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문화예술관의 여자 화장실 안내판.강기희
겨울이다. 예전 겨울밤이면 반드시 챙기는 것 하나가 있었다. 그것을 챙기지 않았다가는 어른들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그것은 '요강'이다. 요강을 챙겨야 하는 이유는 당시 화장실이 멀기 때문이었다.
화장실 사용,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BRI@깜깜한 밤중에 볼일을 보러 가는 일은 여간 귀찮은 게 아니었다. 전기가 없던 시절엔 귀신이라도 나올까 싶어 얼씬도 하지 않았다. 그러니 아침까지 꾹 참을 수밖에 없었다.
요강은 작은 볼일을 보는 이동화장실이다. 예전 지체 높은 부인이 가마로 이동할 때엔 가마 안에서 사용하는 요강이 따로 있었다. 요강의 쓰임새는 장소와 지위고하를 따지지 않았다.
변소간 혹은 뒷간 등으로 불리던 화장실이 실내로 들어오면서 요강의 쓰임새는 많이 줄었다. 물만 나오면 언제든 사용 가능한 수세식 변기의 등장은 화장실 문화를 획기적으로 바꿔 놓았다.
처음 수세식 변기가 등장하면서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많았다. 그야말로 "이것이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였다. 시골 촌로들 도시에 사는 자식 집에 왔다가 변기물을 세숫물로 썼다는 일화는 단순히 우스갯소리만은 아니다.
수세식 변기의 사용이 보편화 된 지금도 변기 사용법을 몰라 허둥대는 시골 노인들이 많다. 우리 어머니도 이사만 하면 한동안 변기에 얽힌 사연을 만들어낸다.
일상 생활에서 서로 간의 예의가 반드시 필요하지만 화장실을 사용하는데도 나름의 예의가 있다. 공중화장실은 당연하지만 가정에서의 예의도 필요하다. 다녀간 흔적을 누군가는 치운다는 걸 생각하면 사용하는 데 있어 조심스러워야 한다.
그것은 흔적을 치우는 상대에 대한 '배려'이다. 배려는 사랑이나 자비보다 더 깊은 뜻이 있는 언어이다. 배려라는 말뜻 안에는 사랑과 자비까지도 포함되어 있다.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만 있으면 다툴 일도 없는 게 우리의 일상이다.
"남자가 흘리는 것은 눈물뿐이 아닙니다"
고속도로 휴게소 남자 화장실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글귀이다. 다음 사용자를 위해 한발 더 가까이 오라는 문구도 있다. 볼일을 보면서 흔적을 남기지 말라는 애교 섞인 호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