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노부부의 '사랑'

등록 2007.01.21 11:16수정 2007.01.21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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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주말이지만 나는 혼자 집에 있었다. 아들과 남편은 모두가 바쁜 주말이었다. 오전에는 집안 청소도 하다가 TV를 보면서 반나절을 보냈다. 오후가 되자 집에 있기가 지루하기에 공원 산책길에 나섰다. 푸근하다고는 하지만 겨울은 겨울이었다. 준치는 썩어도 준치라는 말이 있듯이. 공기는 쌀쌀했지만 그래도 햇볕이 내리쬐니 산책 할만했다.


아무리 추운 겨울이라해도 하루에 1시간 정도는 햇볕을 친구 삼아 산책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나도 그런 생각을 하면서 천천히 주변을 살펴보면서 걷고 있었다. 푸근한 날씨여서 그랬는지 공원에는 운동하는 사람, 나처럼 산책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이 있었다.그때 저만치에서 내 눈을 멈추게 하는 것이 있었다.

@BRI@어느 노부부의 모습이었다. 차가운 벤치에서 할머니는 앉아서 쉬고 할아버지는 서서 계셨다. 햇볕이 좋아 운동하러 나오신 듯했다. 한눈에 보기에도 할머니는 몸이 많이 불편해 보였다. 할머니는 벤치에서 일어나서 걸으려다 다시 자리에 앉는다. 걷기가 힘들었나 보다. 난 한참이나 그 두분의 모습을 보다가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사진을 찍고 있으려니 그 두분이 걸어오시는 모습이 보였다.

난 다시 한동안 그분들을 지켜보았다. 할머니는 한걸음 한걸음을 내딛는 모습이 너무나 힘겨워 보였다. 그러나 서로에게 의지하고 버팀목이 되어주는 그 두분의 모습은 정말 아름다워 보였다.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계시기에 안심하고 운동도 하고 모든 것을 믿고 맡길 수있으리라.

정현순

정현순

정현순

정현순

할머니가 한발 한발 떼는 것이 어찌나 힘겨워 보이던지. 지팡이를 가지고 걷는 것조차 힘들어 보였다. 할아버지는 얼른 할머니의 지팡이를 받아든다. 눈빛만 보아도 할머니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 수 있는 것이다. 적어도 40~50년을 같이 살아오셨을 두분. 두분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짠해졌다. 사진을 그만 찍고 두분이 점점 보이지 않을 때까지 지켜 보고 있었다.

정현순

그래도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함께 계시니 저렇게 운동도 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10년 전부터 중환자를 한달에 한번씩 방문을 해 왔다. 배우자 중 한 분이라도 살아계시면 저렇게 서로에게 의지를 하면서 생활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한 분이 먼저가시고 그나마 아들 며느리가 맞벌이를 하고 있는, 저소득층 집을 가보면 정말이지 보기조차 안쓰러운 집이 한두 집이 아니다. 두분이 완전히 보이지 않을 때까지 나도 그자리에 서있었다.

그리곤 나도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면서 나나 남편 모두 건강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했다. 하지만 사람의 앞일은 한치 앞도 모른는 일. 나나 남편 중에 한 사람이 저렇게 아프면 어떤 모습일까?


저분들도 젊은 시절에는 그런 날이 올 거라는 것을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악처가 효자 자식보다 낫다고 했던가. 그러고보면 못된 남편도 효자보다 낫다는 말과 똑같을 것이다. "할머니 더 이상 아프지 마시고 할아버지 하고 오래오래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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