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학에 부시 도서관이? 안돼!"

[해외리포트] 최종후보지 댈러스 SMU대 교수-학생들 반발

등록 2007.01.19 14:01수정 2007.07.08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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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퇴임 이후 설립될 '부시 도서관'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05년 1월 20일 워싱턴에서 열린 취임식. ⓒ AP/연합뉴스

'계륵' 이라크전으로 험난한 임기 후반을 보내고 있는 부시 대통령이 퇴임길 마저 순탄치 않다. 명예의 전당격인 퇴임 대통령을 위한 도서관 건립에 적지 않은 잡음이 들리고 있기 때문. 최종 후보지로 오른 댈러스 SMU대(Southern Methodist University)는 교직원∙학생 등의 반발이 거세지고, 법률 분쟁에도 휘말려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져 있다.

지난해 12월 21일 '대통령 도서관 후보지 물색위원회' 위원장인 도널드 에번스 전 상무장관은 "SMU대와 긴밀한 논의를 벌이고 있다"고 밝혀 이 대학을 부시 대통령 도서관 설립을 위한 사실상 유일한 후보지로 발표했다. 2001년부터 6년 동안 도서관 유치를 위해 경쟁해 왔던 댈러스대(University of Dallas)와 베일러대(Baylor University)에는 "특별한 경우가 생기지 않는 한 후보에서 제외한다"는 통보가 돌아갔다.

SMU대의 우위는 어느 정도 예상돼 왔다. 퍼스트 레이디인 로라 부시 여사가 1968년 이 대학을 졸업했고, 현재 이 대학의 이사로 있기 때문. 부시 대통령의 최측근인 딕 체니 부통령도 이 대학의 이사이며, 카렌 휴즈, 해리엇 미어스 등 다른 측근들은 이 대학 졸업생이기도 하다. 부시 부부는 퇴임 후 댈러스로 돌아와 생활할 예정이어서 SMU대의 유일한 후보지 발표는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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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들이 총장에게 보낸 편지. 부시 대통령 도서관 관련 학교 구성원 전체의 공개 토론회를 제안하고 있다.

"보수주의 싱크 탱크는 안돼"

하지만 걸림돌은 SMU대 내부에서 불거지고 있다. 이 대학 전∙현직 교수 68명은 지난 11일 제럴드 터너 총장에게 "부시 대통령 도서관을 의제로 한 대학 구성원 전체의 공개 토론회를 요구한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신학과 교수인 수잔 존슨은 지난해 12월 이 같은 내용의 편지를 전∙현직 교수들에게 보내 이 편지를 총장에게 보내는 데 동의한다는 의견을 받아 냈다.

@BRI@전체 전∙현직 교수는 746명이지만 대부분 겨울 방학과 연말연시 등으로 연락이 닿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68명의 동의는 놀라운 반응이었다고 존슨 교수는 밝혔다. 이 편지에서 교수들은 "부시 대통령이 자신의 도서관과 부속 연구소를 보수주의 싱크 탱크로 만들려고 한다는 정보가 있다"며 "스탠포드대 후버 연구소가 모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교수들은 또 "그 싱크 탱크는 보수적인 학자들을 고용해 부시 대통령의 정치 철학을 확산시키려 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며 "그의 철학은 잘못된 정보를 바탕으로 한 선제 공격(이라크전), 지구 온난화에 대한 무시, 동성애자 권리 경시, 국제 조약에 대한 무례, 오래된 우방 소외 등으로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도서관의 목적과 구체적인 역할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편지는 밝혔다. 교수들은 이것이 베일러대가 했던 것처럼 대학 구성원 전체의 공개적인 토론이 필요한 이유라고 주장했다.

"부시 도서관은 대학의 돈벌이"

이 편지와 별도로, 신학과 명예교수인 윌리엄 맥앨바니는 교내 신문에 '조지 W 부시 대통령 도서관: 재산인가 걱정거리인가'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발표했다. 이 글에서 그는 "부시 정권에 의해 자행된 무수한 폭력, 파괴, 죽음에 대한 유산으로부터 우리 SMU대는 정말 경제적인 실리를 챙기고 싶어 하는가?"라고 대학 구성원들에게 물었다.

감리교 목사이기도 한 맥앨바니 교수는 지역 신문인 댈러스모닝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우리 대학은 정치적으로 공정한 감리교 교육기관으로 명성을 얻어 왔다"며 "만일 부시 대통령 도서관이 이 대학에 세워진다면 이런 우리 대학의 장점은 영원히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교수의회(Faculty Senate)도 봄 학기가 시작돼 교수들이 돌아오면 도서관 관련 교수 전체회의를 열자고 총장에게 최근 요구했다.

학생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총학생회 회장인 테일러 러스는 "부시 대통령에 반대하는 많은 학생들이 있다"며 "그들은 도서관이 부시 대통령의 정치를 홍보하기 위한 기회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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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도서관'의 유일한 후보지로 발표된 SMU대 본부 전경. ⓒ 신기해

'긴 안목'으로는 중요한 곳?

제럴드 터너 총장은 안팎의 난제를 해결해 보려고 노력하지만 효과는 미미한 수준이다. 총장은 지난 5일 교직원∙학생들에게 직접 이메일을 보냈다. 터너 총장은 부시 도서관과 부속 연구소가 후버 연구소를 닮지 않겠느냐는 우려에 대해 "양자의 결정적인 차이점은 후버 연구소는 연구 결과를 스탠포드대에 직접 보고 하지만, 부시 연구소는 대학이 아니라 부시 재단에 보고하게 된다는 것"이라며 부시 연구소와 SMU대의 독립성을 강조했다.

터너 총장은 교환 교수, 협력 프로그램 등 부시 연구소와의 교류도 전적으로 표준화 된 대학 규정에 따라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에 객관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끝으로 터너 총장은 부시 도서관은 부시 시대의 역사적 사료를 보관하는 곳으로 학문적으로 중요한 곳이 될 것이라며 '긴 안목(the long view)'으로 봐줄 것을 당부했다. 하지만 맥앨바니 교수는 "어떤 형태가 되든, 부시 연구소는 SMU대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터너 총장의 편지를 평가 절하했다.

2001년 '보조개표(dimpled ballot) 대통령'이라는 꼬리표와 함께 유례 없는 반대시위 속에 취임한 부시 대통령. 2009년 그의 퇴임길에도 역시 꽃을 뿌려줄 사람은 많지 않을 것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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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A&M대에 있는 '아버지 부시' 도서관.

32대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 이후 퇴임 대통령을 위해 도서관을 짓는 게 미국의 관례. 루스벨트 대통령은 "대통령과 관련한 모든 국가 기록물은 나중에 참고해야 할 귀중한 국가 재산"이라며 공문서와 편지 등 자신의 개인 문서를 국가에 기증했다.

루스벨트는 퇴임 후 고향인 뉴욕주에 도서관을 짓고 이 문서들의 관리를 국립 문서기록보관청(NARA)에 맡겼다. 이것이 대통령 기념 도서관의 시초였다. 주로 개인 후원자들의 모금에 의해 세워지며 관리는 NARA가 맡는다.

현재 미국에는 17곳에 대통령 도서관이 있으며 이 중 11곳을 NARA가 관리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의 고향인 텍사스주에는 이미 '아버지 부시'로 불리는 조지 H W 부시 대통령 도서관(텍사스 A&M 대), 린든 B 존슨 대통령 도서관(오스틴 텍사스 주립대)이 있다. 새로 지어질 '아들 부시' 조지 W 부시 도서관은 2억 달러를 국내 후원자들과 외국 정부의 기부금 등으로 조달해 지어질 예정이다.

이들 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자료는 방대해, 조지 H W 부시 도서관의 경우 3800만 페이지의 공식 기록과 문서, 100만장 이상의 사진, 1만개의 비디오 테이프를 보관하고 있다. 경제적 가치도 무시할 수 없다.

아칸소주 리틀록에 있는 빌 클린턴 대통령 도서관은 2004년 1억6500만 달러를 들여 지어졌다. 하지만 지금까지 80만 명에 가까운 방문객을 유치해 지역 경제가 그 10배에 가까운 10억 달러 이상의 수입을 거둘 수 있도록 했다.
#부시 도서관 #부시 대통령 도서관 #SMU #SMU대 #보수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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