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속에서 만난 행복한 '우리엄마'

옷 색깔, 꽃 색깔 우연히 일치... "엄마! 이젠 편히 쉬세요"

등록 2007.01.13 11:26수정 2007.01.13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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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카메라를 들고 어떤 여인의 뒤를 정신없이 쫓아간다. '평소 같으면 하지 않았을 일이었는데'라는 생각도 했다. 꿈속에서 그 여인은 어느 골목으로 들어간다. 난 계속 그 여인의 뒷모습을 보면서 쫓아간다. 도착한 그곳은 막다른 골목. 그 여인은 그곳으로 들어섰다. 그곳엔 고래등 같은 한옥이 있었다.


그런데 내가 쫓아갔던 여인은 온데간데없어지고 그 앞에는 돌아가신 엄마가 환하게 웃고 계신 것이 아닌가. 나를 보고 손을 흔들면서. 엄마는 노랑저고리에 빨강치마 하얀 앞치마를 두른 새댁의 모습이었다. 젊은 얼굴과 짧고 단정한 머리에 아주 행복한 웃음이었다.

@BRI@난 그런 엄마를 보고는 "엄마, 엄마"하다가 깨어났다. 잠에서 깨어나도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참 이상한 꿈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엄마가 좋은 대로 가셨나보다' 혼자말로 중얼거렸다. 잠시 후 정신을 차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그날 오후 올케한테 전화가 왔다. "형님 00가 휴가 나와서 내일(11일) 용인 어머니한테 가려고 하는데 시간 괜찮으세요?" "응 괜찮아. 그래 그 시간까지 그리로 갈게" 난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았다. 그런 꿈을 꾸었고 엄마를 보러간다는데 어찌 망설일 수가 있을까?

사실 그날은 친구와 선약이 있었다. 난 그 친구에게 다음에 보자고 양해를 구하고 용인으로 향했다. 쌀쌀한 겨울날씨이지만 따스한 햇살이 마음을 녹여 주는 듯했다. 자동차안에서 보는 겨울풍경이 정겹다. 지난번 내린 눈이 녹지 않았고 그늘진 곳엔 가끔 빙판길도 보였다. 엄마를 보러 가는 길도 막히지 않아 1시간10분만에 그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텅 빈 공원묘지
텅 빈 공원묘지정현순
평일이고 이름도 없는 날이라 그렇게 큰 공원묘지에 온 가족이라고는 우리가족들과 다른 가족 딱 두 팀뿐이었다. 지난번 내린 눈이 하얀 꽃이 탐스럽게 핀 것처럼 공원묘지 곳곳에 군데군데 수를 놓고 있었다. 자동차에서 내려 엄마가 계신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엄마가 살아 계실 때, 그곳에 가시던 엄마는 언제나 뒷짐을 지고 그 길을 올라가셨다. 그런데 이젠 그 길을 엄마 없이 우리만 걸어가고 있었다.


엄마가 뒷 짐지고 올라가시던  그 길
엄마가 뒷 짐지고 올라가시던 그 길정현순
엄마의 새집에 도착했다. 간단하게 준비해 온 음식을 차리고 우린 차례대로 엄마에게 인사를 했다. 아니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내가 꿈에서 본 엄마의 옷차림과 그곳에 꽂혀있는 조화의 색깔이 너무나 똑같았다. 그 꽃은 올케와 남동생 둘이 가을에 와서 새로 사서 꽂아놓은 꽃이라고 했다. 그 두 부부만 왔기에 난 그 꽃을 보지 못했던 것이다.

빨강장미와 노랑국화. 그리고 이번에 갈 때 올케가 새로 산 하얀 수국까지. 하얀 수국을 보면서 엄마가 두르고 있던 하얀 앞치마가 생각났다. 꿈이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난 그 우연이 우연 같지 않게 느껴졌다.


그곳에 오면서 자동차안에서 내가 꾼 꿈 이야기를 했었다. 그래서 난 "어머나 올케 내가 아까 꿈 얘기했잖아. 그런데 여기 꽂힌 꽃 색깔이 꿈속에서 엄마가 입은 옷 색깔과 아주 똑 같네"라고 말했다. 올케는 내말을 듣고 그곳에 꽂힌 꽃을 다시 한 번 쳐다본다. 그러면서 조금 놀래는 듯이 "왠지 심상치 않네요"라고 한다.

내가 "엄마가 이 색깔 꽃이 아주 마음에 드시나보다. 다음에 꽃을 갈아줄 때도 이런 색깔로 해드려야겠다"라고 했다. 올케는 "정말 그런 가 봐요"라고 한다. 난 다시 편하게 누워계신 엄마에게 "엄마 내말이 맞지요?"라고 말했다. 엄마는 평소 화초를 무척 좋아하셨다. 또 그곳에 오실 때마다 나중에 엄마 산소를 예쁘게 꾸며 달라는 부탁을 잊지 않으셨던 것이다. 엄마에게 후식으로 엄마가 좋아하시던 따끈한 커피와 약밥을 놔드렸다.

그런 후 우리들도 음식을 나누어 먹었다. 그리곤 엄마에게 "엄마 해가 바뀌었네. 우리들 모두 한살씩 더 먹었어요. 엄마도 그곳에서 행복하게 잘 지내고 계신 거지요. 우리 걱정 말고 이젠 편히 쉬세요. 다음에 또 올게요"라고 말하곤 그곳을 떠나왔다. 이젠 엄마를 편하게 보러올 수 있게 되었다. 엄마가 평화롭게 잘 계신다는 것을 믿을 수 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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