쭉쭉 뻗어 있다 했다. 이런 나무들이 금강산 곳곳에 산재해 있다니…. 잠시나마 생각하던, 집을 지을 훌륭한 재목으로 쓰이겠다는 부끄러운 생각을 밀어낸다. 오래오래 보존하여야 할 소중한 자연자산이고 보물들이다. 금강산 미인송들.

우리나라 4대 폭포의 하나인 구룡폭포의 겨울 모습
우리나라 4대 폭포의 하나인 구룡폭포의 겨울 모습피재현
금강산의 자연을 북에서 얼마나 소중히 하고, 또 잘 보존해 왔는지 산을 오르며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금강산에선 절대 담배를 피우지 못한다. 지정된 장소가 아니면 대, 소변도 함부로 볼 수 없다. 휴지는 당연 하려니와 가래도 뱉지 못한다.

맑은 계곡물을 마시는 것은 가능하나, 계곡물에 손이나 발을 담그지 못한다. 금강산 아래 고성읍 주민들이 이 물을 식수로 사용한다 하니 당연한 것 아니겠는가? 그렇게 보존을 해 왔으니 오늘날 우리가 이토록 맑고, 깨끗한 금강산을 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남쪽에 유명한 지리산이나 설악산, 덕유산의 계곡물이 맑으나 금강산의 계곡물에 비할 바가 못 된다. 이렇듯 철저히 관리한 결과물인 아름다운 계곡과 산을 즐기며, 우리는 지금 구룡연 코스를 오르고 있다.

눈이 많이 내려 우리 일행은 상팔담까지는 보지 못하고, 조선 4대 폭포 중의 하나인 눈과 얼음 속에 얼어 흐르지만, 그 위용만은 장관인 구룡폭포를 관폭정(폭포를 관람하는 정자)에서 관람하고 내려와야 했다.

북쪽에선 금강산의 코스마다 설명이 필요한 아름다운 곳에 해설사선생님들이 금강산의 각 바위나 이름난 곳에 얽힌 전설이나 역사 등에 대해 친절한 해설을 해 준다. 왜 앙지대인지? 왜 금강문인지? 왜 옥류동인지? 왜 련주담인지? 또 구룡폭포와 얽힌 전설은 뭐가 있는지…. 언제 금강산에 가시거든 해설사분들의 해박한 해설과 그분들의 따뜻한 온정을 느껴 보시길 권한다.

눈이 내려 더 맑고 깨끗이 보이는 련주담 계곡물
눈이 내려 더 맑고 깨끗이 보이는 련주담 계곡물함석호
금방이라도 뛰어 들고픈 욕망이 이는 맑은 물
금방이라도 뛰어 들고픈 욕망이 이는 맑은 물함석호
구룡폭포가 바라다 보이는 곳에서 필자
구룡폭포가 바라다 보이는 곳에서 필자함석호
구룡연 계곡 초입에 있는 북이 운영하는 목란관식당
구룡연 계곡 초입에 있는 북이 운영하는 목란관식당함석호
상팔담을 보지 못하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하산을 했다.

내려오는 길에 모란각에 들러 점심을 먹는다. 점심을 먹기 전 모란각에 감자전, 녹두전, 소고기꼬치, 도루묵 구이에 막걸리를 먹었다. 이북 술을 파는 노점이 있어 또 한잔 걸친다. 금강산의 맑은 정기를 마셔서 그런지 어젯밤의 술독은 온데간데없이 날라 갔다.

소고기꼬치와 백두산 들쭉술로 시작된 낮술은 막걸리에 감자전, 녹두전에 도루묵구이로 까지 이어졌다.

백두산들쭉술! 한국의 10대 명산주의 하나로 추운 지방에서만 자라는 들쭉나무 열매를 따서 발효시킨 술로 그 맛이 좋아 입에 쫙쫙 당긴다. 들쭉술을 다 비우고 아쉬워 막걸리를 시켜보았다. 조금 시큼하고, 달짝지근하며 알코올 성분이 적어 음료수 같다. 맛이 옥수수를 주성분으로 만든 막걸리 같다. 알코올 끼는 덜 하지만 이것도 많이 마시면 취하겠다 싶다.

또 감자전은 잎에 살살 녹으며, 어찌나 부드럽던지…. 도루묵 구이도 시켜 보았다. 남이나 북이나 먹을 수 있는 도루묵구이지만 자그마한 도루묵에 알이 꽉 차 있어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했다. 도루묵을 먹으며 터지고, 씹히는 도루묵의 고소한 알 맛이 아주 일품이었다.

북에서 나는 먹는 거는 거의 모두 자연산에 무공해라 했다. 물론 화학조미료를 전혀 첨가하지 않은. 식사한 끼에 우리 돈으로 만 원 정도 하는 결코 싸지 않은 데도, 그런 생각을 하니 돈이 별로 아까운 줄을 몰랐다.

밑반찬 중 도라지무침과 고사리무침, 우리네 백김치 같은 고춧가루가 별로 많지 않은 김치 또한 아주 일품이었다. 다음에 금강산에 오면 이것저것 골고루 많이 먹어 보려 한다. 여행의 즐거움 중에 먹는 즐거움 또한 아주 큰 즐거움이 아니었던가!

모란각에서 점심을 먹은 일행은 삼일포 여행에 다녀온 후 평양모란봉교예단의 교예 공연을 관람하였다. 교예는 북쪽에서 말하기를 아름다운 예술이라 하여 사람의 몸으로 표현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재주를 보여준다. 공연의 시작부터 끝까지 음악과 주제의식이 어우러진 하나의 극이 아닐까 생각했다.

특히 모란봉 교예단의 눈꽃조형과 공중 2회전, 널뛰기, 장대재주, 봉재주, 공중그네타기 등 모든 공연이 손에 땀을 지게 하는 아슬아슬했다. 시종일관 실수하면 어쩌나,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을 텐데 하며 가슴을 졸이게 했다. 사람이 얼마나 많은 노력과 정성을 쏟았으면, 얼마나 피나는 연습을 했으면 저런 경지에 도달할 수 있을까 생각되었다.

공연을 보며 우리는 연방 손뼉치기에 바빴다. 모든 공연이 인상적이었지만, 남자배우들이 여러 명 나와 마치 날다람쥐처럼 사람이 이 봉에서 저 봉으로 건너다니며 보여주는 봉재주는 정말 신출기몰 할 정도였다.

마지막 공중그네 공연에서 북쪽에선 인민배우라며 높이 칭송되는 배우 한 분이 공중제비 네 바퀴를 돌고 공중그네에 거꾸로 매달려 있는 사람의 손을 잡는 묘기를 보여줬다. 이 공연에서 두 번의 실패를 거듭하고서 세 번째에 성공을 하는 것을 보며 이것이 진정한 프로정신이며, 직업정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한 시간 반의 공연이 언제 끝났는지 모르게 순식간에 끝이 났다. 공연 중엔 연기하는 배우들이 사진을 찍지 못한다. 사진을 찍으며 터지는 플래시로 인해 일어날 안전사고 때문인 것 같다. 공연이 끝나고, 마지막 무대인사에선 사진 찍기가 허락되었다.

평양모란봉교예단의 봉재주 사진
평양모란봉교예단의 봉재주 사진피재현
아슬아슬 했던 공중그네 공연 모습
아슬아슬 했던 공중그네 공연 모습피재현
빡빡한 여행일정으로 인해 바쁘게 다녀 피곤한 몸을 금강산 온천에 담근다. 금강산 온천의 물은 예로부터 이름나 곳이어서 많은 분들이 금강산온천에 찾아왔다고 한다. 특히 조선시대 세조는 이곳에서 몸에 병을 치료하였다고 한다.

금강산 온천은 매일 남녀의 탕을 바꾼다. 어제는 남탕에 들어갔는데, 오늘은 그곳이 여탕이 되어 있다. 우리는 어제 여탕인 자리에 들어가 피곤한 몸을 담갔다. 금강산온천의 물은 원탕(데우지 않고, 지하에서 올라오는 물을 그대로 온천으로 사용하는 탕)인데, 야외 온천탕까지 마련되어 있다.

낮이라면 노천에서 느긋하게 온천을 즐기며 금강산의 아름다운 절경을 구경하는 것도 아주 일품이 일품이리라. 술과 여행으로 싸인 하루의 노독이 온천으로 인해 모두 풀림을 느낀다.

저녁엔 금강산 호텔 내에 있는 민족식당에서 함께 온 안동평통사 식구들과 회식이 있다. 희석식 소주가 아닌 전통의 방식으로 빗은 소주인 참대술과 인공조미료가 첨가되지 않아 담백한 멧돼지고기, 손두부, 그리고 과일이 안주로 나왔다.

참대술, 평양소주, 들쭉술, 장뇌삼술 등 이북의 술들은 마셔도 아침에 머리가 아프거나 한 뒤끝이 없어 좋다.

북쪽에 여성들은 모두 노래를 잘하는가? 회원들이 접대원분들께 노래를 요청하니 사양하지 않으며, 흥겨운 마음으로 노래를 부른다. 옥류관 식당에 접대원분들은 봉사교육을 받은 분들이라 그렇다 치고, 이들은 교육받은 분들이 아닌데…. 어려서부터 북쪽 분들은 모두 노래교육을 받는 것인가? 하나같이 목소리가 구슬이 굴러가는 듯하다.

북쪽 접대원분들의 친절한 접대와 노래로 함께 한 민족식당의 회식, 금강산의 둘째 날 밤은 그렇게 깊어 간다. (다음 편에 계속 됩니다.)

민족식당 접대원분과 한 컷
민족식당 접대원분과 한 컷함석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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