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의 남쪽' 봄의 도시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중국 윈난성 여행기 1] 쿤밍

등록 2007.01.17 16:03수정 2007.01.18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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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볼거리, 먹을거리, 느낄거리가 가득찬 중국 ⓒ 정상혁

만약 열흘 동안 중국으로 여행을 가게 된다면 넓디넓은 중국 땅 중에 어느 곳을 선택할까?

일단 잘 알려진 몇 곳을 꼽아본다면 경복궁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크다는 자금성과 베이징, 그리고 만리장성이 우선 떠오른다.

발전하는 중국경제의 심장부이자 동방명주, 그리고 살인적인 물가로 유명한 상하이, 한 폭의 산수화를 연상하게 한다는 장가계나 계림이 있을 것이다.

모든 배낭여행자들의 로망인 티벳, 끝없이 펼쳐진 모래 언덕과 사막, 그리고 실크로드를 따라가는 신장까지 중국은 너무 넓어서 탈이다.

광활한 대륙 중국, 볼거리는 넘쳐나고 가보고 싶은 곳은 셀 수 없이 많지만 부족한 시간은 엄연한 현실이다. 게다가 지금같이 겨울날씨라면 당신의 선택은?

다양한 볼거리가 있는 중국여행, 한 곳을 골라야 한다면?

@BRI@이런 고민을 단번에 해결해 줄 수 있는 곳이 있다. 중국의 남쪽 끝 인도차이나와 국경을 맞댄 곳에 있는 윈난성(雲南省, 운남성)이 바로 그곳이다.

'구름의 남쪽'이라는 예사롭지 않은 이름에서부터 윈난성의 매력은 시작된다. 온화한 시솽반나의 아열대 지역으로부터 만년설로 뒤덮인 설산이 있는 티벳과 접경이 한 성안에 모여있다.

중국 전체 소수민족의 1/3이 살고 있는 이곳의 이국적 문화는 중국이면서 중국적이지 않다는 것 때문에 오히려 사람들을 잡아끄는 매력이 아닐까?

일년 내내 온화한 기후의 윈난성의 쿤밍은 '봄의 도시'라는 뜻이니, 쿤밍을 포함한 주요 관광지들에는 중국 각지로부터 쏟아지는 내국인 관광객들만으로도 미어터질 지경이다.

겨울인 작년 12월의 방문시기에는 널리 알려진 것과 약간의 차이가 있었는데, 아침저녁으로는 쌀쌀하기도 하고 낮에는 땀이 날 정도로 덥기도 하였다. 아마도 대체로 지역별로 고도가 높은 편이기 때문인 듯하다.

지난 1996년 리히터 규모 7이 넘는 강력한 지진에도 무너지지 않았다는 리장의 고성과 여행자들의 편안한 쉼터인 따리 그리고 이상향이라고 일컬어지는 샹그릴라까지 윈난성을 모두 돌아보려면 한 달이란 시간이 길지 않을 수도 있다.

이 정도의 매력을 지닌 곳이라면 기꺼이 열흘간의 여행지로써 갖춰야 할 조건은 충분하지 않을까?

사시사철 봄날씨의 윈난성, 짧은 기간의 중국 여행지로 제격

윈난성 여행은 쿤밍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대표적인 관광코스로는 쿤밍-따리-리장-중덴을 차례로 또는 역순으로 돌아보는 게 일반적이다.

여건이 허락한다면 장동건 주연의 영화 <무극>의 촬영장소로 알려진 토림과 아직도 모계사회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모수족의 삶을 엿볼 수 있는 루구호, 샹그릴라로 불리는 중덴, 그리고 열두 가지 종류의 쌀이 난다는 시솽판나 지역까지 돌아볼 수도 있을 것이다.

열흘이라는 제한된 시간 내에서 여행일정을 잡아야 했기 때문에 이번 여행은 쿤밍을 기점으로 따리고성과 최대폭 48Km에 이르는 얼하이호수 안의 섬인 남조풍정도 투어, 리장에서 5500여미터에 달하는 옥룡설산 구경과 후타오샤 트레킹을 하고 야간 침대버스를 이용하여 쿤밍으로 다시 돌아오는 짧지만 바쁜 일정이다.

자, 그럼 지금부터 중국 윈난성으로 여행을 시작해볼까?

하나, 공원에서 아침부터 웬 사교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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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이후(翠湖) 공원 ⓒ 정상혁

운남 여행의 첫날이 밝았다. 여행 첫날의 첫 방문지는 쿤밍 시내를 관통하는 베이징루 서북쪽에 있는 추이후공원이다.

넓은 국토를 가진 중국이어서일까? 공원이고 호수고 산이고 할 것 없이, 심지어는 시장에 팔려고 내다 놓은 채소까지도 아주 큼직큼직하고 시원시원하다. 추이후 공원도 굉장히 넓은 곳이어서 천천히 둘러보다가는 두세 시간은 훌쩍 지나버릴 정도의 넓이는 됨직했다.

인공으로 조성된 호수 안에 여러 개의 섬들이 아치형 다리로 연결된 이 공원에는 갈매기로 보이는 새들이 떼를 지어 날아다니고, TV에서나 보던 태극권 수련이나 사교댄스, 악기 연습하는 사람들로 공원은 활기찬 모습이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우리나라 공원에서는 보기 어려운 사교댄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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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공원에서 웬 사교춤? 중국에서는 어색하지 않은 모습입니다. ⓒ 정상혁

한쪽에서는 수천년을 이어져 내려온 태극권을 수련하고, 그 옆에서는 서양음악에 맞춰 사교댄스를 추니 온고지신을 그대로 실천하고 있는 중국인민들이다.

이른 아침 공원에서의 사교댄스는 우리가 보기에 어색할 뿐 정작 춤을 추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자연스러워 보이고 그 자체를 즐기는 듯하다. 오히려 구경온 우리도 서로 손을 맞잡고 함께 동참하고 싶을 정도의 분위기라고나 할까?

또 하나 공원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것은 악기 연주를 연습하는 사람들이다. 백발이 성성한 노인에서부터 중년의 아저씨, 젊은이, 그리고 아버지와 함께 나와 연습하는 어린아이까지 다양한 연령층에 악기도 모두 제각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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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해금과 비슷한 악기에 맞춰 노래연습하는 모습, 아래, 전통악기 연습하는 모습 ⓒ 정상혁

우리나라 해금과 비슷한 모양의 전통악기와 중국피리에서부터 아코디언까지 동서양의 조화가 어우러진 모습은 아주 아름답고 보기에도 좋은 모습이었다.

이런 모습에 비하면 서양문화만을 따라가려 하고 우리 것 배우기에 소홀한 우리나라의 현실과 중국 공원의 아침풍경은 너무나 대조적이다.

둘, 한국은 민속촌-윈난성은 민족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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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난 민족촌 약도. 지도없이 다니면 헤매기 쉽상입니다. ⓒ 정상혁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윈난성은 중국 소수민족의 1/3이 사는 곳이다. 지리적으로도 중국통치의 중심이 되는 수도와는 멀리 떨어져 있었고 중앙의 통치력이 크게 미치지 못해 이곳의 소수민족은 나름의 문화를 이어가며 살 수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지금의 현실은 중국 정부에 의해서 소수민족의 문화 자체도 보호받고 있는 처지에 있다. 이 지역의 소수민족 생활상과 문화를 소개하는 이곳 민족촌이 생긴 이유이기도 하다.

쿤밍 시내의 남쪽 덴호수 북쪽에 자리한 운남 민족촌에는 운남의 25개 소수민족을 상징하는 소수 민족 마을의 모형을 만들어 놓은 곳이다.

관광당국에 의해 만들어져 다소 인위적인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모든 소수민족을 방문할 시간이 없는 단기 여행객에게는 제격인 곳이 이곳 민족촌이 아닐까 싶다. 마치 한국에서 외국인 여행자에게 민속촌이 한국문화의 일면을 보고 느끼기에 제일 좋은 것처럼 말이다.

넓은 민족촌을 지도 없이 발길 닿는 대로 찾아다니느라 제대로 보지 못한 곳이 생길 수 있으니 지도를 보고 꼼꼼히 찾아다니는 편이 좋을 뻔했다.

이곳을 둘러보면서 인상 깊었던 것은 민족촌 내 박물관에서 본 나시족의 특이한 상형문자인데, '동파문자'라고 불리는 이 상형문자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아직도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여행 중에 곳곳에서 상형문자와 한자가 함께 쓰인 간판 등을 많이 찾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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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시족 상형문자. 오른쪽 아래는 사랑 애(愛) 자입니다. 남녀가 그려져 있습니다. ⓒ 정상혁

천천히 둘러본다면 반나절은 족히 걸릴 이곳 민족촌에서는 수시로 민속공연이 벌어진다.

그중에 강한 에너지와 한동안 귓가를 계속 맴돌게 하는 독특한 리듬의 와족 공연과 네다섯 명의 관람객을 위해 열 명 이상의 공연단원이 들려주는 백족 전통음악과 춤 공연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셋, 그 밖의 쿤밍 볼거리

쿤밍 시내 중심부의 이슬람사원 근처에 있는 화조시장은 꽃과 새뿐만 아니라 각종 길거리 먹을거리부터 우리네 남대문 시장과 같이 없을 것 빼고는 다 있을 것 같아 시간가는 줄 모르고 몇 시간이고 돌아다닐 수 있을 것 같은 곳이다.

1000년의 긴 역사를 지닌 고찰인 위안통쓰(圓通寺, 원통사)도 가볼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다. 거대한 불상에서 중국 예술가들의 큰 스케일을 엿볼 수 있다.

장작같이 거대한 향을 피우는 모습 또한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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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고찰 위안통쓰(圓通寺, 원통사), 관세음보살을 모시는 사찰입니다. ⓒ 정상혁

덧붙이는 글 | 2006년 12월 23일부터 열흘간 다녀온 중국 윈난성 여행기입니다. 다음 기사는 따리와 리장에 대한 내용입니다.

덧붙이는 글 2006년 12월 23일부터 열흘간 다녀온 중국 윈난성 여행기입니다. 다음 기사는 따리와 리장에 대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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