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파 움직임 둔화, 그래서 불 질렀다"

[인터뷰] 염동연 열린우리당 의원

등록 2007.01.15 04:49수정 2007.01.15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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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염동연 열린우리당 의원

염동연 열린우리당 의원 ⓒ 오마이뉴스 남소연


지난 12일 오후 염동연 열린우리당 의원실을 찾아갔다. 당의 진로와 관련해 '질서 있는 대통합'을 주장하는 중도파인 문희상 의원의 인터뷰가 보도된 뒤 염동연 의원은 인터뷰를 자청했다. 염 의원은 당내 대표적인 신당파이며, 그 가운데서도 '탈당' 배수진을 친 강경파에 속한다.

염 의원의 탈당 선언 소식에 "무척 서운하다"는 반응을 보인 문 의원에게 그는 "우리가 조폭인가, 나는 그 분과 (뜻이) 맞지 않는다"며 탈당 선언이 '정치적 소신'임을 거듭 강조했다. 염 의원은 또 "문 의원의 방법은 성공하지 못한다"며 "기득권을 버리고 각자 개인적으로 신당에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좀더 구체적으로 염 의원의 얘기를 들어보자.

"조폭인가? 정치적 소신에 따른 결정"

"감옥에서 나와 보니 이미 분당된 뒤였다. 통탄했다. 노 대통령을 만들어낸 장본인으로서 신당에 참여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민주당에 탈당계를 내면서도 '몸은 가지만 마음은 두고 간다'고 말했다."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캠프의 호남 좌장역을 맡은 염 의원(광주 서갑)은 '나라종금 사건'으로 노 대통령이 취임했던 2003년 구속 기소돼 2004년 10월경 풀려났다. 이후 그는 대법원에서 무죄 최종 판결을 받았다. 염 의원은 "분당은 잘못된 결정"이었고 "기필코 재결합될 것이라는 생각을 접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 행보도 그랬다. 2005년 4·2 전당대회에서 '통합론'을 들고 나와 2위로 당선됐다. 2006년 2월 전당대회에는 직접 출마하지 않았지만 통합을 내건 임종석 후보를 지원했다. 그는 "나는 4·15 총선 직후부터 민주당과 재결합해야 한다고 공·사석에서 밝혀왔다"고 말했다.

2005년 선거에서 문희상 의원에 이어 2위로 상임중앙위원(최고위원)에 당선됐지만, 2개월만에 사퇴한 이유에 대해서도 "당시 당심은 '지도부가 통합의 기초는 마련하라'는 결정이었다"며 "하지만 전혀 그런 방향으로 가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어 그는 "유시민 의원과 대화를 했지만 통합은 절대 안된다는 것이었다"며 "지도부 내 논의구조가 안된다고 판단하고 차라리 편하게 지도부 지위를 벗어던지고 당원 신분으로 통합운동을 벌이려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 방법? "개인 신분으로 제3지대에 새 집 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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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남소연

염 의원의 탈당 소식은 그닥 새롭지 않다. 2005년부터 그는 "중대결심 불사"라는 식으로 통합론의 물꼬를 트기 위해 움직여왔다. 하지만 이번엔 '탈당'하지 않으면 안되는 수준으로 말을 뱉었다.

여기에는 약간의 우여곡절이 있다. 지난 주 가족 여행차 태국으로 떠나기 전, 보좌관진들과 식사를 하는 자리에 한 기자가 배석했고, 탈당이라는 표현을 쓰진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속내를 들켜버린 꼴"이었다고 곤혹스러워했다.


당초 탈당 시점을 '전당대회 전'이라고 못박을 생각은 없었지만, 이후 이어지는 언론 보도를 통해 말을 주워담을 수준을 넘어서버린 것. 그는 "아직은 명분이 약하지 않나, 우습게 됐다"고 당혹감을 드러냈다.

염 의원은 탈당 시점에 대해 다음달 14일로 예정된 전당대회 전이라고만 말했다. 그는 "신당 참여 의원들이 서두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분위기가 있다"며 "어차피 나갈 것인데 그 분들의 얘기를 귀담아 듣는 것이 동지로서 도리"라고 시차와 상황 논리를 염두에 두는 눈치였다.

그는 왜 탈당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을까? 지난 연말 의원 워크숍을 통해 전당대회를 개최하기로 합의했고, 이후 꾸려진 전당대회 준비위를 통해 대통합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와중인데도 말이다. 그는 "열린우리당이 전당대회를 통해 대오를 지어서 정계개편을 하자는 것은 통합을 열린우리당이 주도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정치는 현실인데 그게 가능한가?"라고 반문했다. "성공할 수 없다"는 게 그의 확신이다.

그래서 그가 내놓은 방안이 "개인 자격으로 제3의 장소에서 모이자"는 것. 그게 "통합의 유일한 길"이라고 말한다. 특히 그는 전대 준비위 진행 상황을 지켜보면서 "사수파, 통합파, 중도파, 거기에 정동영·김근태 계보까지 추천으로 들어와 있다"며 합의 도출이 불가능한 구조라고 예단했다. 실제 여당은 전대 의제 설정과 지도부 합의 추대 등의 문제를 놓고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그런 차제에 "신당파의 움직임도 둔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내가 다시 한번 불을 질러야 되겠다 싶었다"고 탈당 선언의 동기를 설명했다.

"문희상 의원은 낚싯대 드리우고 물고기가 물기를 바라는 사람이지만 나는 손발 걷어부치고 쪽대 들고 물로 들어가는 사람이다."

더욱이 '사수파' 당원들이 제기한 당헌 개정 무효 가처분신청을 보면서 그는 "극소수 당원이라도 해산이 안된다고 하면 당 해산은 어려울 것"이라며 "전당대회를 통해 당 해산 결의가 안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번 전당대회가 "해체를 결의하고 선출되는 지도부의 임기도 못박는 '과도 지도부'여야 한다"는 게 그의 입장이다.

"지역주의 포기하면 선거에서 이기나"

통합에 대한 그의 소신은 '지역주의'라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온 것도 사실이다. 각별한 관계를 맺어온 노 대통령은 통합신당을 '지역신당'이라고 김을 빼기도 했다. 그가 노 대통령을 독대한 것은 지난해 8월이 마지막이다. 당시 자신의 통합 구상을 전달한 뒤 "신바람나게 용맹스런 호랑이 모습의 통합 그림을 그리려 했는데 못 생긴 고양이가 돼 버렸다"며 노 대통령의 지역신당 발언에 대해 "허탈하고 야속했다"고 감정을 드러냈다.

그래선지 신당에 대한 지역 논리를 무척 경계했다. 그는 "호남이 주도하는 모양새는 좋지 않다"며 "참여하더라도 나중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계산'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지역 얘기는 하고 싶지 않다"고 했지만 문희상 의원에 대한 반론 차원이라는 전제로 입을 열었다. 문 의원의 '영남개혁세력의 상징으로 되어 있는 노 대통령을 배제하고 어떻게 승리할 수 있느냐'는 논리에 대해 "설득력이 없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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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남소연

"우선 충청도가 있다. 또 수도권에 있는 충청·호남을 합치면 60% 이상이다. 그리고 경상도에서 꾸준히 DJ를 찍어온 호남 사람들이 있다. 지역 논리 쪽수로 따져도 숫자가 훨씬 많다. 한 쪽(한나라당)에서 확 틀어쥐고 지역주의로 가고 있는데, 다른 한 쪽에서 지역주의를 포기하고 가면 선거에서 이길 수 있나? 물론 진보와 보수로 구도로 가면 좋다. DJ의 동진정책이 있었고, 노 대통령도 영남 출신임을 내세워 시도했다. 성공했나? 왜 못했나? (지역주의는) 너무 깊다."

그러면서도 그는 인터뷰 도중 종종 "지역주의로 회귀하자는 것은 아니다", "신당을 지역 기반으로 가져갈 생각은 조금도 없다", "진보 보수 색깔대로 가야 한다"고 강변했다. 좀더 구체적으로 신당의 정체성을 묻자 그는 "합리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가 같이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경계가 모호하다. 그는 "열린우리당 내에서도 한나라당에 갈 사람이 있고, 한나라당에서도 (신당에) 올 사람이 있지 않냐"는 수준에서 답했다.

신당 주도 세력은? "건전한 시민사회단체와 각 분야 전문가집단의 인사들, 즉 미래세력이 주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민주당, 국민중심당, 고건 전 총리 등 정치 세력은 개인 자격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것.

아직은 엄동설한 허허벌판. 탈당파는 어디쯤에 신당 천막을 치려는 것일까? 그는 "여러가지 아이디어가 있다"고 말한 뒤 "정치 세력들이 모이는 신당 기획·실행·추인 테이블이 만들어 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고건 전 총리가 언급한 '원탁회의'냐는 질문에는 "이름이 뭐가 되든 상관없지만, 선창한 사람을 따라가는 것으로 몰아붙이는 오해가 있다"며 "대등한 자격으로 헤쳐모이는 게 중요하다"고만 말했다. 아울러 "당내 상황이 끝나면 굉장히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개헌 전망? "노 대통령, 뭘 해도 안 먹혀"

마지막으로 노 대통령과의 관계가 남았다. 그는 "나는 아직도 친노파"라며 "인간적으로 괴롭다"고 말했다. 개헌안 처리 전망에 대해서는 "높지 않다, 불행하게도 노 대통령이 개혁을 추진하기에 힘이 약해졌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상당히 어려운 입장이다. 많은 국민들이 정략적으로 본다. 대통령이 성경을 읽어도 정치서적을 읽는다고 국민과 야당에게 오해를 받는 분위기가 안타깝다. 노 대통령이 결국 진정성으로 돌파하려 하겠지만 지지율도 낮고 무슨 일을 해도 밉게 보이는 현실이다. 한없이 도와주고 싶지만 일개 정치인이… 안 먹힌다."

그는 개헌안 처리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면서도 노 대통령의 "개헌을 전제로 정치권이 요구하면 고려하겠다"는 '탈당 발언'에는 무게를 두었다. 그의 논리대로라면 개헌안 처리가 안될 것이기 때문에 노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탈당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봐야 맞다. 하지만 그는 "국민에게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해 탈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노 대통령의 개헌 제안을 탈당 압박 명분으로 삼는 신당파의 논리와 닿아 있다.

염동연 의원과의 인터뷰는 1시간 가량 진행됐다. 그의 말에는 몇 군데 논리적 충돌이 있었다. 명분과 실행 사이의 간극 탓이다. '해체 모여'라는 방법론을 통해 이를 어떻게 돌파해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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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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