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이 보약입니다. 한 그릇 드시지요?조태용
<택리지>를 보면 지리산에 가장 많은 나무는 밤나무, 대나무, 감나무라고 합니다. 그만큼 지리산에 밤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 중에서 가장 밤이 많이 나는 곳이 하동과 구례 일대입니다.
하지만 요즘 밤값이 하락해서 밤나무를 많이 베어내고 녹차나무나 매실나무로 수종을 변경하고 있습니다. 부자가 망해도 3년을 간다는 말처럼 여전히 밤나무를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밤이 쌀보다 흔한 곳이라서 밤에도 쌀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리산 자락에 다니다 보면 겨울 양지에서 노랗게 빛나고 있는 것들이 있는데, 이것이 바로 밤쌀입니다. 보통 밤쌀은 작은 밤이나 벌레가 있는 밤을 가을 햇살에 잘 말려서 손으로 일일 하나하나 깐 다음, 다시 말리면서 상한 것은 칼로 오려내는 작업을 합니다.
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긴 겨울 내내 그 작업을 하는 것입니다. 농번기라면 사실 품삯도 나오지 않고 일은 많은 밤쌀 작업을 할 일이 없지만 겨울이라서 특별히 할 일이 없어 밤쌀 작업을 하는 것이지요.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황금색으로 빛나는 밤쌀입니다. 가을 햇살과 겨울 햇살에 마르고 말라서 더 이상은 마를 것도 없는 상태가 된 것입니다.
밤쌀은 한방에서 건율이라고 하여 위장과 비장 신장을 튼튼하게 한다고 해서 약으로 사용합니다. 하지만 요즘엔 압력밥솥이 좋아서 그런지 밥을 해도 맛있게 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